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기도와 열정적인 독서가 한국교회 미래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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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기도와 열정적인 독서가 한국교회 미래 이끌 것”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5.1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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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상 지령 700호’ 발간한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

시대를 향한 쓴소리 마다않은 기독교사상
700호 이어 오는 8월이면 창간 60주년 맞이해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기독교인들은 복음에서 그 해답을 찾곤 한다. 혼돈에 빠진 사회를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은 무엇인가’ 기도하며 나아갈 길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그 길의 한 켠에서 지난 60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잡지가 있다. 바로 ‘기독교사상’(대한기독교서회 간)이다.

지난 4월, 지령 700호를 발간한 대한기독교서회는 대통령 탄핵과 세월호 3주기 등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도 부활의 절기에 맞춰 하나님께서 주신 신앙적 과제를 찾아내는 일에 주력했다. 사회적 과제와 신앙적 과제가 분리되지 않는 믿음, 이것이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 60년 간 지켜온 가치였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책의 종교’다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는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른 사상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기상’은 이런 정신으로 한국교회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길이 늘 옳았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그 뜻을 좇아온 것만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기독교사상’은 월간지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우리 사회에 혼란과 고통이 극심하던 1957년 창간됐다. 격랑과 부침이 심한 근현대사 속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맥이 끊어졌다. 하지만 ‘기상’은 지령 700호를 맞이했으며, 오는 8월이면 창간 60주년을 맞이한다.

“1990년 이후 한국기독교에서 ‘사상’이나 ‘신학’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감안한다면, ‘기상’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자체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 잡지의 시대가 급격히 기울어져 왔다는 점에서, 서회가 선교적 연합기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는 ‘기상’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한국교회 안에 신학과 사상을 함께 나누는 잡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어쩌면 큐티와 간증집을 제외하고 무게감 있는 신학교양지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활자매체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종이신문에 이어 잡지의 생존 또한 위협받고 있다. 서 목사는 책 자체를 안 읽는 우리 문화를 우려했다.

“인터넷상의 토막정보만 읽다보니, 긴 글을 논리적으로 읽어나갈 능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정보를 판단할 사상의 기초는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개신교는 사실 책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천주교에서는 다른 사상서적은 말할 것도 없이 성경책조차도 신부와 수사들에게 독점됐습니다. 그런데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을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도록 한 것이죠. 루터와 칼뱅의 책은 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을 감화시켰습니다. 그리스도인들과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서진한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양질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출판인들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목회자, 신학교, 출판계 모두가 ‘양질의 독서가 신앙 성숙을 낳는다’는 생각을 해야만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기독교사상’과 더불어 기독교 출판문화를 이끌어온 대한기독교서회는 1890년에 창립된 최고령 출판사일 뿐만 아니라 성경과 찬송의 보급, 신학서적의 발간 등 한국교회를 섬기는 일에 앞장서 왔다. 격월간 묵상지 ‘다락방’은 전 세계 350만 명의 신앙인들이 함께 읽는 책이고, 79년 전 한국에 번역되어 지금까지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반 성도들의 신앙성숙을 위해 최근에는 ‘종교개혁 핵심톡톡’과 같은 책도 펴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성도들을 위해 눈높이 형식의 질문과 대답으로 꾸몄다.

교회 절기가 제대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림절과 사순절, 고난주간 묵상집도 발간하고 있으며, 이미 교회 현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서회가 창립 후 지금까지 꾸준히 섬기는 일은 바로 신학서적 발간이다. 기독교 신학 발전을 위해 수익과 상관없이 신학서적 번역과 출판, 저자발굴을 계속하면서 신학과 신앙 사이의 가교를 놓고 있다. 신앙이 없는 신학도 문제지만 신학이 없는 신앙도 문제라는 것이 서진한 사장의 생각이다.

1892년부터 찬송가 보급 앞장

기독교서회는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다. 3년 후면 창립 130주년을 맞이하는 서회는 출판의 역사와 함께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부각할 계획이다. 특히 연합기관으로 서회는 한국 최초의 찬송가인 ‘찬미가’를 발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1888년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가 기독교 문서출판을 위한 ‘삼문사’를 설립하고 배재학당 지하실에 ‘미이미활판소’를 설치한 것이 계기가 됐고, 1889년 장로교 선교사 헤론의 제안으로 서울 정동 언더우드 목사 사택에서 장로교회와 감리교회 선교사들이 기독교 문서 출판사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식 회합을 가지면서 서회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1890년 6월 25일 ‘The Korean Religious Track Society’가 창립됐고, 초대 회장에 올링거, 부회장에 헐버트 선교사가 임명됐다. 서기는 언더우드, 스크랜튼 선교사가 맡았으며, 팬윅, 아펜젤러, 게일, 레이놀즈, 기포드 등 12명의 선교사가 재단이사로 참여했다. 최초의 간행물로 1891년 언더우드 선교사의 ‘셩교촬리’가 발간됐고, 이듬해인 1892년 ‘찬미가’를 펴낸 것이다.

1890년 세워진 대한기독교서회, 명실상부 연합기관
활자문화 쇠퇴 속에서도 문서 선교사명 꾸준히 감당

이때부터 찬송가 저작권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전국적으로 찬송가 보급에 앞장 선 것은 서회의 교회사적 공헌 중 하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찬송가가 사적 출판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출판권을 둘러싼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교단들의 노력으로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앞으로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하다. 이에 대해 서 목사는 “개인 작곡가가 발표한 찬송가책이 아니라면, 찬송가는 성경과 더불어 공교회의 공적인 책으로, 교단들과 공기관에 의해 공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며 찬송가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으로 한국교회는 찬송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것이 예배찬송이고, 어떤 것이 집회찬송인지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찬송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기독교서회는 찬송가와 교회음악에 관해 연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교회음악 저널의 발간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교적 연합기관 장점 살릴 것”

기독교서회의 공헌은 또 있다. 선교사들에 의해 연합출판사가 시작된 이후 1895년 존 번연의 ‘텬료력뎡’이 발행됐고, 1897년 한국 최초의 한영, 영한사전인 ‘한영 뎐’을 펴냈다.

1899년 한국 최초의 생리학 교과서를, 1903년에는 위생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서회의 공헌은 단순히 성경과 찬송 등 기독교 출판물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개화를 이끌어 가는 다양한 전문서적을 출판했다는데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기독교서회는 선교의 도구로 ‘문자, 곧 책’을 활용하며 각 영역을 파고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책의 역할이 줄어들고 과거와 달리 기독교에도 수많은 출판사가 책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서선교기관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어야 할지 숙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YMCA, YWCA, 기독교방송 등과 함께 펴낸 수난주간 묵상집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연대하고, 각자의 장점을 보태어 선교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 선교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127년 문서선교 외길을 걸어온 대한기독교서회. 그리고 시대의 고민을 함께 하며 사회적 문제를 신학적, 신앙적으로 끌어안은 ‘기독교사상’. 서회와 그 출판물인 ‘기상’ 모두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분명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활자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서회의 사명도 계속될 것이다.

서진한 사장은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의 신학적 성찰을 당부했다.

“한국 사회가 헌정사상 초유의 큰 고비를 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안팎으로 어려움과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혼란과 어려움의 시기에는 단기적인 처방보다 근본적인 성찰, 특히 사상적, 신학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상과 신학은 책 속에 있습니다. 뜨거운 기도와 열정적인 독서가 한국교회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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