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공포? 사용하는 사람의 윤리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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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공포? 사용하는 사람의 윤리가 더 중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5.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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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인간의 자리 위협하는 기술, 바람직한 크리스천의 자세는?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 우려 낳기도
인공지능을 개발·평가하는 것은 결국 사람
기술 자체보다 사용하는 사람에 주목해야

4차 산업혁명이 세간의 화두다.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거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한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 치러졌던 19대 대선에서도 후보들 사이에서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하는 인공지능은 가장 혁신적인 기술인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하는 생명윤리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문제는 크리스천들이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18일,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크리스천의 관점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공동대표:함준수)는 온누리교회 양재 드림홀에서 ‘인공지능(AI)의 이해와 생명윤리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2017 생명윤리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칼빈대 역사신학 유창형 교수의 사회로, 박상은 샘병원 원장과 한동대학교 교양학부 손화철 교수가 발제에 나섰고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전 회장과 명지전문대 엄주희 겸임교수의 논찬이 이어졌다.

인공지능, 로보사피엔스의 서막인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박상은 원장은 먼저 기술의 발전이 야기하는 윤리적 쟁점에 대해 짚었다. 최근 개발되고 상용화되는 기술 중 생명윤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유전자 조작 기술. 여태까지의 생명공학은 유전자 조작 식물과 동물 복제 등에 그쳤지만 이제는 ‘세 부모 아기’와 같이 사람에게까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윤리적 문제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군사로봇 분야와 서비스 로봇 분야다. 특히 인공지능을 갖춘 군사로봇은 인공지능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박상은 원장은 “미국은 이미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춰 적을 찾아내 살해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테스트를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군사로봇이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을 경우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로봇에게 어느 정도의 자율성 부여가 바람직한지 등에 대해 윤리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인공지능으로 인해 윤리 문제가 대두되는 분야는 서비스 로봇, 구체적으로는 섹스 로봇이다. 미국의 아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s)사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 로봇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외양뿐 아니라 말과 행동까지 인간과 흡사한 섹스 로봇이 사람을 사물로 간주하고 열등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은 원장은 기술에 대한 접근 방법과 관점을 바르게 정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세상의 상대주의 세계관은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인간이 생명을 지배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지만, 크리스천의 절대주의 세계관에서는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며 한 생명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서 “세상의 가치관으로 기술의 발전이 지속된다면 결국 인간의 존엄성의 경계가 흐려지고 말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멈출 수 없다면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철학적·신학적 물음을 견지하고 철저한 가이드라인과 법규를 마련해 인공지능이 안전하고 이롭게 사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자리
인공지능을 시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1등 공신은 단연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다.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 9단의 패배는 몇몇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마저 불러 일으켰다. 생산력부터 기억, 연산, 그리고 판단에 이르기까지 더 뛰어난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는 요즘, 인간의 설 자리는 어디일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에 대해 그래도 인간이 기계보다 우위에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창의력, 상상력, 도덕성과 같은 영역은 인공지능이 구현할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다는 것.

하지만 손화철 교수는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매일 아침 신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인간이 도덕적이라고 말하기 부끄럽게 만든다”면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자명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굳이 인간의 우월성을 애써 강조하려다보니 부작용을 낳는다”며 인공지능이 초래할 상황을 인간과 기계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결국 기계든 기술이든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고 인간이 인공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윤리와 가치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 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오늘날의 핵무기는 옛날의 칼과 총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빠르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기술이 발전될수록 기술이 부도덕에 노출됐을 때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 또한 커지는 것, 그리고 이는 인공지능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손 교수는 기술 발전 자체를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이 세워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 기술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이 기술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탱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 기술이 기존의 기술격차를 완화시키는가 △이 기술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과 공존에 도움이 되는가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이어서 “기술이 인간의 지배를 벗어낫다고 보는 기술 혐오주의나 기술의 발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 급급한 우리 시대의 모습 모두 바른 시각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크더라도 기술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분석, 평가하는 것은 결국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에게 어떤 판단까지 맡길 수 있는지, 인간이 해야만 할 판단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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