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십자군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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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십자군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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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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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십자군 운동(3)

‘군중 십자군’의 참패에 격분한 교황청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봉건 기사군인 프랑스 정규군을 중심으로 제1차 정식 십자군 출정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제1차 십자군(1096~1099)은 이렇게 유럽 봉건 귀족들에 의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감독 아드헤마르를 보냈습니다. 헤르미트의 베드로가 인술한 군대가 선봉으로 출발했고, 블로뉴 백작 가문의 차남인 부용의 고드프루아, 그의 동생인 볼로뉴의 보두앵, 툴루즈의 레몽, 블루아의 스테판, 타란토의 보에몽 등 주로 프랑스 출신의 영주들이 이끄는 군대가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모여들었고 이들은 콘스탄티노플을 거쳐서 1097년 6월에 니케아를 함락시켰습니다.

허를 찔린 투르크군은 도릴라이온에 약 3만의 병력을 집결시켜 습격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십자군 쪽이 허를 찔렸으나, 약 1만을 이끌고 앞서 진군 중이던 보에몽은 침착하게 방어전을 전개했고 결국 고 드프루아와 레몽의 군대가 도착해 셀주크군의 측면을 찌를 때까지 버텨냈습니다. 하나로 합친 십자군은 매섭게 역습했고, 투르크군은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십자군은 아나톨리아로 거침없이 진격할 수 있었고, 1098년에는 보두앵이 에데사를, 보에몽이 안티오크를 공략해 모두 점령했습니다.

마침내 1099년 6월, 성도 예루살렘의 성벽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한 달 정도 계속된 공성전에서 보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십자군은 고통이 심했으나 성경 속 여리고 전쟁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은 맨발로 예루살렘 성벽 주변을 돌며 찬송가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하며 사기를 북돋웠고, 제노바의 보급선이 도착하여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수비대는 ‘그리스의 불’까지 동원하며 악착같이 저항했지만, 7월 15일에 블로뉴 백작 가문의 차남인 고드프루아가 최초로 예루살렘 성벽을 넘어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홍수가 제방을 무너뜨리듯이 성스러운 도시는 십자군 군병들에게 함락되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을 탈환한 십자군은 무자비한 살인과 약탈을 일삼았습니다. 노인도, 여자도, 어린애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무슬림은 물론 유대인들도 십자군의 칼부림에 쓰러졌습니다.

이슬람 최초의 사원인 알 아크사 모스크에도, 유대인들의 시나고그에도, 천 년 전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넘었다는 길에도, 예외 없이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쏟아지고, 넘쳐흘렀습니다. 성 안은 온통 시체로 뒤덮여 시체를 밟지 않고는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톱으로 죽은 사람의 배를 갈라보는 십자군 병사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약탈을 모면하기 위하여 금은보화를 삼켜서 뱃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낯선 땅에서 오랫동안 힘든 싸움을 하며 쌓인 울분과, ‘이들은 이교도다’라는 의식이 정복자들의 이성을 마비시켰습니다. 광란의 학살극은 불과 몇 백 명의 생존자들을 남겨둔 채 일주일 만에 가까스로 멈춘듯했으나, 그들은 도시를 뒤덮은 몇 만 구의 시체들을 치우는 일에 동원되었습니다. 일이 끝나자 그들 역시 시체더미 위에 쓰러졌습니다. 그렇다면 십자군은 왜 그렇게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게 됐을까요? 그것은 당시 설교자들이 십자군 동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성지 탈환의 타당성 외에 동방의 금은보화와 미녀에 대해 선전했기 때문에 당연히 십자군 중에는 물질적 탐욕을 목적으로 한 불순한 건달들이 많아서 그런 만행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십자군 동원의 효과를 위하여 성지회복의 당위성을 설교할 뿐 아니라 동방에 금은보석 및 온갖 재화가 수없이 깔려있음을 들어 사람들의 이기심을 충동질하기도 했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잘못된 수단이 동원됨으로 불행한 사태가 초래됐던 것입니다. 이렇게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손에 넣었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부용의 고드프루아가 ‘성묘의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예루살렘 왕국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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