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 아이와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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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학교, 아이와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만들어가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5.31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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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13//지적 장애인과 세상 이어주는 ‘성베드로학교’

지난 26일 성베드로학교(교장:박용숙)에서 바자회가 열리는 날, 교문 입구부터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입구에 들어서자 작은 화분들이 진열된 선반에 조그만 가격표가 보이고, 그 옆으로 수제 파이와 쿠키, 천연비누, 방향제, 향초가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진열돼 있다. 물건을 판매하는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로 서툰 모습이지만 커피를 내리고, 물건 판매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는 개교기념일인 5월 23일을 즈음해 매년 ‘바자회’를 열어오고 있다. 학부모회 주관으로 열리는 바자회는 직접 학생들이 참여해 물건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활동을 통해 학습적 효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미리 직업현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또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장애아동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의 현장이자 서로를 돕고 섬기는 따뜻한 나눔의 현장이 되고 있다. 

매일 듣는 수업이 아니라 교실 밖에서 진행되는 바자회에 마냥 신이 난 아이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웃음으로 가득하다. 학교 복도에서부터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서자 진열된 각종 선반 위에서 책과 화장품, 각종 생활용품들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학부모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함께 서로를 돕고 섬기는 성베드로학교 바자회가 지난 26일 열렸다.

서로 섬기며 돕는 바자회
한 초등학생의 손을 잡고 바자회를 둘러보던 교사가 “엄마가 뭐 사오라고 했어요?”고 질문하자, 아이는 쑥스러워하며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머리핀을 가리킨다. 가격을 물어본 교사는 아이의 지갑에서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도록 돕는다. 비록 작은 핀에 불과하지만 아이가 직접 구매한 선물에 기특해 하며, 기뻐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바자회 한쪽에는 학부모들과 함께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장애아동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이 물건을 직접 판매한다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난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 아래 돈을 받고 물건을 전하며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아동들의 표현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이날 바자회에서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이들이다. 학부모들 틈 사이에서 “여기 와보세요”, “이것 좀 사세요”라고 말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가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등학교 1학년 김가현 학생(17)은 바자회에 참여한 소감으로 “직접 직장인이 되어 취업할 때의 상황을 미리 경험한 느낌”이라며, “다음에 사회생활 하면서도 더욱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교사와 함께 물건을 구입하러 온 고등학교 2학년 윤종원 학생(18)은 “너무 즐겁다. 물건을 사고 학교에서 팔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신난다”며, “오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회 주관으로 치러지는 바자회는 학부모들의 단합과 소통의 시간이 될 뿐만이 아니라 교육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간단한 행위지만, 활동의 제약이 많고 자기결정의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 아동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느낌을 받고, 이후 가정에서 구입한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맡고 있는 최민식 교사는 “학교 생일을 기념해 열리는 바자회는 학부모, 학생, 교직원 모두가 함께하는 잔칫날이다. 학생들은 물건을 구매하기 전, 집에서 바자회에서 필요한 물품의 ‘구입목록표’를 작성해 오도록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순한 행사 같지만, 자신이 판매대에 가서 직접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지불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실제로 사회, 국어, 수학 등과 같은 교과목을 학습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베드로학교에서 초·중·고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은 ‘전공과’라는 1년 과정의 직업중심교육을 받는다. 현장 중심의 현장실습과 학생 개개인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선정해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시간이다.

최 교사는 “처음에는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들이 자기 몫을 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단순하지만 성실하게 직업인으로 생활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함께 서로를 돕고 섬기는 성베드로학교 바자회가 지난 26일 열렸다.

‘학부모’가 더욱 행복한 학교
성베드로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학교와 학부모가 유기적 소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부모 대상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학부모 간 서로의 문제와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아 어머니(50)는 “학교 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로 그동안 학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음식마당, 벼룩시장, 놀이마당 등을 바자회를 통해 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엄마들도 아이들을 키우며, 알게 모르게 분출하지 못한 욕구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아이와 부모가 서로 행복할 수 있는 행사가 바자회 시간”이라고 전했다.

지적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의 심정은 같은 장애아동의 부모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순간순간 아이들의 행동과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쓰지 않으면 당장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기에 하루하루를 전전긍긍한 마음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성베드로학교에 보내는 시간만큼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어 마음이 평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의 지원으로 학부모회에서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170여명의 회원이 소속된 학부모회는 매주 모여 플룻, 척추교정운동, 숲체험 등의 동아리 시간을 갖고 있다. 학교의 적극적인 후원과 관심으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욕구를 충족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 서로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또 학교는 장애 아동 한명 한명의 발달 상태와 장애 정도에 따른 개별화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발달장애 아이를 둔 남경빈 어머니(49)는 “일단 아이가 학교에 오는 것을 너무 즐거워한다. 학교 입학 당시에는 혼자 밥을 먹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혼자 밥을 먹고,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는 아이로 성장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그는 “학교의 설립정신에 따라 항상 학교에서 존중 받을 수 있는 아이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엄마들에게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랑과 섬김’의 기독교 가치로 설립
성베드로학교는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한다’라는 대한성공회의 신앙과 선교정신에 입각해 1974년 설립된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 26개 학급 180여명의 학생들과 90여명의 교직원들이 ‘서로 믿고,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자’라는 교훈 아래 한 마음, 한 몸을 이뤄 생활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베드로학교 전경.

기본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세우고 실천할 뿐 아니라 가정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 함양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함은 물론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함께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근 일반학교와의 통합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 적응과 장애아동 인식개선을 돕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1999년 성베드로학교 고등부는 인근의 유한공업고등학교와 현장체험활동 중심의 통합교육을 시작했으며, 이후 초등학교는 구일초등학교, 오정초등학교와 현재까지 매년 통합 활동을 실시해오고 있다. 꾸준한 통합 활동을 바탕으로 2011년도에는 인성계발실천사례연구대회 기관부문에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용숙 교장은 “우리 학교는 ‘이웃의 필요에 사랑의 섬김으로 응답한다’는 성공회 선교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학교로 장애학생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향상시켜 사회에서 존중받으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직원들이 사랑의 섬김으로 교육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베드로학교에서 교사들의 영성을 고양하고 학생들에게 복음의 가치를 전하는 ‘채플’도 빠질 수 없는 행사다. 

모든 교직원은 월 1회 정기채플에 참여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종교교과 수업을 통해 종교교육에 참여한다. 이 교육은 단순히 기독교에 한정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 기독교의 가치 위에서 성숙한 신앙과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과정을 포함한 과정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공연을 통해 예배를 드리는 문화예배를 절기별로 연 4회에 걸쳐 드리고 있다. 종교교육 담당 교사인 이민우 신부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사랑하며 함께 사는 이웃이 되도록 돕는 일이 기독교 신앙교육의 가치일 것”이라며, “단순한 교과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생활환경 속에서 만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하여 다른 교과와 마찬가지로 종교교육 역시 학생들의 삶을 고민하고 연계하여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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