[허진권의 문화칼럼]너 여기 왜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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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너 여기 왜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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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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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쉬지 않고 태양을 돈다. 그 지구가 권태로워 잠시 쉬기도 하고 거꾸로 돌기도 한다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 반대로 우리 사람들이 한 가지 동작만 쉬지 않고 계속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것은 고사하고 북한 동포들이 꿈꾸던 하얀 쌀밥에 쇠고기 미역국을 1년간 계속 먹는다면 어떨까? 상상할 수없는 권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자극이 강한 것을 경험할수록 권태가 빠르게 찾아온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물질과 권세를 다 갖춘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피폐하여 격리 수용되고 약물 치료를 받기까지 한다. 이 처럼 풍요를 누린 현대인을 격리하여 치료하는 것은 참으로 참기 힘든 고통이다. 습관의 연속이 가져오는 권태, 한번 젖어들면 참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병중의 병이다. 예술은 바로 이와 같은 권태를 자연스럽게 해소하여 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회복하는 기능이 있다.

소개하는 작품은 오승언의 ‘Sunday Christian’이다. 이 작품은 평면 회화와 합성음성이 하나로 융합된 작업으로, 평면회화는 무채색으로 표현한 교회내부 풍경이며 합성음성은 유명한 세분 목사님의 설교 말씀과 CCM 찬양대의 찬양이 흘러나오는 것을 동시에 들리도록 설치한 작품이다.

▲ 오승언, Sunday Christian, 가변설치, 2017

작가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믿음은 점점 사라지고 습관화 되어버린 행위만 남습니다. 가장 습관화 되어버리기 쉬운 행위 중 하나가 ‘주일성수’입니다. 저 역시 일주일간 세상 속에 휩싸여 살다가 딱 한번 주일 예배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교회를 나오면서 드는 생각, ‘이번 주에도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으니 나는 선한행위를 한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선한 사람이다’라는 착각과 자기 위로에 빠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들은 설교 말씀, “하나님은 영이시니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려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예배를 받으시지 않으신다. 주님께서 안타까워하시며 당신에게 ‘너 여기 왜왔니? 너는 그냥 교회 뜰만 밟고 갈 뿐이야’라는 말씀에 제 신앙생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라며 작품의 내경을 술회한다.

이 시대 대부분 작가들이 상업적인 그림에 빠져감에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힘들면서도, 기독교 미술에 신선한 질문을 하며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는 오승언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청년작가를 위하여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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