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에서 거주하는 도리스(가명) 씨는 17세 소녀이다. 도리스 씨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였다. 도리스 씨는 지난 2014년에 전시 성폭력 피해로 여자 아이를 낳고 길렀으나, 생후 1년 7개월 째 여자 아이 역시 전시 성폭력 피해자가 됐고, 목숨을 잃었다. 도리스 씨는 정신적인 충격에 빠졌고, 얼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계 각국에는 내전 및 IS 무슬림 등으로 인해 전시 성폭력 피해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일제시대에 위안부라는 동일한 아픔을 겪었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서울 마포구에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을 세웠다.
박물관이 개관한 지 5주년이 되는 올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윤미향, 한국염)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관장:김선실)은 이를 맞이해 지난 12일 서울글로벌센터빌딩에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시 하 여성폭력에 맞서는 기억과 연대’란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니마 루쿵후 나디네 의사(콩고민주공화국 판지병원 의사)는 “전 세계에서 전시 내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도리스 씨와 같은 사람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전시 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디네 씨는 이어 “전시 내 성폭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 더 나아가서 사회 구조 붕괴까지 이르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시에 일어나는 일들을 평범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라며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 세계가 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이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디네 씨는 전시 성폭력 예방을 위해 사회 내 인식 제고운동의 주요 대상을 선정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예방 운동에 동참하며 이를 위해 인식 제고 캠페인 조직, 전시 성폭력 감시, 포스터 등 홍보물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함을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나디네 씨 외에도 라시다 만주 교수(남아프리카 케이프다운대학)가 특별 발표를 맡았으며, 윤미향 대표, 우타 게를란트 관장(독일 포스담 린덴스트라세 기념관), 레 티 후엔 교사(베트남 다낭 레쉬돈 영재학교)가 각각 전시 내 성폭력에 대해 각국의 입장에서 발표했다.
행사에 앞서 개회사를 전한 김선실 관장은 “한국사회와 국제사회는 전시 하 성폭력 문제의 실태를 고발하고 그 해결을 위해 투신하고 있는 개인 및 단체들의 활동을 서로 공유하며, 정의 실현을 위해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하며 연대해 나아갈 지를 모색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전 세계에서 전시 하 성폭력 문제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할 때까지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더욱 강하게 연대하고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다짐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