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영과 육을 재충전하는 시간…인생 2막이 시작됩니다”

창립 37주년 맞아 ‘하프타임’ 출간한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 이현주 기자l승인2017.04.19l수정2017.04.19 15:12l13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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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못하는 목회자들, 번아웃 심각
2개월의 휴식 통해 쉼의 중요성 느껴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본질로 돌아갈 것

현대사회의 특성 중 하나는 속도와 결과만 중요시하는 경향이다. ‘누가 더 빨리 목표지점에 도착하느냐’ 만을 가지고 성패를 따진다. 그러다보니 현대인들은 제대로 된 쉼을 누리지 못한다. 쉬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 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는 ‘번아웃(Burn out)’에 빠지고 만다. 잠시 쉬었다 간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속도에 떠밀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교회 개척 후 37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목사가 어떻게 쉴 수 있나… 양들을 버려두고 어떻게 쉴 수 있나…’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2개월의 휴식을 가졌다. 의사의 권유 때문이었지만 2개월의 휴식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휴식의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쉼’의 중요성을 알리는 ‘하프타임’(도서출판영성네트워크)이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가 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하프타임'을 펴냈다. <사진제공:도서출판영성네트워크>

37년 목회에 탈진이 오다

“37년 간 목회를 하면서 너무 탈진해서 떠밀리듯 쉼을 가졌는데, 돌아보니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사역을 잠시 내려놓고 쉼을 가질 때, 처음에는 쉬면서도 게으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며 불안하기까지 했었죠. 그런데 쉼을 마치고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특별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난 1~2월, 양병희 목사는 목회현장을 떠났다. 지칠 대로 지친 그에게 의사는 “어떤 약도 효과가 없다. 환경을 바꾸고 쉬는 게 약”이라며 쉼을 강요했다. 하지만 목사가 양무리를 버리고 목회현장을 떠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양병희 목사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에게 번 아웃은 사실 걱정스러울 정도다. 지난 2015년 8월 개혁주의생명신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목회자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해 발표한 고신대 하재성 교수는 “교회의 양적 성장과 영적 부흥에 대한 부담을 최전방에서 홀로 담당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자기 착취와 그로 인한 소진과 우울증의 위험이 짊어져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음을 각오하는 목회’를 이상적인 목회자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 교수는 “자기를 돌보기보다 우선 교회를 돌보는 것이 목회자의 바른 이상이라는 생각이 ‘자기 착취’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쉼을 사치로 여기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양 목사는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도 탈진한 나머지 차라리 내 생명을 거둬달라고 고백할 때, 하나님의 어루만지심을 통해 새 힘을 얻어 일어날 수 있었고, 예수님께서도 사역을 하시다가 지칠 때, 잠시 다음 사역을 위해 주무셨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음 사역을 위한 휴식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2개월의 쉼표, 과연 양병희 목사는 어떤 것을 얻었을까?

“지난 2개월 동안 가졌던 짧은 시간을 통해 제2의 목회를 출발할 수 있었고, 시간에 쫓겨 정리하지 못했던 사역을 구체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영과 육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된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목회자의 휴식이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마음에 여유를 찾는 시간이며, 영적으로도 건강한 사역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에 다가서는 목회로 2막 선언

중랑구 묵동에 위치한 영안교회는 1980년 1월에 12명의 성도와 함께 개척됐다. 해외선교와 지역복음화, 사회복지 등에 힘을 쏟으며 본질에 충실한 목회를 전개한 결과, 37년 만에 2만 4천여 성도가 모인 신앙공동체로 부흥했다. 양병희 목사가 교회 부흥보다 더욱 보람을 느끼는 것은 영안교회를 통해 8천700여 명이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양 목사는 “우리 교회가 존재함으로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나님 앞에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며 영혼구원 사역을 펼쳐온 지난 시간에 감사를 표했다.

영안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로도 유명하다. 영안복지재단을 통해 장학사업과 구제사업, 탈북민 사역, 노인복지사역 등을 펼치고 있고, 교회 예산의 25%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특히 1만 명이 이용하는 노인복지관은 프로그램이나 시설에 있어서 서울시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영안교회의 사역은 양병희 목사의 목회 1막에 불과하다. ‘하프타임’을 보내고 2막을 선언한 양 목사는 “좀 더 본질에 다가서는 목회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수평적인 비교의식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진실한 모습으로 서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성도들도 ‘무엇을 받을까’하는 간구를 넘어 ‘무엇을 드릴까’라는 성숙한 고백으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훈련을 통한 인격 변화’라는 주제로 45주의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께 받은 은혜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영안교회도 마찬가지다. 양 목사는 받은 사랑을 사회로 흘려보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자가만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모습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진정한 희망의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 양 목사의 목회 2막은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성장 몰두한 한국교회도 돌아볼 시간 필요

운동선수는 전반전을 뛰고 나서 잠시 쉰 후 후반전을 시작한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쉬는 시간이 바로 ‘하프타임’이다. 양병희 목사가 펴낸 ‘하프타임’은 독자들에게 잠시 쉬면서 후반전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나무꾼 둘이 누가 더 나무를 많이 베나 내기를 했죠. 한 사람은 쉬지 않고 나무를 베었고, 또 한 사람은 가끔 쉬어가며 도끼질을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누가 더 많이 나무를 베었나’ 비교해보니 쉬면서 일한 나무꾼이 더 많은 나무를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내기에서 이긴 나무꾼은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동안 도끼날을 갈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잠시의 휴식은 도끼날을 가는 것과 같은 시간입니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충전하는 시간이며, 새로운 사역을 위해 변화와 창조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쉼과 여유를 통해 양 목사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하나님의 은혜’다. 그의 저서 ‘하프타임’에는 이러한 고백이 가득하다. “예수님 한 분만 있으면 만족합니다”라는 고백이 그의 설교 곳곳에 흐르고 있으며,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삶, 십자가의 보혈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를 깨닫는 삶, 성경본문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본질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매주일 성도들과 나눈 설교를 모았지만, 이 책 전반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인생 2막을 펼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제1장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제2장 ‘축복의 문을 열어주소서’, 제3장 ‘그리스도인의 구원 그 이후’, 제4장 ‘하나님 기억 안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책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양병희 목사는 한국교회 역시 쉼과 반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30여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한국교회가 성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성숙은 간과한 것이 아닌지, 속도만을 붙잡고 달려오다가 방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미래를 향해 도약하고자 한다면 한국교회도 ‘하프타임’을 가져야 한다는 그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통일시대’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성숙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바로 서있는지,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말이죠. 무엇보다 끊임없이 기도해온 민족의 숙원사업인 통일시대를 한국교회가 구체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정책은 단절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끊임없이 북한과 교류해야 하고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는 ‘하프타임’과 함께 쉼에 대한 도전을 얻고 인생의 2막을 믿음 안에서 용기있게 시작하기를 간곡히 당부했다.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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