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 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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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인 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7.06.1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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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서민정 씨 부친의 회심 이야기…서영주 전 산업자원부 차관보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서영주 전 산업자원부 차관보(지구촌교회 집사)는 자신이 기독교인이 되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간증 책까지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딸인 탤런트 서민정 씨(MBC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 출연)가 바쁜 스케줄 중에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걸 인상 깊게 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미리 경계하고 방어선을 쳤다. ‘아빠는 교회 절대 안 나간다.’

아마 서민정 씨도 알았을 것이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경상도 출신인 그는 어려서부터 유교문화의 세례를 받았고, 초파일이면 어머니 따라 절에 등을 달았던 ‘불교신자’였으며, 청년시절엔 그 당시 유행했던 니체의 실존주의 철학에 매료되어 살았다. 몇 번 전도 당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어디서 주워들은 비리 목사들을 질타하면서 전도자를 무안하게 만들곤 했다. 

▲ 뒤늦게 예수님을 영접하고 ‘찾아오심’이란 책을 낸 서영주 전 산자부 차관보. 그가 과거에 주인 삼았던 다른 종교들과 기독교의 차이는 ‘찾아오심’이다. 다른 종교나 철학은 자기가 신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기독교는 신이 인간을 찾아오시는 것이다. 은혜로 믿음 주시지 않으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래서 불가항력적인 은혜다.

예배를 구경하다 눈물 펑펑
자기가 무력한 죄인임을 인정해야하는 기독교 신앙 역시 ‘자력구원자’로 살아오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름 성공한 엘리트가 된 그에겐 마뜩찮았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 20회에 합격한 그는 공직에 입문한 이래 대통령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 국장을 비롯해 다양한 고위 직책을 소화한 정통 엘리트 관료로 살아왔고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현재 순천향대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제 친구들처럼 저도 철저히 내 가능성을 믿고 내 이성의 능력으로 지금까지 살아와 나름 성공한 인생을 성취했다고 생각했었죠. 크게 잘못한 것도 없이 열심히 잘 살아왔는데 어느 날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죄인일 뿐이라고 한다면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죠.”

그러나 그는 지금 이런 모든 과거의 생각들이 교만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닌 무력한 피조물이라고 고백한다. 너무 철두철미하여 틈이 없던 그의 자아가 한순간 부서지게 된 것을 그는 자신의 책 제목처럼 ‘찾아오심’이란 말로 표현한다. 2006년 9월 4일 새벽에 주님이 그를 찾아오셨다.

“딸 민정이가 새벽기도회를 가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매니저를 부를 수도 없고 해서 저보고 같이 가달라고 했습니다. 원래 다니던 교회가 아니고 다른 교회 특별새벽기도회인데 꼭 가보고 싶다고요. 평소에 좀처럼 부탁을 하지 않던 아이가 간청하니 아버지로서 거절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아내와 함께 가게 됐습니다.”

그 이른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교회를 보고 적이 놀랐다. 차에서 기다리려고 했던 그는 날씨가 쌀쌀하니 들어와 교회 로비에 있으라는 딸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9월 초 답지 않게 정말 그날따라 날씨가 쌀쌀했다. 로비에서 기다리던 부부는, 예배 시작과 함께 썰물처럼 사라진 사람들 때문에 달랑 둘만 남게 됐다. 어쩐지 어색해졌다.

“그때 민정이가 나와서 본당 뒤쪽에 자리가 있으니 부담 없이 거기 들어와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저희 생각에도 아무도 없는데 우리만 로비에 있으려니까 좀 이상해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니 사람들이 무슨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난생 처음 듣는 복음성가였어요. ‘내가 주인 삼은’이란 노래였죠.”

그 순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의 눈에서 갑자기 주체할 없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거친 세파를 지나오며 어떤 큰일을 당해도 눈물을 비춘 적이 없던 냉정한 성격이었는데, 이렇게 눈물을 쏟아내는 자신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막을 길이 없었다. 눈물은 눈에 괴인 정도가 아니라 펑펑 쏟아졌다. 그의 입에서, ‘오, 하나님, 오, 하나님’, 탄식이 흘러나왔다. 완고했던 그를 하나님은 강력한 체험으로 무장 해제시키셨다.

기도의 능력 체험
그 다음날 새벽이 되자 대낮처럼 환한 빛에 눈이 떠졌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 달이 눈앞에 있었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었다. 그날도 함께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신비한 경험을 하며 셋째 날이 되자,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가고 싶었다.

“목욕재계를 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는데 갑자기 주저앉았어요. 그것도 난생 처음이었죠. 가족들이 힘들어서 그런다고 오늘은 가지 말자고 했는데, 제 맘에 ‘이게 사탄의 방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이제 교회 이틀 나간 사람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날도 갔습니다.”

그 동안 딸 서민정 씨는 아버지 차에 함께 탈 때마다 설교 말씀이라든가 찬양테이프를 틀곤 했다. 못 틀게 하면 좀 속 좁은 아버지 같아서 놔두었는데 막상 들어보면 또 들을 만한 내용이었다.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이 그의 안에 있었다.

그날 새벽은 주일 아침이었다. 기도회가 끝나고 그 교회 담임목사의 안수기도를 받자 아픈 데가 사라졌다. 그날 가족은 의기투합해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이어 처제가 다니는 교회로 주일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날부터 매일 새벽 2, 3시까지 고시 공부하듯이 성경을 공부했어요. 각종 신앙서적을 찾아가며 읽었습니다. 처음 보는 내용들이 신기하고 재미도 있었고요. 저보다 교회 먼저 다닌 친구들을 만나면, 제가 넌 이런 것도 모르냐면서 우쭐하곤 했죠. 그런데 하나님은 제가 성경공부에만 치중하지 않고 기도생활에 힘쓰도록 계기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교회를 다닌 지 5개월 쯤 됐을 때다. 아내가 새벽에 나쁜 꿈을 꾸었다. 딸에게 뭔가 시커먼 것이 덮치는 꿈이었다. 부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로 나가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딸의 소속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30분 전에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해있다는 소식이었다.

“너무 놀라서 저희는 가슴이 철렁했어요. 찾아가 보니 전치 12주 진단이 나왔어요. 나중에 현장에 가보니까 브레이크 라인이 없어요. 기사가 깜박 졸다가 그냥 그 속도로 받은 겁니다. 그런데 도로표지석 옆에 모래상자를 받았어요. 만약 도로표지석을 받았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합니다. 바로 그 시간에 저희가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도우신 겁니다. 그 체험을 통해서 기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서 전 차관보의 딸 탤런트 서민정 씨는 2002년 SBS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2006년 MBC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 출연해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전도하기 위해 많은 기도와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가장 큰 기도를 응답받았다.

하나님의 커리큘럼대로 산다
하나님의 커리큘럼 속에서 그는 한 단계씩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나아갔다. 이성적인 말씀과 신비한 기도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그는 신장암수술을 통해 더 깊은 데로 들어가는 은혜를 경험한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지 3년 동안 모든 일들이 잘 풀렸습니다. 목장에 나가면 다들 ‘이 집은 예수 믿고 나서 땡잡았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모든 일이 잘됐습니다. 그러면서, 기도생활은 했지만 깊은 회개의 시간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갑자기 암수술을 하게 된 겁니다. 큰 고통을 당하면서 그동안 은혜만 받았지 참된 회개를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캄캄한 병실에 누워 자신을 돌아봤다. 인간이란 존재가 대단한 것 같아도, 제 아무리 화려하고 눈부신 인생을 살았어도 플러그만 뽑아버리면 한순간 꺼져버리는 조명등이었다. 그 아래 ‘탕자’가 울고 있었다. 밤새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 하나님이 아침 햇살 속에서 그를 감싸주었다. 참된 평화가 온 몸에 퍼져나갔다.

“이 나이에 이렇게 하나님께서 제게 은혜를 베푸신 건 전도하라고 소명을 주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을 만나도 짧은 시간에 제가 겪고 깨달았던 이야기를 다 하기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책으로 냈어요. 종종 직장동료나 후배들이 ‘저도 이제 교회 다닙니다’, 라고 말해줄 때가 있어요. 그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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