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찌든 때까지 씻기는 ‘사랑의 목욕탕’으로 오세요”

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가다⑨ 지역사회 전 세대 품고 섬기는 인천제2교회 정하라 기자l승인2017.04.21l수정2017.04.27 09:38l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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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잘 계셨어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죠? 얼굴이 더 밝아지셨네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지난 13일 오전 11시 인천시 중구 도원동 인천제2교회(담임:이건영 목사) 교육관 5층에 위치한 목욕탕으로 12명의 할머니들이 하나 둘 들어선다. 의자에 앉은 할머니들이 안부를 묻는 인천제2교회 김현정 권사(59)의 물음에 손을 맞잡으며 화답한다.

▲ 인천제2교회는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섬김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 교육관 5층에는 목욕탕 시설이 설치돼 있어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방문하고 있다.

“늙은이한테 좋은 일이 있어봤자 뭐가 있겄어. 안 아프고 여기 올 수 있는 것만으로 좋지” 한 할머니가 손을 저으며 무심한 어투로 말하지만, 그 속에는 애정이 묻어난다. 김 권사는 그런 어르신들의 태도에 연연하지 않고, 어르신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밝게 인사하며 살뜰히 챙긴다.

목욕탕이 준비되길 기다리는 시간, 할머니들은 담소를 나누며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다. 자식 이야기에서부터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이야기까지….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이 곳은 교회가 아니라 동네 사랑방의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목욕탕’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공간으로 많은 교회에 카페를 비롯해 각종 문화시설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교회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에게는 무료 목욕시설은 가장 필요하면서도, 큰 만족스러움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인천제2교회는 지역사회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 목욕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교회는 일체의 목욕용품과 간단한 차와 함께, 성도들로부터 기증 받은 의류를 깨끗하게 세탁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 인천제2교회는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섬김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 교육관 5층에는 목욕탕 시설이 설치돼 있어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방문하고 있다.

내의에서부터 의류, 점퍼,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한 달에 두 번 교회의 목욕탕을 방문한다는 오음전 할머니(85)는 “교회 시설도 깨끗하고, 식사도 챙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화자 할머니(78)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좋은 교회다.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목욕 후에 옷도 나누어주고, 작년에는 좋은 내의도 선물 받았다”며, “권사님들도 너무 친절하고 어른들을 잘 챙겨서 동네에는 이미 좋은 교회라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는 인천제2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교회 인근에 살면서 친구로부터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교회 목욕탕을 이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을 섬기고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교회의 사역으로 인해 인천제2교회는 이미 지역 어르신들을 잘 챙기고, 베푸는 교회로 이미 유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목욕탕 시설이 준비되자 장영민 부목사가 간결한 메시지를 전하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저런 담소로 왁자지껄했던 분위기도 장 목사의 말씀이 시작되는 순간 숙연해진다. 기도 시간이 되자 어르신들은 두 눈을 꼭 감고 주름진 손을 모은다. 비록 짧은 예배 시간이지만,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기도가 끝난 후 할머니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타월과 수건, 일회용 칫솔을 건네받는다. 목욕탕 내부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탕과 냉탕이 있다. 샤워시설과 전용의자와 대야. 대중목욕탕 시설보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오히려 아담한 사이즈의 목욕탕 규모는 할머니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노곤함 몸을 푸는 데 최적의 장소다. 어르신들의 목욕탕 이용이 끝나면 6~7명의 봉사단원은 목욕탕 청소에 들어간다.

▲ 인천제2교회는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섬김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 교육관 5층에는 목욕탕 시설이 설치돼 있어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방문하고 있다.

내부를 항상 깔끔하고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온탕과 냉탕의 물은 즉시로 갈고 바닥과 거울도 락스로 물때가 베이지 않도록 깨끗하게 청소한다. 여로 모로 쉽지 않은 사역이지만, 목욕탕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몸이 고되다가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6년째 목욕봉사로 섬기고 있는 김현정 권사는 “어르신들은 여기 오시는 것 자체가 즐거움 인 것 같다. 심지어는 서울이나 부평에서 내려와 목욕탕을 이용하는 어르신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몸은 고되지만, 교회의 목적이 섬김과 나눔이므로, 그 사역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많은 어르신들이 교회의 섬김에 감동받고,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목욕탕은 남성과 여성이 요일을 구분해 매달 첫째, 셋째 주 목요일에는 여성이, 매주 화요일에는 남성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목욕탕을 이용한 어르신들은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교회 별관에 마련된 무료급식소 ‘사랑나눔터’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사랑나눔터는 교회가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을 나누는 곳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 치유하는 공간

인천제2교회는 시설 곳곳을 지역주민을 섬기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교회 목욕탕 시설이 있는 5층에서 한층만 더 올라가면, 장애아동을 위한 ‘삼일특수교육센터’가 마련돼 있다.

교회 내 장애동을 위한 예배모임이었던 사랑부에서 시작돼 장애아동 특수치료 전문 사회복지시설인 삼일특수교육센터로 발전했다. 이곳에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5명의 교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상은 만 3세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지적장애 장애아동이다. 수업은 △인지학습 △언어치료 △미술치료 △특수체육 △놀이치료의 5과목으로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지도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과의 수업이 끝나면 10분간 별도로 학부모 상담을 통해 아동이 상태를 진단한다.

학습치료 담당 노영주 교사는 “특수치료 자체가 고가의 수업이다 보니, 개인이 받으러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교회에서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고 있어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부분의 특수치료가 초등학생으로 한정돼 중학생까지 받아주는 기관이 많지 않다보니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며, “종교에 관계없이 등록할 수 있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어머니들이 감사해하며, 교회에 나오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 인천제2교회 전경모습

현재 인천제2교회의 삼일특수교육센터에는 57명의 장애아동이 등록해 있다. 대부분이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뇌병변 아동들이지만, 최근에는 ADHD나 학습장애, 언어장애 등 경계선 장애의 아이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센터의 행정총무 담당인 최인희 교사는 “현대사회에 정서적으로 병든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교회는 지역사회가 품기 어려운 이들을 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수업을 듣고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섬김사역만 ‘21가지’

이밖에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치과 진료와 미용 서비스, 찾아가는 짜장면 봉사나눔 등 지역사회와 소외 이웃을 위한 교회의 섬김사역만 21가지에 달한다.

그로인해 주일에만 문이 열려있고, 평일에는 굳게 문이 닫혀있는 일반적 교회의 모습과 달리 인천제2교회는 24시간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교회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13일에도 교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문화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공장지대라는 교회 위치의 특성상 문화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이를 위해 교회 6층에 개관한 ‘꿈나래도서관’은 인형극, 영화상영, 쿠킹아트 등 지역이웃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인천제2교회는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섬김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 6층에 개관한 ‘꿈나래도서관’은 인형극, 영화상영, 쿠킹아트 등 지역이웃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꿈나래도서관은 인천 중구지역 1호 공공도서관으로 개관했으며 중구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전문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체 1만 2천 서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화도서로 영어원서 800권과 관련 DVD를 구비하고 있다. 대여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도서관 담당 임순미 집사는 “도서관은 교회의 작은 선교센터”라며, “도서관은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 연령층도 매우 다양하다. 노인층을 중심으로 실버인형극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책을 읽고 토론회를 갖는 주부독서동아리가 있다. 대부분이 비기독교인이다.

이러한 교회의 활발한 섬김사역 이면에는 창립정신이 바탕에 있다. 인천제2교회는 1948년 인천에서 2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로 6.25전쟁 직후 남편과 가장을 잃은 사람들 중심으로 세워진 모자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향민들을 중심으로 세워졌기에 교회 내부적으로 지역사회 섬김에 대한 인식이 각별하다. 고재만 부목사는 “교회는 지역사회와 70년 넘게 호흡 해온 교회로,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가 되자’는 담임목사님의 목회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회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품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을 교회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교회의 최종적 목표는 지역사회 섬김이 통로가 되어, 지역주민들이 예수를 믿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내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복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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