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복음의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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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복음의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6.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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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르포//총회 방문단, '미답의 땅' 남미를 가다 (상)

대한민국의 반대편, 비행기로 꼬박 24시간을 날아야 도착할 수 있는 땅. 드넓은 아마존과 이구아수 폭포, 아름다운 우유니 소금사막 등 자연의 신비가 담긴 곳이자 화려한 축구선수들과 열정의 삼바축제가 떠오르는 땅. 바로 남아메리카 대륙이다.
남아메리카는 세계 6대륙의 하나로 12개 나라에 4억3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절반의 땅과 인구는 브라질의 몫이다.

보통 ‘남미’하면 얼핏 낭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가난과 슬픔을 간직한 땅이자 어느 곳보다 복음을 필요로 하는 땅이다. 풍부한 인구와 자원에도 불구, 대부분 소수가 부를 독점한 탓에 빈부격차가 심하고 여전히 백인을 중심으로 인디오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는 곳도 있다.

평생 한 번 밟아보기 힘든 땅 남미, 미답의 땅이라고 불리는 이곳을 이종승 총회장과 이경욱 사무총장이 찾아갔다. 너무 먼 탓에 선교사들만 외로이 고군분투 하는 곳에 깜짝 방문한 총회장 일행의 방문은 큰 힘과 용기를 준 사건이었다.

총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12일 동안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전응림 부회장과 함께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남미 3개국을 돌며 총회 파송 선교사들의 사역지 방문에 나섰다.

▲ 문태곤 선교사는 빈민지역 프란시스코모라토에 지교회를 세워 마약 중독자 갱생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불평등의 도시 ‘상파울루’, 그곳에 복음이
남미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만 하루가 지나서야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남미 방문단은 여독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도착 이튿날부터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역지 방문에 나섰다. 상파울루는 인구 1천2백만이 넘는 남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도시다. 3만 정도의 한인들도 이곳에 밀집해 거주한다.

상파울루 시내의 풍경은 화려하지만 지역 간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인간 개발 지수(HDI)로 볼 때 자르징 파울리스타와 피녜이루스 구는 스웨덴(0.956)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마르실락 같은 동네의 경우 몽골 수준인 0.701의 인간 개발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도시 안에서 거의 20~30년 정도의 수준차이가 나는 셈이다.

상파울루 인근에는 현재 총회 소속 선교사 3명이 활발하게 사역을 펼치고 있다. 브라질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회 선교사는 총 4명으로 늘지만 2억이 넘는 인구의 브라질 상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선교와 구제는 주로 빈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총회에서 첫 번째로 브라질에 파송된 문태곤 선교사의 임마누엘교회. 신기하게도 처음으로 남미를 순방한 이종승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와 같은 이름이다.

안정된 목회를 뒤로 하고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이자 ‘선후배가 밟아보지 않은 미답의 세계’인 브라질에서 사역을 시작한 문태곤 선교사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뒤 문 선교사가 발견한 돌파구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활용하는 것. 한국어와 현지어가 모두 능통한 이민자들과 현지에서 태어난 2세를 제자로 세워 브라질 복음화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맺어진 열매가 상파울루 임마누엘교회다. 1998년 교회를 설립한 뒤 20년 가까이 꾸준히 목회를 이어오며 신실한 제자를 세워가고 있다. 문 선교사는 “교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훈련된 일꾼”이라며 이들을 통해 브라질 복음화가 이뤄질 것을 기대했다. 

임마누엘교회는 지난달에 신축 건물로 교회위치를 옮겼다. 본당인 2층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먼저 완공된 1층에 공간을 마련해 예배를 드린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70~80명이 함께 착석할 수 있는 예배당이 마련된다.

건물도 올라가고 제자도 세워지고 있지만 문 선교사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다. 곧 다가오는 자신의 은퇴 이후 사역을 이어갈 후임자가 없는 것. 그는 “2억이 넘는 브라질에 총회 선교사는 4명이 전부고 그마저도 8년 전 입국이 마지막”이라면서 “세계에서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기로 손에 꼽히는 한국이지만 남미는 여전히 선교 불모지에 가깝다. 남미를 향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2016년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발표한 선교통계정리에 따르면 한국에서 라틴아메리카에 파송한 선교사의 수는 1,199명이다. 그러나 총회가 파송한 선교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국에 총 12가정뿐이었다. 복음의 열매를 맺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파송수였다.

▲ 상파울루 중심부를 벗어나자 곳곳에서 빈민촌이 눈에 띄었다.

방문단은 공사가 진행 중인 임마누엘교회교회와 선교 사역을 위해 기도했다. 이어 지교회가 있는 프란시스코모라토(Francisco Morato)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브라질의 빈민촌 파벨라(Favela)가 눈에 띄었다. 평소에 경제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산 중턱에 위치한 파벨라의 주택들은 대부분 짓다 만 듯 형체를 제대로 갖춘 곳이 거의 없었다. 평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브라질의 민낯을 들여다 본 기분이었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프란시스코모라토의 주변 풍광은 그보다는 조금 나았다. 마약중독자 갱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프란시스코모라토 임마누엘교회. 들어가기 전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프로그램 참석자들의 얼굴은 밝고 순수했다.

프란시스코모라토 임마누엘교회는 현재 협력 선교사인 오석환 전도사가 맡아 현지인 40여 명의 목회와 갱생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마약거래가 워낙 성행하는 탓에 마약중독자 갱생 사업은 거의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한국인 목회자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문태곤 선교사와 한인 성도들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프란시스코모라토에 방문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한다. 이날은 이종승 총회장이 교회에 전달할 쌀과 과자, 음료를 구입해 차에 가득 싣고 갔다.

이 총회장은 프란시스코모라토 임마누엘교회에서 시편 33편 12절을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하면서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도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 후 잘 살게 됐다. 브라질도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알고, 실천하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추수할 곡식은 많지만 거둘 이가 없다
방문단은 이후 상파울루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 잔지라(Jandira)로 걸음을 옮겼다. 인구 1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 잔지라에서는 임현조 선교사가 현지인 80여 명을 대상으로 목회에 열심인 곳이다. 

처음에는 교회만 개척하면 주민들이 몰려올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999년 개척한 잔지라선교장로교회는 한동안 임 선교사 가족 4명만이 예배를 드렸다. 임 선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현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뛰어들었다.

▲ 임현조 선교사가 세운 잔지라선교장로교회. 선교사 가족으로 시작한 교회는 이제 100여 명의 성도들이 모인다.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다 댕기모기에 물려 심하게 앓기도 했다. 아픔을 겪으며 한번 더 겸손을 배웠다. 그들을 이해하며 주민들의 삶에 녹아들기 시작하자 하나 둘, 성도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잔지라선교장로교회는 도심 속에 완전히 자리잡은 모습이다. 많을 때는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예배에 참석해 빈 좌석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2층짜리 본당에 교육관, 사택까지 모든 공사를 마쳤다.

교회 건축은 기적처럼 이뤄졌다. 교회 앞을 지나가던 낯선 사람, 청소부, 가게 점원, 교회 앞에 살고 있는 가족, 어린이 등 모두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회 건축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예산이 모이는대로 짬짬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남미 선교지에서 빠르게 건축을 끝낼 수 있었다.

교회에 들어서자 ‘SO JESUS SALVA’(오직 예수만이 구원자)라고 새겨진 현판이 눈에 띄었다. 임 선교사는 이곳에서 제자훈련과 성경공부, 주일학교를 통해 현지인들의 삶 속에 복음을 심고 있었다.

한국인이라고는 가족 4명이 전부인 외로운 환경을 견디게 해주는 건 현지인들 사이에서 맺혀지는 선교의 열매다. 교회 성도 중에서는 신학교에 진학해 선교를 돕겠다는 청년들도 꽤 나왔다. 불안정한 도시 환경과 질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들을 말씀으로 치유하는 주민들의 모습 속에서 소망을 발견해갔다.

임 선교사가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스포츠 선교. 그 중에서도 테니스를 활용한 전도다. 비싼 비용 때문에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테니스를 소개하고 교실을 열자 흥미를 가진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에 열리는 테니스교실에는 현재 수백 명의 주민들이 땀흘려 운동한다.

가까이 들여다본 브라질은 무지한 환상을 깨뜨렸다. 거리가 먼 만큼, 한국교회의 관심도 멀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많이 느끼는 이들은 바로 남미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다.

드넓은 대지, 2억 인구의 브라질에 4명의 선교사라는 숫자가 의미하듯 남미를 향한 총회의 관심은 상당히 부족했다. 선교지원을 약속했다가 거리가 멀어 찾아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약속을 철회한 교회도 있었다고 한다.

브라질 선교사들은 “추수할 곡식은 많고 기반 시설도 준비됐지만 복음전할 일꾼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임현조 선교사는 “다양한 선교 사역을 통해 복음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 파송한 선교사들의 사역지에 단기선교로 참여해 사역의 기쁨과 보람도 공유하고 전임 선교에 헌신하는 사역자들도 나오길 바란다”면서 “한국교회가 선교에 초점을 맞춰 더욱 강성해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 이종승 총회장은 나미 선교현장에서 헌신하는 선교사들과 브라질 복음화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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