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보완 위해 필요” VS “지금 유예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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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보완 위해 필요” VS “지금 유예 무책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6.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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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1일 예정된 '종교인 과세' 유예될까?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핵심관계자에 의해 약속됐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예를 추진해온 보수교계는 이 같은 정부 부처의 동향에 당혹스러워하며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언급된 핵심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김진표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예고된 내년 1월 1일 시행을 위해 준비절차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 위원장 “2년 유예”, 선 그은 청와대
지난달 28일 김진표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지금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경우 각종 갈등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이 분야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 (2년 유예) 법안을 제가 발의할 예정이며, 약 30여명 의원들이 같이 법안을 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와 미래목회포럼이 각각 주최한 포럼에서도 “종단마다 종교인 소득의 종류와 내용, 지급받는 방법이 다르다. 구체적 과세기준 없이 그냥 시행되면 갈등과 불공평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과세당국 실무자들도 이에 동의했다”면서 “종교인 과세를 계기로 정부가 종단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나라에도 그런 방식은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 앞서서는 지난 2월 문재인 후보가 한국교회연합 사무실을 내방했을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동행했으며 그 자리에서 2년 유예에 대한 의견교환을 한 바도 있다. 
그러나 김진표 위원장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입장이 발표되자마자,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이야기일 뿐, 청와대와 조율된 바 없으며 조금 더 살펴볼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후보자는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국세청과 함께 종교 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 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오는 7월 종교인 및 종교단체를 대상을 설명회를 준비하며 제도 시행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설명회는 과세 시행에 대한 안내와 종교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9~10월에는 세금납부를 위한 세부정보가 담긴 안내책자도 발행한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 안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교인 과세추진, 엇갈린 기독교계
지난 2012년 본격 논의될 때부터 기독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이 엇갈려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교회재정성건강운동 등은 찬성인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 기독교계는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근래에는 종교인 과세 자체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이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당장 시행하는 대신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김진표 위원장의 2년 유예는 보수교계 입장과 맞닿아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납세 의무 앞에 종교인도 예외 없다”면서 “5년이라는 충분한 기간 동안 준비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공평과세로 국민화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유예 입장을 비판했다. 

단체는 “지금이라도 국세청과 종단이 함께 과세기준을 상세하게 만들면서 된다며 한국교회가 솔선해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정부가 발표한 대로 시행할 경우 혼란과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유예 추진에 대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교연은 “시행을 불과 5개월 앞두고 7월부터 설명회를 갖겠다는 것은 종교계와 소통하기보다 일방적인 홍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리적인 의견 접근이 필요하다
1960년대 처음 제기됐지만 종교인 과세가 본격 논의된 것은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대다수 국민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세 자체를 반대하던 종교계는 부작용을 줄이거나 자발적 납세가 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납세 자체에는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여론이 강력하다 하더라도 정부와 과세당국은 종교계 안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종교계도 기존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소통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최근 SNS에 “종교인 소득은 2018년부터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소득세법 규정으로도 과세대상이었다. 종교인들이 근로소득이라는 세금 명칭에 가치관적 부담을 가지니 기타소득으로라도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인식변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장 2018년 시행될 경우 종교인 세금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또다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또 기타소득 과 근로소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사실상 특혜이다. 정부는 종교계를 상당히 배려했다고 추진 명분으로 제시하지만 오히려 세금을 내고도 비판을 받을 여지를 남겼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지적한 것처럼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 안에서 적극적인 준비와 대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진표 위원장이 2년 유예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안을 찾기 위한 합리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기독교계 안에서는 ‘자발적 납세’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실질적인 캠페인으로 전개해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목회포럼 박종언 사무총장은 “종교인 과세가 이슈가 된 것은 교회의 부패와 무관하지 않다. 종단이 납세의무를 이행하되 교단들을 중심으로 자발적 납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사무총장의 언급대로 사회가 종교인 과세를 요구하는 것은 교회의 현재 모습 때문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를 반대할 경우, 가장 환영하는 것은 경제적 착취와 불투명한 재산축적이 의심되는 특정 이단들일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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