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작두를 맨발로 탄 ‘무당엄마’와 영적 싸움의 고백

우상숭배와 저주는 부활하신 예수님만 끊을 수 있다…미국 탬파베이 열린교회 주명식 목사 이성원 기자l승인2017.04.27l수정2017.04.27 16:31l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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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여름, 대성산 아래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던 주명식 청년은 한 통의 충격적인 편지를 받는다. 어머니가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목사가 되려고 서원했던 그에게는 앞이 캄캄한 소식이었다. 

어머니는 철마산 굿당에서 광개토왕, 최영장군, 삼신할머니 등 열아홉 신들을 받았다. 신내림 후에 탄 작두는 외작두였다. 그것도 맨발이었다. 칼날이 두 개인 쌍작두가 아니라 외날 작두를, 그것도 버선도 신지 않고 맨발로 타는 건 그만큼 신력이 높다는 증거였다. 무당들은 철마산 굿당이 생긴 이래 맨발로 외작두를 탄 무당은 처음이라고, 큰 신들이 내렸다고 놀라워했다. 

그 소식을 듣고 휴가를 일찍 얻어 이사한 집에 찾아간 그는 가슴이 콱 막혀왔다. 대문 오른쪽에 낯선 빨간색 만(卍)자 표시와 용유보살이라는 이름, 그리고 대나무 깃대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빨간색과 희색 깃발. 그때부터 이 가정에서 ‘갈멜산의 전투’가 시작됐다.

▲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무당이 됨으로써 뜻하지 않게 영적 싸움에 내몰린 주 목사는 형용할 수 없는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으며 오히려 하나님의 깊으신 섭리를 깨닫게 됐고 어머니를 전도하면서 그에게 주신 사명을 알게 됐다.

우상숭배로 귀신의 종노릇해
“어머니는 새벽 두시에 일어나 찬물로 목욕재계를 하고 옥상에서 동서남북 신들에게 문안인사 기도를 드리고 신당에서 기도를 시작합니다. 그때 쯤 저는 새벽기도회를 가죠. 어머니는 신령의 이름으로 내가 어머니 뜻을 따르도록 기도하고, 저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어머니의 영혼구원을 위해 기도하고요.”

어머니는 신력이 대단했다. 굿으로 귀신 내쫓는 일에 능력이 있었다. 무속의 신들은 참 신과 거짓 신으로 구분되는데 참신을 올바른 신명 또는 신령이라 하고 거짓 신은 허주, 허깨비, 잡신, 잡귀라고 한다. 

어머니는 거짓 신을 굿으로 쫓아서 귀신이 가져다주는 정신질환이나 육체의 질병을 치료했다. 또 점괘를 보고 일이 잘 풀리도록 재수굿을 해주거나 액운을 막아주는 굿을 했다. 단골 신도가 100여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무형문화재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사실 어머니가 무당이 되기 전까지 저는 무속신앙이나 영적 현상들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외면했죠. 그런데 어머니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보니 이게 우상숭배의 뿌리에서 시작된 거더라고요. 할머니, 외할머니 때부터 우상숭배가 뿌리 깊었고, 그게 대물림 된 겁니다. 어머니도 평생 이사하는 일부터 아버지 사업 등 모든 가정 일에 점을 치고 굿을 하는 삶을 사셨죠. 그 결과 우상에 매인 집안이 됐고 어머니가 무당이 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목사가 되려던 자신에게 어머니가 무당이 된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 뜻을 깨닫게 됐다. 하나님은 우상숭배의 집안에서 그를 선택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믿음으로 모든 저주의 대물림을 끊어버리길 원하셨다. 어머니가 무당이 되기 전까지 말싸움 한번 없이 순종적이었던 그는 영적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점도 잘 맞추고 굿도 잘해서 경제적으로 좀 집안이 괜찮아졌어요. 그러니 가족들이 다들 제가 목사되는 걸 포기하라고 압박이 왔죠. 어머니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점치러 온다면서 제 힘을 빼놓고요. 한번은 그 싸움이 극에 달해서 정말 무섭기까지 했어요.”

그날 어머니는 쇳소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 뜻을 따르지 않으면 칼로 내 목을 콱, 따서 죽어버릴 꺼다’라며 섬뜩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 뜻을 따르지 않으려면 집을 나가버리라’는 분노에 가득 찬 아버지의 고함이 잇달았다. 집안에 아무도 그의 편이 없었다. 어머니는 그의 모든 물건을 마당에서 불태워버렸다.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청주의 한 신앙공동체로 잠시 피신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마침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산 가지러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그냥 비를 맞으며 버스 터미널로 갔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버스 창밖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는데, 마음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성령의 감동이 밀려왔다. ‘아들아,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내가 너와 함께 하노라.’

어머니가 예수 믿게 된 계기
“어머니가 하나님을 믿게 된 계기가 몇 가지가 있었어요. 어머니가 제 점을 많이 보셨는데, 한결같이 ‘아들을 꺾을 수 없다’는 점괘가 나오더랍니다. 어떤 무당은 ‘아들 뜻을 따르라’는 전도 아닌 전도를 했다고 해요. 무속인들도 하나님이 자기들이 섬기는 신보다 세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점괘를 맹신하던 어머니에겐 큰 영향을 주었죠. 이때부터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일하고 계셨다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는 어머니가 예배에 참석하게 된 일이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그가 활동하던 선교단체에서 졸업예배를 먼저 드리기로 했는데, 함께 어머니를 전도하려고 노력했던 친구의 부모님도 예배에 참석한다는 말에 부모님의 마음이 움직였다. 졸업예배라는 것보다도 아들의 체면을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몇 번 망설이다가 결국 난생 처음 예배에 참석하게 된 거죠. 설교 후에 그 동안 키워주신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자는 통성기도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의 신력와 영험함이 무너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 나중에 어머니께 들으니, 예배 중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몇 번을 나가려고 했는데, 아들 체면 때문에 참았다는 겁니다. 통성기도 때에는 어머니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두통이 밀려왔다고 해요.”

어머니가 졸업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온 후에 점 손님이 뚝 끊어졌다. 이전 같으면 영험함을 회복하려고 산으로 바다로 기도하러 다녔을 텐데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졸업예배 참석 후로 신력이 완전히 꺾인 것이다. 또 하나 어머니를 변화시킨 건 긍휼의 마음이다.

“초창기에는 어머니께 모질게 대했어요. 그냥 화풀이였죠. 나는 목사가 될 건데, 어머니가 무당이라니, 그 분풀이였어요. 그런데 무당 이전에 어머니에 대한 긍휼, 연민, 영혼에 대한 사랑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수님도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셨잖아요. 모든 전도사역의 마음은 긍휼인데요. 제가 그걸 깨닫고 어머니의 영혼, 인격을 사랑하고 섬기게 됐죠. 눈물로 기도하며 예수님을 믿게 하려고 노력한 겁니다. 또 제 친구와 아는 목사님의 사랑과 전도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신비체험 보다는 말씀이 우선
주 목사의 어머니는 지금 교회에서 권사님으로, 구역장으로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 한동안은 예수님을 믿고도 무속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떤 목사님은 어머니의 ‘환시’를 투시의 은사로, ‘공수’를 예언의 은사로 교회에서 잘 활용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면 마음이 평안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하고 나면 마음에 갈등이 생기고 불편했다. 

“어머니가 예수님을 믿은 후에 한 3년 정도 늘 어머니께 말씀을 전하고 가르쳤습니다. 저희 어머니처럼 무속신앙에 빠져있거나 귀신이 들린 경우 대개 능력 있고 영력 있는 분들의 기도를 받으려고 하는데, 그것으로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예수님의 이름은 능력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말씀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도 받고 떠난 귀신이 다시 들어옵니다.”

그는 최근 ‘무당엄마 목사아들’(홍성사)이란 책을 내고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리나라 인구주택총조사의 종교별 인구 조사에서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무종교인의 상당수가 실은 무속신앙을 믿고 있다고 본다. 그의 가족처럼 불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속신앙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무속신앙에 물든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를 통해 무당과 무속신앙을 ‘임상체험’한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그것을 정리하여 책을 썼다. 사실 그에겐 아픈 상처다. 드러내봤자 유익하지 않을 수 있는 가족사지만 그는 이것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생각한다. 자기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그는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맨 땅에 헤딩하듯 탬파베이 열린교회를 개척해서 섬기고 있다.

“제가 저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분들을 도우려고 내적치유나 상담 쪽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무당도 많이 만나보고, 미국에서 상담 관련해서 아홉 과목을 들었지만, 상담이나 내적 치유 이런 것 가지고는 무속신앙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가 상담을 전공하려다가 신약신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궁극적으로는 복음의 말씀입니다. 말씀으로만 영적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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