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여상기 목사l승인2017.04.27l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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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오래된 미래다. 1880년(고종17) 9월, 일본에 파견된 수신사(修信使) 김홍집(金弘集)이 돌아와 당시 청국 주일공사관 참찬관(參贊官)이었던 황준헌(黃遵憲)이 지은 ‘조선책략(朝鮮策略)’을 고종(高宗)에게 복명과 동시에 바쳤다. 내용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방아책(防俄策)으로, 친중국(親中國)과 결일본(結日本) 그리고 연미국(聯美國)으로 자강책을 도모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고종은 이런 주장을 적극 받아들여 1882년 미국과 수교했고,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길 때까지 미국이 조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 태프트 밀약(Katsura-Taft Agreement)’을 체결하며 사실상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역시 미국의 일본 지원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평 주석이 중국과 한반도(Korea)의 수천 년 역사와 전쟁을 설명하면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있다. 이는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내용과 의도가 일치한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양국이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상하고,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왜곡된 역사의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의 정상이 모종의 빅딜(big deal)을 감행했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를 에워싸고 전운이 감도는 국가의 위경 속에서도 주변국들의 협상테이블에 한국의 의자(Chair)가 보이질 않는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핵 문제를 위시한 한반도 안보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샌드위치가 된 한국외교가 처한 현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룬 독일은 얄타회담과 포츠담회담에서 자신들의 운명에 관한 한, 전승국이건 주변국이건 자신들이 배제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는 해방 직후 친탁·반탁을 둘러싼 좌우의 대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과정에서, 독도 반환문제도 일본 로비를 받은 미국의 방기(放棄)로, 최종 서명 과정에서 누락되고 말았다. 오늘날 한·일 간 분란의 원인이 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하지 않았는가. 집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려면, 산의 흙을 파서라도 날라야 하늘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주변국들의 실리 외교전에서 코리아 패싱이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 확보해야한다.

대선 후보들이 이런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름지기 지도자의 말에는 신실함과 돈후함 그리고 미더움과 성실성이 담겨 있어야 민심을 얻는다. 국민들의 혈세를 담보로 한 무성한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기도할 일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울수록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고 사회가 부패해질수록 교회는 거룩을 회복해야한다. 네 탓 내 탓하며, 춘삼월에 꽃구경하며 어슬렁거리는 사이, 하나님의 시선은 더없이 싸늘해지신다. 한국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패싱(passing)이 되지 않도록, 세상의 아픔을 강단에 품고, 우리가 먼저 무릎을 꿇어야하지 않겠는가. 땅의 기둥들을 세우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삼상2:8). 하나님이 보이지 않으면 한국이 보이질 않는다. 그냥 덮고 갈 일이 아니다.

여상기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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