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합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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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합의 목적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5.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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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각 종교 수장을 초청할 때 개신교는 누가 나갈까요?”  

통상 대통령은 취임 후 3대 종단 대표를 초청한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이 세 종단이 대상이다. 가톨릭은 추기경도 있고, 심지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주교는 이미 교황청 특사로 임명됐다. 불교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대표성을 갖는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현재 자승이 맡고 있다. 

그런데 개신교는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합기구 자체가 에큐메니칼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그리고 중도를 표방하는 한국교회연합이 있다. 그런데 종단 대표 한명씩을 부르는 자리에 개신교는 세 단체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심지어 한기총은 대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새정부가 개신교 파트너를 찾는 일은 상당히 고민스러운 난감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교단장회의가 창립한 한국교회총연합회가 법인격을 갖추고 독자노선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차라리 제3의 기구가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연합의 목적’이다. 2011년 한교연이 창립될 당시, ‘한기총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에는 새로운 연합기구 창립을 통해 곧 실직자가 될 교단 정치 목사들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속내가 있었다. 목적이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교연은 지금 교단의 외면을 받고 있다. 

물론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어려워진다면 새로운 연합기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만드는가’ 목적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무엇을 위해’, ‘왜’, ‘어떻게’ 연합해야 하는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사심이 들어가선 절대 안 된다. 누군가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도 안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끝이 좋을 수 없다. 

연합은 목적이 중요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시키던, 새로운 연합기구를 창립하던 그 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 목적이 없는 연합은 길을 잃게 된다. 지금의 한국교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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