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예배의 경계선에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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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예배의 경계선에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찾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5.25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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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넘어 소명’ 책의 저자 우병선 목사를 만나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
교회 담장을 넘어 일터에서 ‘소명’을 확인하는 법
복사기 앞에서부터 코람데오 정신이 시작되어야

“목사님들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 교인들은 밖에서 일하랴, 교회 오면 봉사하랴 쉴 틈도 없는데, 교회에 오면 짐 하나 더 얹고 출근하는 것 같다니까!”

많은 성도들이 주일날, 교회에서 은혜를 받고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지만, 각박한 생계의 현장에서 어떻게 받은 은혜를 적용해야 할지 모른 채 살아간다.

일에 지친 성도들은 교회의 예배와 봉사만을 강요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야속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돈벌이의 수단이며, 남은 전력을 모두 교회 일에 쏟아 붓는 것이 성도들의 당연한 삶일까.

▲ ‘생계를 넘어 소명’ 책의 저자 우병선 목사

일터에서도 빛과 소금으로 살고 싶지만, 막상 먹고 사는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우병선 목사(소명의교회)가 ‘생계를 넘어 소명(생명의말씀사)’ 책을 펴냈다.

우병선 목사는 생계와 신앙의 경계선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신음하고 있는 교인들의 고민을 풀어가고자, 직접 빌딩청소부로 북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살아가며 일터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소명을 책을 통해 풀어냈다.

18일 종로 토즈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우병선 목사는 “교회에서 악보를 복사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이고, 직장에서 서류를 복사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성도들의 이원화된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신학교를 진학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목사안수를 받은 우 목사는 특별한 사회경험 없이 교회 사역자로만 살아온 자신의 삶이 교인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우 목사는 “사회경험이 없었기에 심방을 가도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도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이 될 수 있다는 기독교세계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며, “생계와 신앙의 경계선에서 신음하는 성도들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그는 빌딩사무실 청소부 일을 시작했다. 작아 보이는 청소부 일이라고 할지라도 소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면, 이 세상 어떤 일 못지않게 존귀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바람에서다. 1년 여간의 청소부 일을 마친 그는 자영업(북카페운영)을 통해 생계의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우 목사는 “직접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 교회 담장을 넘어 물질세계를 관통하는 생계의 현장에서도 현존하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나님을 직접 체험하게 됐다”며, “책에는 생계의 현장에서 몸소 겪고 누린 통찰과 고백을 담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직업과 일이 생계의 수단에 머물지 않고, ‘소명’의 즐거움으로 인생을 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는 택함 받은 백성’이라는 끊임없는 자각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대다수 교인은 세상적으로 큰 성공(특히 물질적 풍요로)을 이룬 삶이 소명의 삶, 또는 소명의 결실을 얻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인 모두를 각자의 삶의 자리로 부르셨습니다. 그곳에서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그 마음으로 주어진 직무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소명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예수님을 만났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 분명히 있으며, 자신의 소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심’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 목사는 “소명은 교회 담장을 넘어 일터로 흘러가야 하는 것”이라며, “복사기 앞에서 코람데오 정신이 시작될 때 우리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된 삶을 살 수 있다. 교회의 목사직만 거룩하고 교회 밖의 직업은 덜 거룩하거나 세속직이라는 이원론적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여기서 생성된 자긍심은 아무리 팍팍한 삶의 현실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 나라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즐거움으로 생계의 고단함을 넘어 ‘소명’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내 의지로 이것을 이루어갈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하나님의 의를 구하며 겸손하게 엎드리는 일이다.

우 목사는 “이 책은 일터에서 소명의식을 잃어버려,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과 그로인한 죄의식, 비교의식에 지쳐있는 성도들을 위한 책”이라며, “더하여 성도들의 삶의 터전을 이해하고 싶고 지쳐있는 성도들에게 소명의식을 일깨우고 싶은 목회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책의 추천사를 전한 송태근 목사(삼일교회)는 “진정한 예배자는 교회에서의 예배가 가정과 일터, 캠퍼스로 확대되어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사람”이라며, “삶의 현장을 두루 경험하며 발견한 저자의 소명에 대한 통찰이 일상의 의미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금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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