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기독교 대북사업’ 다시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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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기독교 대북사업’ 다시 시작되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5.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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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교류 확대”…기독교계, 대북지원 활성화 기대

통일부가 “남북 간 민간교류 등에 관해서는 국제 사회의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한국교회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통일부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으며,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 연락채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북 간 군 통신선 복구를 위해서도 여러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2일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하고 실천배치 한다고 하는 등 도발을 하는 데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기존 정책기조를 고수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서도 북핵 문제해결과 연계해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의 이러한 입장은 군사용 전용 가능성이 없는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기독교계 안에서는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민간교류는 승인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취해왔다. 

현재 통일부는 우리민족서로돕기 등 현재 신청이 올라온 10여건을 대상으로 교류 승인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말을 전후로 결정 여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북 민간단체, 통일부 입장변화 환영
일단 대북 인도적 지원 민간단체들은 통일부 정책적 입장 변화에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당장 대북 지원을 재개하기 어려워 일단은 과거 추진했던 대북지원사업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름이 오기 전 예방접종 지원이나 농작물 재배 등에 맞춘 지원 등은 서둘러 통일부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55개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조만간 회원단체들이 모여 향후 활동계획과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북민협 곽영주 운영위원장은 “개별단체별로 인도적 지원사업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협력파트너인 민화협과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단 만나야 할 것으로 보이며, 통일부에는 접촉신고를 이미 넣었다”고 밝혔다. 

새누리좋은사람들 박현석 사무총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위한 국제단체와 한인 사회 협력을 위해 방미 중 통일부 발표를 들었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물댄동산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이 환영할 일이며, 국제정세에 맞춰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접근이 북한의 틈새를 여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나핵집 위원장은 “기존 대북제재라는 정책기조는 북핵능력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켰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는 악화되도록 했다”면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우선 우리 민족이 서로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새 정부의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교회협은 지난해부터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사전접촉 신청을 제출했지만 번번히 통일부에 의해 거절돼 왔다. 더구나 통일부는 중국 심양에서 조그련 대표단과 회담한 교회협 화해통일위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압박을 하기도 했다.

나핵집 목사는 “최근에도 중국 심양에서 조그련 대표단을 만났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남북한 교류를 위한 방침을 서로 확인한 만큼, 향후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관련 협의를 위해 다시 만나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북 민간교류 시스템 되살려야
남북한 민간교류가 확대될 경우,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도 과거 추진해온 대북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북지원 사업을 위한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에서 이를 복구하는 노력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장 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이형채 목사는 “우리 교단은 세 루트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교류 협력이 어려워 제대로 가동이 어려웠다”면서 “이제부터 교단 안에서 고민을 하면서 실질적인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합총회는 최근 호주 별빛재단을 통해 3만불 상당의 인도적 지원물품을 북한에 전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교단들은 대북지원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모 교단 대북지원 담당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후까지도 통일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 전해 듣지 못했다면서, 대북지원을 위해서는 통일부가 주선하는 모임에서 소스를 얻고 나서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교단 뿐 아니라 기독교계 민간단체들의 경우도 지원사업 실무를 갖춘 전문성 있는 인력들을 확충해야 하는 것도 과제이다. 지난 9년간 민간단체 대북교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많은 인재들이 생계를 위해 현장을 떠나야 했다. 

민간단체들도 북한이 아닌 중국이나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제 3국에서 활동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했던 만큼 환경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민협은 내달 실무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예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과정이 더 확대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안인섭 교수(총신대)는 “기독교 통일학자들은 햇볕정책이었든 대북 강경기조였든 북한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만큼은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하며, 그것이 성경적 관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북핵을 개발하는 군부와 굶주리고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구분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또 “군사적 전용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에 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하겠지만, 기독교가 주민들을 돕는 일에 조건을 붙인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데 여건을 따져가며 돕는 것 같은 일”이라고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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