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파고든 ‘동성애’…“동성결혼 왜 반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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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파고든 ‘동성애’…“동성결혼 왜 반대하죠?”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6.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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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동성애 옹호현상 심각, 교회의 대응방안은?

20대 동성결혼 합법화 66% ‘찬성’, 동성애는 사랑 81% ‘그렇다’

전투적 동성애반대운동, 감성적 청년층 공략에는 어려움 야기

“서로가 사랑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 할 문제인거는 아닌 거 같아요. 동성애자들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인데, 동성결혼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동성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학생 김보현 씨(22)는 이같이 답했다. 동성애에 대한 주변의 친구들의 생각도 대부분 우호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를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동성애는 그들에게 특이한 것도 유별난 일도 아니었다. 그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것처럼 ‘남남-여여’ 커플의 동성애도 존중받아야 할 사랑의 형태이자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라는 시각이 높았다.

▲ 젊은 세대에 갈수록 동성애 옹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에 대한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청년들 동성애에 대한 긍정인식 높아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동성애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교회의 전략적 대응이 요청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19~29세)층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이 66%로 매우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전체 성인남녀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이 크지만, 청년층에 가서는 완전히 역전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동성결혼 합법화에는 전체 성인남녀 34%가 찬성, 58%가 반대했으며 세대가 높아질수록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20대만이 유일하게 찬성이 반대를 앞섰다. 동성애가 ‘사랑의 한 형태’라는 인식에도 20대의 81%가 그렇다고 응답해 동성애에 대한 청년층의 긍정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보수적 유교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금기시 여겨졌던 동성애 문화가 감성적 접근을 통해 청년층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최근 서울 주요대학 온오프라인에는 익명으로 동성애자의 연애와 현실을 담은 고백의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15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게시판에는 동성 연인을 향한 사랑의 고백을 담은 대자보가 붙었으며, 이 글은 페이스북을 통해 1천회 넘게 공유됐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문화는 일반대학을 넘어 신학교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총신대학교에서는 지난 2015년 ‘동성애자 인권모임 깡총깡총’을 만들어, 성소수자 인권 차별을 대항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는 2013년 ‘무지개 감신’이라는 학내 성소수자 인권옹호단체가 만들어졌다.

‘무지개 감신’을 만든 감신대 이정한 학생은 “당시 차별금지법 관련 입법예고에 보수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기독교는 무조건 성소수자를 배척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막고, 성소수자 관련 담론을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취지로 동아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동성애 인식과 관련해 그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청년들은 동성애나 다른 사람의 성향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다 무관심한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어른세대보다 동성애문제에 개방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많은 청년들이 성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보다는 TV나 문화를 통해 접한 정보가 대부분”이라고 말하면서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구조가 변화하는 시대흐름 속에 성소수자 문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교회는 사회와 단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발행된 장로회신대학교 학보인 ‘신학춘추 114호’에서도 동성애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신문에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과 퀴어성서주석(QBC) 번역본 출간 기념행사 내용이 게재가 된 것이다. 또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와 함께 트렌스젠더 신혼집을 방문한 인터뷰 내용이 학보에 실렸다. ‘신학춘추’ 발행 후 교내에서 기사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자 학보 담당교수가 장신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도 발생했다.

10년 후 동성결혼 찬성여론 바뀔 수도

이렇듯 청년을 중심으로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후면,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여론이 찬성여론으로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01년 17%였던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이, 16년 만에 34%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비한 철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가운 사실은 한국교회가 동성애반대운동 전면에 나서면서 동성애의 위험성을 알리고,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최근 수년간 노력해왔음에 불구하고 젊은 층에게는 오히려 반감만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문제와 폐해를 알리는 집회를 주기적으로 열어왔으며, 범기독교단체가 연합해 지난해 12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이하 한동협)를 출범하고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주간에 맞춰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를 여는 등 건강한 가정문화를 수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벌여왔다.

지난 3일 서울역 광장에서 한동협은 결혼은 남녀의 결합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건전한 성윤리를 지킬 것을 촉구하며, 1만 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가정축제’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초기 서툰 대응과 과격한 언행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혐오의 대상으로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청년층과의 소통을 단절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회가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제대로 된 정보 전달조차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새로운 소통방법 마련 시급

한국교회가 동성애 관련 담론에서 청년세대와의 새로운 소통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석대학교 이장형 교수(기독교윤리)는 “성문화에 대한 개방성, 오해와 무지에서 기인한 젊은층의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동정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기성세대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동성애 문제에 대한 세대 간 격차가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청년들에게 보다 더 섬세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보수그룹도 동성애자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대전제로 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반대운동에서는 상당히 전투적”이라며, “아무리 좋은 논변도 설득력이 없으면 호소력이 없다. 하나의 도그마(독단)가 아니라, 고도의 아규먼트(논쟁)의 방법을 섬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동협 홍호수 사무총장은 “젊은 세대들이 영화나 TV 드라마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동성애 문화에 대해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교육현장에서도 대부분 동성애를 미화하는 내용을 교육하고 있는데 교회가 주일학교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주일학교 공과교재를 통해 동성애가 왜 신앙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가르치고, 건전한 윤리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며, “단체도 교회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건전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자녀교육방법을 홍보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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