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아 버 지
상태바
[방효성의 문화칼럼]아 버 지
  • 운영자
  • 승인 2017.04.18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부활절은 잊지 못할 특별한 부활절이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40일 특별 새벽기도회를 마쳐가는 고난주간에 성 금요일을 맞이하며 아버님의 빈소에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날은 하늘이 어둑해 지며 유난히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집에서 아버님을 모신 운구차가 거리를 달릴 때 꽃비가 내렸다. 언제나 성 금요일에는 일기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예수님이 십자가 상에 달려 돌아가신 날 아버님도 돌아가셨다. 사람은 태어나 언젠가는 한번 죽는 것이 인생이거늘 당연한 것인지 알아도 막상 닥치면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부활의 아침이 밝았다. 삼형제중 맏이라 상주 역할을 맡았다. 둘째는 찬양대 지휘자라 교회에 찬양을 하러 가고 막내는 목사님이라 설교를 위해 교회에 갔다. 홀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이 시간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 시간인데..... 아버지의 영정사진과 마주 한다. 평생 목회자의 삶을 살아오신 아버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고받는다. ‘갑자기 가신 이유가 뭔가요?’ 이유가 없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는 것이라고 한다. 때가 되어 가셨다고 한다.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이 세상 수고를 다 했으니 하나님이 부르셨다. 아버님은 자신이 가야하는 시간도 미리 아셨는지 작년 가을 시집을 출판하셨다.

제목은 ‘아흔의 잠언’이다. 그동안 살아오신 삶을 돌아보며 쓰신 시집이다. 일제와 전쟁으로 인한 피난생활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변 속에서 오직 복음 증거의 사명으로 이제까지 지내오신 체험적 삶을 시로 담았다. 아! 아버님은 목사로 나는 목사 아들로 지내온 시간들이 한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늘 아버님 집에 들르면 꼭 안아 주시던 부자간의 인사법. 그 따스한 체온은 이제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추억이 되어버린 허그. 그 추억이 그리워 질 때마다 울컥 할 것이다. 부활절의 밤이 깊어간다. 내일이면 이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발인 날이다. 이제 만져 볼 수 없는 아버지. 방관덕 목사.

▲ 부활절 ⓒ방효성

아버지가 목사가 되어 나에게는 평생 목사 아들 이란 호칭을 주셨다. 부활소망을 가진 목사 아들은 행복하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하나님께로 나아올 자가 하나도 없느니라’ 아멘 -요한복음 11장 25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