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구원의 길’ 찾게 하는 ‘생활문학 전도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학을 위해…초우문학회 대표 문복희 교수 이성원 기자l승인2017.05.24 16:38:36l수정2017.05.24 18:25l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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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사회를 지칭하는 ‘문단’은 그들만의 제단이다. 그 제단은 등단한 문인들만이 문학의 열매를 향유하는 ‘당신들의 천국’이 될 때가 적지 않다. 가천대학교 문복희 교수(한국어문학과)는 등단 문인이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학의 유익을 누릴 수 있는 생활문학, 국민문학의 시대를 열고 싶었다. 

대개 기존 문학회들은 등단 작가들끼리 모이든지, 아니면 아예 일반인들의 취미모임이든지, 둘 중 하나였다. 그는 담을 허물었다. 자신의 호를 따서 만든 ‘초우문학회’에서는 등단 작가와 일반 문학 애호가들이 씨줄 날줄처럼 엮여졌고 여기서 ‘작품’이 잉태됐다. 골짜기는 돋우어지며 언덕은 낮아졌다.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 모임에서 벌써 40여 명의 ‘작가’가 배출됐다.

▲ 가천대학교 문복희 교수는 문인들만의 문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학이 될 수 있도록 ‘생활문학 운동’을 펼치며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기쁨으로 살고 있다.

높은 문단의 벽을 허물고
“초우문학회는 ‘생활 속의 문학, 문학의 생활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생활문학은 높고 낮은 세상적 편견을 뛰어넘어 사람의 가치를 찾아주고 인정해줍니다. 힘들고 절망스러운 생활 속에 있던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되찾게 해줍니다. 대학을 못 나왔든지, 나이가 많든지, 어떤 직업을 가졌든지, 누구나 문학을 통해서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초우문학회는 문 교수가 매주 강의하는 가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창작반, 또 그가 장로로 섬기고 있는 은평감리교회의 시창작반, 그리고 매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 옆 예술가의 집에서 하는 무료공개강좌 초우아카데미에 참석하는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 기존 문인들이 동참하면서 다채로운 문학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27년째 대학 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쳐온 문 교수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문학이론을 가르치며 이들이 가져온 작품들을 꼼꼼히 첨삭 지도해준다. 매년 문학지를 낼 때마다 이들의 작품이 여기 실리게 되는데, 명망 있는 작가들과 함께 실린다는 것 자체가 일반 애호가들에겐 큰 자극과 격려가 된다. 

“저희 문학동인들 중에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분들이 많아요. 평생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살아왔는데 노년에 들어 빈껍데기 같은 자기의 인생에 우울증이 걸렸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분이 있었어요. 그때 문학소녀였던 꿈을 찾게 된 겁니다.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 시인이 되셨고요. 삶의 의미를 회복했죠.”

지금까지 중견작가 이승하, 정끝별, 김현자, 용혜원, 박덕규, 김윤환 같은 문인들이 이곳을 다녀갔는데 문 교수의 ‘생활문학’의 정신에 공감하고 모임에 활력을 느낀다며 초우아카데미 고문까지 맡으며 지속적으로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이 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동화 등 여러 장르를 다루고 있고 그 동안 많은 동인들이 생겨나 매년 10월에는 ‘한마당 축제’를 열고 전국에 있는 200여 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 축제를 벌인다. 매년 문예지 발간, 동인지 발간, 문학기행, 시낭송회, 출판업까지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 초우문학회 동인들의 모습

시 한 구절로 달라진 ‘운명’
“교회에서 시창작반을 지도하는 것도 장로인 제겐 참 큰 의미가 깊어요. 김영헌 담임 목사님과 많은 교우들이 지원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그 동안 문학을 통해서 교우들의 신앙이 더욱 깊어지게 됐고요, 참여하는 분 중에 10프로 정도는 비신자들인데 교회 문학강좌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믿는 일들도 생겼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그동안 교회에서만 등단 시인 12명이 배출됐다. 그중에 80대 노인 한 분의 사연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반신불수의 아내를 남편이 16년간 수발했다. 그러나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 이 분은 실의에 빠졌고 자살을 결심했다. 교회 카페에 비치된 문 교수의 시집을 우연히 펼쳐들어 읽다가 죽으려던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분이 제 시집 ‘첫 눈이 오면’에 있던 ‘치자꽃’이라는 시에서 ‘살아도 죽어서도 손에 꼭 쥘 하얀 보석’이란 구절이 맘에 확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랍니다. 나도 죽지 않겠다, 살아도 죽어서도 보석 같은 존재가 되어야겠다, 이런 다짐을 하고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때부터 교회 시창작반에 참석한 그는, 6년 만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주변 교우들은 ‘6년 근’이라고 놀리면서도 모두 진심으로 축하했다. 시창작반은 교회 예배순서 중에 시낭송 순서를 맡아 참여하기도 한다. 시낭송 때면 짧은 시에 농축된 한 크리스천의 절절한 애환과 솔직한 신앙고백에 눈물을 훔치는 교우들도 보인다.

문 교수는 남편 이문희 장로와 함께 드물게 ‘부부장로’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도 ‘문학적’이다. 오랫동안 프로포즈를 받았던 문 교수는 남편의 끈기에 반하여 13년 째 결혼을 결심한다. 딱 한 가지 조건은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것. 

대개 이런 경우, 남자들은 결혼을 목적으로 그 자리에서 쉽게 다니겠다고 대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편은 달랐다. 생각해본 후에 답해주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열흘 후에 다시 만난 모래내 오두막 다방. ‘딱지 맞았구나’ 하는 마음으로 먼저 나가 있던 문 교수 앞에 남편이 나타났다. 표정을 보니 ‘안 하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결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잖아요. 너무 고마워서 울었어요. 제가 결혼 안하겠다고 버텼던 것도 잊어버리고요. 그 후로부터 정말 교회를 열심히 다녔어요. 저보다 더요. 그러더니 장로로 임직됐고요, 저는 5년 후에 장로가 됐죠.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는 말씀대로죠.”

‘부부장로’의 가장 감사한 일
모태신앙이었던 문 교수와는 달리 철저한 유교 가문이었던 시댁이었기에 두 사람은 시부모님의 구원이 간절한 기도제목이었다. 종갓집이라서 제사도 많았고 그때마다 마음의 고통이 심했다. 장로가 된지 3년 쯤 지났을 때, 남편은 승부를 걸었다. 

“작심 하고 목숨 걸고 남편이 시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아들이 장로인데, 아버지가 교회 안 나가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요. 나가지 않으시면 다시는 못 오겠다고요. 참 어려운 말씀을 드렸는데요, 뜻밖에 아버님이 그 자리에서 ‘알았다, 나가겠다’고 대답하셨어요.”

부모님들은 장로 아들의 변화에 이미 놀란 터였다. 이 장로는 예수 믿기 전까지는 술은 물론 담배에 절어 살 정도로 골초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교회를 다니면서 싹 끊어버리는 아들을 보고 아버지는 놀랐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길래 너 같이 술 잘 마시고 담배 많이 피던 사람이 다 끊었냐, 연구대상이다”라고. 철저한 아들의 신앙생활에 부모님은 이미 마음이 반쯤 열려있었던 것 같다.

“두 분이 그 다음 주부터 교회 나가시고 나중에 권사님, 집사님 되셨어요. 교회 나가신지 2년 후에 아버님이 작은 아버지들을 다 모아놓고 제사 안 지낸다고 선포하시고 추도예배로 다 바꾸셨죠. 정말 놀라운 일이죠. 제일 감사한 일입니다.”

‘초우’란 처음 ‘초’에 더욱 ‘우’자, ‘처음처럼 더욱 더’라는 뜻이다. 무엇에든지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적이며 늘 신앙의 첫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어울리는 호다. 평생 문학을 가르치면서 박제된 학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구현되는 문학의 힘을 나누고 싶다는 그의 꿈은 오늘도 계속된다.

“세상사는 게 늘 각박하잖아요. 이런 때에 아침에 시 한 두 편만 읽고 하루를 시작해도 그날이 달라집니다. 국민 정서 차원에서도 문학을 생활화하여 모든 국민이 문학을 통해 정서가 순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이들이 문학을 통해서 하나님과 더 깊이 교감하게 되는 게 저의 꿈입니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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