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이사장 선출 앞두고 노사 ‘미묘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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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이사장 선출 앞두고 노사 ‘미묘한 신경전’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6.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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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에 대한 자격논란…절차대로 진행할 가능성 높아
▲ CBS는 라디오를 기반으로 TV와 인터넷 매체 등을 운영하는 종합 미디어그룹이다.

법정조사가 진행 중인 법인이사의 이사장 선출을 두고 한 연합기관이 고민에 빠졌다.

분명한 결격사유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선출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한국교회 덕을 세우기 위해 이사장 후보직의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신임 이사장 선출 작업에 들어간 CBS는 차기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자격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CBS 이사장은 사실상 종합언론사의 법적 대표를 맡게 되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다. 김 주교는 대한성공회가 위탁 운영하던 구리요양원 금품 상납 의혹과 성공회 빌딩 임대 관리 과정에서 재정 상납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 4월 주교직을 조기 사퇴했다.

그동안 청렴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교단을 이끌어 왔기에, 이번 사건은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성공회가 CBS 이사로 파송한 김 주교는 지난 2015년에 부이사장에 선임돼 2년간 활동해왔으며, 올해 2년 단임의 제28대 이사장에 선임될 예정이었다.

CBS 내부에서는 아직 결격사유가 확실하지 않고,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근상 주교의 이사장 자격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CBS 내부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반대하더라도 결격 사유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 절차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근상 주교가 아닌, B나 C안이 있다고 해도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인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CBS 이사장 선출 방식은 이사회 정관이나 규칙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그동안 이사회에서는 이사들의 추천을 받아 선거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했으며, 예장 통합, 감리교, 기장 등 한국교회 주요 에큐메니칼 교단의 파송이사를 중심으로 선출해 왔다. 현재 CBS 이사회는 한국교회 11개 교단에서 파송한 19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CBS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장 통합, 감리교, 기장의 한국교회 주요 진보교단이 돌아가며 이사장직을 맡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내부적인 합의를 통해 군소교단에서도 돌아가며 순서를 맡았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명확하게 지켜지는 사항은 아니기에 김근상 주교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예측하기에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타 교단의 파송이사 대부분이 임기 1년이 되지 않는 초선 인사라서 이사장직을 맡기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CBS 내부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CBS 노조측은 비위 논란 책임자가 이사장으로 선출될 경우 언론기관으로 대의적 명분과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CBS 노동조합(위원장:이진성)은 지난 4월 성명서를 통해, “재단이사장은 CBS와 한국교회의 대외적 얼굴이자 법적 대표”라며, “교단 내 불미스러운 일로 주교사임을 촉구 받는 인물이 CBS의 수장직을 맡는 것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위원장 이진성 PD는 “CBS가 언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사회 앞에 도덕성과 신뢰가 무기가 돼야 한다. 법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김근상 주교 본인이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후보직을 내려놓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와 교회에 개혁의 목소리를 내왔던 CBS로서는 논란이 있는 인사가 이사장에 선임될 경우 언론기관으로서 대사회적 신뢰나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고 노조측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 위원들의 피켓시위와 반대 성명 발표가 이어지는 등 반대여론이 강하게 일자 CBS는 당초 5월로 예정된 차기 이사장 선출을 위한 재단이사회를 두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현재 노조위원장과 이사회 대표 3인이 함께 선거과정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으며, 차기 이사회는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다.

더욱이 현 CBS 이사장인 류영모 목사의 임기는 올해 7월까지로 적어도 6월 말까지는 이사장이 선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이사장 대행체제로 가게 되지만, 현 CBS 부이사장 역시 김근상 주교가 맡고 있어 이번 이사회에서는 반드시 차기 이사장을 선임해야만 한다.

대한성공회 유시경 교무원장은 “CBS 노조에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후보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과잉반응으로 본다”며, “성공회 주교직의 조기사퇴는 교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인정한 것뿐이며, 금전관계나 이권문제에 대해서는 연루됐다는 결론이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부당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동안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해 적극적인 개혁의 목소리를 내왔던 CBS가 이번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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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몽우 2017-06-15 12:38:02
사실 여부는 수사로 가려질지라도 명백히 무죄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이사장을 맡으면 안되지요.cbs의 정체성 개혁이밎와 맞지 않고 선교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실제 이사장은 얼굴인데 얼굴이 확실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