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교회, ‘일터신학-전문성’이 성패 좌우

‘카페 교회’ 목회적 대안인가? 공종은 기자l승인2017.05.24 11:11:19l수정2017.05.27 10:30l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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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점에서 월등하지만 3년 이상 운영 필요

‘카페 하다 안 되면 교회’라는 생각 버려야

카페 바실레이아(Bassileia, ‘하나님의 나라’를 뜻하는 희랍어)는 세상에 녹아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거대한 아파트 숲이 끝나는 지점, 거기서 낮게 몸을 드리우고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공아파트 5단지 상가에 자리잡은 바실레이아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위치를 묻는 기자에게는 찾기 어려운, 숨어 있는 곳이었지만, 인근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마고도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벌써 소문난 곳이었다. 코코아 색감의 앞치마를 입은 홍인호 목사 또한 카페 바실레이아를 경영하는 대표의 모습이었다.

카페 교회, 10여 년 전부터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 한풀 꺾였다고들 말한다. 그 숫자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카페다운 교회만 살아남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교회이면서 카페로서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철저한 ‘일터신학’ 정립

‘카페 교회’의 가능성, 그리고 대안 목회에 대한 목회자들의 소망에 대해 홍 목사는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카페나 커피숍처럼 사람들과의 접촉점이 많은 곳은 없다. 환경은 변하고, 그 변화를 관찰하고 체감하는 동안 목회적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는 진단.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아니며, 오래 기도하면서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 형제 자매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경영과 목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면 그만큼의 눈물과 노력이 필요하다.

▲ 카페 바실레이아 대표 홍인호 목사(왼쪽)는 김용은 선교사(오른쪽)와 함께 협동조합인 형제상회와 바실레이아 2014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런 대답을 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카페 바실레이아를 열고 3년이 지나오는 동안 손님들과 친구가 됐고, 이들이 주일이면 함께 삶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그렇다고 기존 교회에서의 사역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7년 동안 사역했지만 전통적인 목회에 대한 한계만 경험했다. ‘땀 흘리는 목회’, ‘설교에 땀냄새가 나야 한다’는 생각이 촉발점이 됐다.

홍 목사는 카페 교회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일터신학’과 ‘전문성’ 두 가지를 꼽았다. ‘일터신학’에 대한 강조는 카페 교회를 자비량 목회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지금 카페 시장은 전쟁터. 홍 목사는 목회자들이 이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목회자들이 ‘카페 하다가 안 되면 교회로 운영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들이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는다.

교회 이전에 철저하게 카페로 존재하고 자리매김 한 후, 그 속에서, 일하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고,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 자체로 복음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홍 목사의 생각.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미국 바키대학교 그웬 듀이 부총장은 “우리가 일터에서 하는 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계획하신 것에 반응하는 태도이자 행위이므로 일 또한 예배”라고 했다. 그리고 “일상의 일터에서의 기독교 윤리를 삶의 실제적 모델을 가지고 가르치는 사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 목사는 “무엇보다 카페로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카페로서의 전문성이 결여되면 자영업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영업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자비량 목회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나만의 컬러 ‘전문성’ 중요

▲ 홍인호 목사는 카페 교회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컬러와 카페 경영을 위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 목사는 자신만의 커피를 블랜딩 할 수 있는 실력자다.

“카페 교회를 시작하려면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 합니다. ‘나만의 커피’를 블랜딩하고 내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홍 목사의 두 번째 조언은 ‘전문성’. 3년째 바실레이아를 운영하고 있는 홍 목사는 자신만의 커피를 블랜딩 해낼 수 있는 실력자. 이것이 카페를 지금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를 찾는 단골손님이 생겼고, 이들이 주일이면 예배의 자리로 나아왔다.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 직업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어야 합니다. 전문성이 없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만의 컬러를 가져야 하고, 최소한 3년 정도는 견디며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기다 1억이 넘는 창업비용이 들어가고, 중노동입니다. 보기에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 자기만의 컬러가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홍 목사는 “커피는 소통”이라고 말한다. 결국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카페 교회는 제대로 된 교회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카페 교회는 소통이 기반돼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가 되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카페로 운영되는 공간이 주일에는 예배당이 된다. 손님으로 얼굴을 익히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고정적으로 출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여기서 사람들은 삶의 울림이 있는 영적 깨달음들을 나누고 기도한다.

홍 목사는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다. “직업에 대한 이야기, 그리스도인으로서 일하는 데 대한 욕심들을 이야기하죠. 저는 카페와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이런저런 고민들과 일상적인 것들을 나누는데 그걸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줍니다. 그리고 말씀을 통해 서로의 삶을 적용해서 나누고, 개인의 기도 제목들을 나눕니다.”

말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입을 닫고 귀를 열었을 때 사람들이 찾아온다. 홍 목사는 카페 교회 목사는 ‘듣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듣는 것은 공감하고 소통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고, 대답과 위로 또한 충분한 들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형제상회-바실레이아 2014’ 프로젝트

바실레이아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커피가 있다. ‘차마고도커피’. 중국 운남 산족 협동조합인 형제상회에서 생산한 후 한국의 바실레이아에만 독점 공급하는 원두로 생산한다. 차마고도는 내추럴 방식으로 로스팅하는 고급 원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퇴비로만 생산하는 100% 유기농 커피다. 지금까지는 오직 바실레이아에서만 맛볼 수 있다.

“차마고도는 아프리카적인 향이 짙고, 고소한 맛이 특징인 원두입니다.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커피 이상으로 선호할 정도로 매력적인 커피죠. 중국에서도 내추럴 방식의 고급 원두를 생산하는 곳은 운남 형제상회밖에 없습니다.”

▲ 카페 바실레이아. 이곳에 자리잡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마고도커피'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차마고도커피’는 이 원두를 맛본 홍 목사가 직접 이름 붙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바실레이아에서 판매한 결과, 1킬로그램 단위로 로스팅하는 원두가 당일에 다 소진될 정도로 인기 아이템이 됐다. 홍 목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차마고도의 우수한 품질과 맛을 보급하기 위해 협동조합인 ‘형제상회’를 만들었다. 형제상회는 카페 바실레이아와 협업관계인 김용은 선교사와의 동역 프로젝트. 중국 운남 산족이 운영하는 커피농장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커피를 직수입해서 공급하게 되는데, 현재 카페와 가까운 곳에 장소를 마련하고 로스팅을 비롯한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바실레이아 2014’로 협동조합 형식의 카페도 개설한다. “바실레이아 2014는 자비량 선교사와 카페를 열기 원하는 목회자와 일반인들 교육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경제활동이 선교활동으로, 혹은 목회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죠.”

카페 바실레이아 홍인호 목사는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촬영을 하면서 모자를 페도라로 바꿔 썼다. 멋도 아는 사람이었다. 카페 교회를 하려면 이 정도 멋은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듯이….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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