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부활을 위한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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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부활을 위한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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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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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주간이다. 예루살렘 입성 후 첫날,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청소하셨다. 성전을 청소하신 이 일로 인하여 필자의 말 못할 고민이 시작됐다. 필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교회를 기독교 미술관화 하는 것이 꿈이었다.

예배가 끝나면 늘 비어있는 그 넓은 공간, 그 곳에 수준 높은 미술품을 전시한다면 성도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 같은, 특히 신앙심 깊은 청년작가의 실험성 강한 작품이면 더 좋을 듯하였다. 그러다보면 청년들도 교회를 자연스럽게 찾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전을 청소하신 주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더 컸기에 망설임 속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 부활을 위한 서곡 허진권 작.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부활을 위한 서곡」이다. 이 작품은 2006년 종려주일 예배 후 제작한 수묵화, 2012년부터 책을 묶고 본드로 박제하는「책은 보는 것」, 필자의 평면 작업에서 주된 조형요소인 점 등을 혼합한 것이다. 특히 천안 하늘중앙교회 유영완 감독께서 시무하시는 교회에 이번 종려주일을 기하여 전시하자고 하셔서 교회현장에 설치한 설치작품이다.

작품을 이루고 있는 요소를 살펴보면, 중앙에 수직으로 찍은 붉은 색 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보혈의 피, 흰색 한지를 구겨서 벽면 전체에 두른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떠나 제 멋대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변화무쌍한 일상생활, 성경을 묶은 것은 말씀에는 관심 없고 교양서적처럼 옆에 끼고 교회만 왔다 갔다 하니 관상용으로 전락된 상태를 상징하고 풍자한 것이다. 따라서 본 작품을 통하여 필자는 본질을 외면한 채 현상에만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설치를 비롯한 이런 저런 일들로 고민하던 날, 필자의 아내가 한 말이 뇌리를 찔렀다.

“당신은 기독교인이면서 왜 자기가 판단해?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종이잖아?”

그렇다. 고민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자. 그리고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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