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먹고 학교가자” 토스트에 담긴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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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먹고 학교가자” 토스트에 담긴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6.14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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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청소년에게 아침 토스트 제공하는 ‘다음세대교회’

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 ⑮

학생들이 등교하느라 분주한 아침 7시 40분.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동부중학교 오른쪽 골목에서 빵을 굽는 고소한 향이 풍겨져 나온다. 가까이 가보니 ‘아침 먹기 캠페인’이란 현수막과 함께 부스가 설치됐고, 그 안에서는 다음세대교회 성도들이 토스트를 굽느라 분주하다.

권사님 한 분이 달궈진 프라이팬에 버터를 바른 후, 그 위에 야채가 섞인 계란물을 입힌 식빵을 올려놓는다. 식빵 8개가 올라가자 프라이팬이 꽉 찼다. 노릇하게 익은 토스트는 설탕을 묻힌 채 ‘따뜻한 한 끼 식사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 따뜻하다’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컵에 담긴다. 

때마침 교복을 입은 학생 한 명이 다가온다. 함께 토스트를 준비하던 성도 한 명이 학생에게 “아침 먹고 다니자”라는 말과 함께 토스트를 건넨다. 토스트 값은 무료다. 빵을 받은 학생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등굣길을 나섰다. 학생이 지나간 지 5분이 지났을까. 부스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창문을 내린 차 안에서 남성 한 명은 아무렇지 않게 “빵 두 개만 주세요”라고 외친다. 

다음세대교회는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아침 먹기 캠페인’을 펼친다. 올해로 벌써 4년째. 지난 8일에 만난 담임 서태근 목사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두유나 주스 등을 들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좀 더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 다음세대교회는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학교 주변으로 나와 중·고등학교 학생과 지역 주민들에게 토스트를 나눠주며 복음을 전한다.

손자같은 아이들, 더 주지 못하는 아쉬움
‘아침먹기 캠페인’ 부스는 아침 7시 30분부터 빵이 떨어질 때까지, 동부중학교 오른쪽 골목과 남한고등학교 정문 앞, 두 군데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다음세대교회 성도들은 동부중학교 오른쪽 골목에 설치된 부스를 1호점, 남한고등학교 앞 부스를 2호점이라고 부른다. 

서태근 목사는 “동부중학교 앞에 토스트 부스를 설치했더니, 남한고등학교 쪽에서 아이들이 빵을 먹기 위해 뛰어오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반대편에서 오는 아이들에게도 토스트를 제공하기 위해 2호점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태근 목사는 토스트 부스 옆에서 빵을 나눠주면서 학생들과 인사하는 일이 제일 즐겁다. 몇몇 학생은 서 목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며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옆에서 빵을 굽는 성도 한 명이 학생의 얘기에 함께 맞장구친다. 부스 내 분위기는 더욱 활발해졌다. 

교회 건너편에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상이지만 가끔은 직장인들도 찾는다. 4년째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보니 단골손님도 여럿 있다. 무료로 제공하는 토스트가 감사한 이들은 음료수 등으로 다음세대교회 성도들에게 보답한다. 

매주 목요일 아침 일찍 나와서 토스트를 준비하는 일이 지칠 법도 하지만, 성도들 얼굴에는 미소만 가득하다. 오히려 지나가는 학생들이 토스트를 못 먹을까봐 그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한 명이라도 더 주기 위해 토스트가 담긴 종이컵을 쟁반에 들고 거리로 나선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하나 둘씩 건네주다 보면 순식간에 빵은 사라진다. 

장영남 권사는 “마음 같아서는 모든 이들에게 토스트를 나눠주고 싶다. 하지만 빵 개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늦게 오는 아이들이 토스트를 못 먹어서 아쉬운 표정을 지을 때면 그렇게 마음이 아프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회’가 아닌 ‘예수님 사랑’ 전합니다
학생에게는 ‘아침 먹고 다니자’는 말과 함께 토스트를 건네주지만,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교회 전도지와 함께 토스트를 쥐어준다. 그리고 “교회 나오세요”라는 말 대신 “예수 믿으세요”라고만 말한다. 특별한 것은 빵과 함께 받아간 전도지는 바닥에 버려지는 법이 없다는 사실. 

보통 교회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면 받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고, 전도지를 받았더라도 몇 걸음 뒤에 길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토스트와 전도지를 받은 지역 주민들은 그 전도지를 손에 쥐고 간다. 주민들이 지나간 거리에는 떨어진 전도지를 발견할 수도 없다. 서 목사는 꾸준히 이어온 사역을 주민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식빵이 절반정도 사라졌을 무렵, 주민인 김지원 씨(가명)가 피로회복 음료 한 박스를 들고 다가온다. 서 목사와 성도들은 김 씨를 반갑게 맞았다. 김 씨는 교회에 대한 반감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전 남편과 시댁 때문에 교회가 싫어졌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혼하기 전 결혼했던 사람과 그 가족이 교회를 다녔다. 그런데 시댁에서 저를 너무 힘들게 했고, 그 때문에 저는 교회 자체를 싫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김 씨가 교회에 다시 나오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음세대교회가 펼치는 ‘아침 먹기 캠페인’ 사역 덕분이었다. 목요일 아침마다 나와서 토스트를 무료로 주는데, 교회를 나오라는 말로 부담도 주지 않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다. 교회에 대한 미움과 불신이 사라진 김 씨는 자신의 친구와 함께 다음세대교회에 발을 내딛었다. 

서태근 목사는 “빵을 나눠주면서 단 한번도 우리 교회로 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몇 년간 토스트 사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로 나오는 이들이 없었다. 3년 째 되던 해에는 이 사역을 계속 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들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사역을 통해 적지 않은 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계셨고, 김지원 씨와 같은 이들이 우리 교회로 오게 해주셨다”고 고백했다. 

힘닿는 날까지 사역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다음세대교회는 아침식사 제공 외에도 지역 사회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교회 내 문화센터를 개설해 교회 성도들과 인근 주민들이 평일에도 쉽게 교회를 방문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또 교회 건물 1층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도 교회 예배당을 제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교회의 다양한 섬김 사역이 일부 성도들에겐 부담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매주 목요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봉사팀장으로 섬기고 있는 고금숙 집사는 “담임 목사님이 워낙 여러 방면으로 사역을 하시기 때문에 함께 따라가려다 보면 가끔 벅차기도 한다”고 토로하면서도 “교회가 하는 일은 예수님이 하는 일이란 마음으로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또 아이들을 보면 손자, 손녀를 보는 것과 같은 마음이 들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섬기고 있다”고 간증한다. 

하나님이 주신 일에 순종하는 교회가 되길 꿈꾼다는 장영남 권사는 “교회가 지역과 함께 연결 돼서 소통하는 사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지역에 다양한 도움을 제공하며 선교 활동을 펼치는 모습이 감사하고 귀하다고 생각한다”며 “목사님 사역에 힘닿는 데까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다른 성도들도 목사님의 사역에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도들의 믿음이 자신의 믿음보다 낫다는 서태근 목사는 힘닿는 데까지 아침 식사 캠페인을 지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는 사회복지 기관이 아니라 복음을 널리 알리는 기관이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민들을,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리려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 헌신하는 것처럼 교회도 지역 주민들에게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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