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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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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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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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이나 교회 다니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이들까지 모두 다 아는 대표적인 말씀의 문화가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며!’ ‘오른쪽 뺨을 치면 왼쪽도 대준다며!’이다. 학교 동창들 같은 격없이 친한 사이들의 모임에서 으레 나오는 농이다. 그렇다고 이런 농으로 시험 들어 자리를 박차는 신앙인도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어느덧 기독교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시골은 말 할 것도 없고, 도심지에서조차 괭괭괭(굿하는 모습을 필자가 어렸을 적에 부르던 은어) 소리가 쉴 날이 없었던 나라였던 것을 보면 이적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주님께서 말씀하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실천할 수 있을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할 수 없습니다’다.  산상수훈, 특히 5장 39절부터 48절까지의 말씀은 아주 쉬워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현장에서는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말씀임을 고백한다. 

▲ 허진권, 책은 보는 것, 가변설치, 2017.

소개하는 작품은 지난 4월 27일부터 3일간 목원대학교 전시장에서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책은 보는 것’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할 때 설치한 전시장 풍경의 부분이다. 전시장에 설치한 회화 작품과 오브제들이 매우 다양하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PEACE’ ‘十’ ‘?’ 과 같은 글씨나 부호를 쓴 회화작품들은 벽에 걸려있고, 적도를 따라 ‘PEACE ’ ‘SHALOM’ ‘平和 ’ ‘평화’라고 손 글씨로 쓴 단색의 지구본, 묶고 본드로 칠하여 박제한 책,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장면을 주제로 한 회화작품들은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와서, 제2차 세계대전, 역사의 연구, 사상과 비평, 제5공화국과 같은 제목의 책들로 긴 다리를 연상하듯 설치한 동선을 따라가노라면, 앞서 말한 글씨를 쓴 회화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니 관객들도 어느덧 전시에 동참하게 된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가? 남북이 통일되는 것이 평화인가? 인류는 과연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고 끊임없이 질문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없는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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