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휴일휴무제, 청소년을 지키는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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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휴일휴무제, 청소년을 지키는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5.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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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

과도한 학습노동 악순환 ‘법제화’로 끊어내야

‘쉼이 있는 교육’ 교회 안 실천운동으로 확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 아동결핍지수는 54.8%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학습시간은 초등학생 6시간 14분, 중학생 7시간 24분, 고등학생 9시간 10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고등학생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에 불과하다. 청소년의 66%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실정으로, 우울감과 비만, 자살충동 등이 우려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최소한 주말만이라도 휴식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쉼을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와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김진우, 임종화)은 심각한 청소년 실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해 2014년부터 ‘쉼이 있는 교육’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목사, 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분당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원천침례교회 김요셉 목사,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고신대 손봉호 교수, 세대로교회 양승헌 목사 등 이 참여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하며 ‘학원휴일휴무제’, ‘학원심야영업규제’ 등의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장시간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휴일만이라도 최소한의 쉼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쉼이 있는 교육 기독교운동’이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자들에게 학원휴일휴무제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청소년들이 최소한의 쉼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과도한 학습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발표된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주일(일요일)을 비롯한 휴일에는 학원이 문을 닫도록 함으로 학생들의 쉼을 보장해야 한다”며 “한해 평균 350명의 청소년들이 자살하는데, 대부분은 학업과 성적문제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죽음의 교육은 쉼이 있는 교육으로 새로워져야 한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또 “학원휴일휴무제 제안은 안식의 참된 의미를 회복하는 신앙회복운동이고, 다음세대 신앙계승운동”이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 팽창 등 왜곡되고 일그러진 우리나라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위원회도 ‘쉼이 있는 교육’ 캠페인에 합류했다. 

교육위 부위원장 박경양 목사는 “회원교단의 교육 책임자들을 모아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교단에서도 깊이 공감하고 이 문제에 대해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며 “교단 캠페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올해 여러 차례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 공감대 높아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신교인의 86.7%, 목회자의 경우는 99%가 학원휴일휴무제를 법제화에 찬성한다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서울시의회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학원휴일휴무제 공감 여론이 66.7%, 비공감 여론 13.9%로 나타났다. 유보 의견(18.8%)을 제외하면 공감이 83:17로 4.8배 높았다. 

여론조사에서 중학생 학부모 71.3%, 고등학생 학부모 62.9%가 학원휴일휴무제에 찬성했다.  

그렇지만 주일에 학원에 수강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의뢰해 상명대 김영철 교수팀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일요일에 학원을 다닌다는 중학생은 33%, 일반고 학생은 40%, 특목고 자사고 학생은 51%이나 됐다. 일요일에 학원을 다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휴식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학원휴일휴무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와 실제 교육현장에서 실태가 괴리된 모양이다. 또 법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교육 업계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한 국민여론은 매우 긍정적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법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원업계의 반대압력으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대선 후보들조차 학원집단을 의식해 공약으로 내기 주저하고 했었다”면서 누군가는 나서 법제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용인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황정욱 원장은 “다른 학원과 무한 경쟁체제 속에서 개인적 결단만 요구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회적으로 일요일에는 모두 쉬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학원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신앙전수 위해서도 주일에는 쉬어야
한국교회 안에서 다음세대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지만, 주일에 교회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원으로 보내는 기독교인들이 많다. 기독교인 부모로서는 모두가 보내는 학원을 보내지 않자니 불안하고, 주일에 보내놓고는 불편하다.  

세대로교회 양승헌 목사는 “시험 때가 되면 교회 주일학교의 다수 학생들이 결석한다. 많은 크리스천 부모들은 자녀가 고3이 되면 교회에 가지 않고 입시 준비에 전념하도록 한다. 주일을 지키지 않는 신앙생활을 무슨 지혜나 되는 것처럼 묵인하고 방관하고, 은근히 유도한 결과가 다음세대들을 몸과 마음으로 주님을 등지게 했다”고 문제를 꼬집었다. 

주일을 가볍게 여기면서 훗날 자녀가 교회를 떠났을 때는 어찌해야 할까.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하나님의 창조명령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 실천적 운동이 필요해 보인다. 쉼이 있는 교육 운동이 교회 안에서 확산해가야 하는 이유이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은 “쉼이 있는 교육 운동은 교육뿐 아니라 성서의 가르침대로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일 아침에도 예배 없는 학원을 가는 것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참여를 요청했다.

김진우 공동대표는 “지난 3년간 기독교계 풀뿌리 운동으로 캠페인을 주력해왔다. 이제는 각 교단들이 결의까지 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최근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도 법제화를 설명하고 교단의 동참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쉼이 있는 교육은 최근 대선 과정에서 각 캠프에 학원휴일휴무제 등의 법제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새 대통령이 청소년들의 쉼을 위한 법제화에 힘을 실어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국가의 백년계획을 내다보면, 과도한 학습노동에 내몰려 고통 받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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