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누리는 한국교회, 박해받는 이웃 위해 무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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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누리는 한국교회, 박해받는 이웃 위해 무얼 하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4.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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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고난, 부활의 평화를 찾는 사람들

세계교회는 지난 한 주를 고난주간으로 함께 지키며 예수 고난에 동참하는 시간을 보냈다. 비아 돌로로사를 걸으며 멸시천대를 받고 결국 죽음의 고통까지 경험해야 했던 예수 그리스도. 그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부활의 기쁨과 평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부활주일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부활의 평화를 미처 누리지 못한 채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다. 여성과 어린이들이 전쟁과 기근, 폭력과 테러로 예수 그리스도를 미처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 가운데는 기독교 신앙공동체에 속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 질문해보자면 한국교회가 전 세계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돕는 손길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다. 근래 고난주간을 전후해 일어났던 테러들을 보며 우리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시리아, 어처구니없는 ‘화학무기’ 만행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학무기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사진과 영상이 고스란히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화학무기에 의해 9개월 된 쌍둥이 ‘아야’와 ‘아흐메디’를 잃은 아버지 압델 하미드 알 유세프(29)가 흰 천에 숨진 아이들을 안고 통곡하는 모습에 세계가 함께 울었다. 만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쌍둥이는 공습이 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가스 냄새를 맡았고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다 숨을 거뒀다. 

쌍둥이 아버지는 아이들뿐 아니라 아내와 형제, 조카들까지 떠나보내야 했다. 

또 다른 영상들을 보면 흙바닥에 쓰러져 여기저기 나뒹구는 아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눈에 초점을 잃어갔다. 사람들은 서둘러 가스가 묻은 옷들을 벗겨내고, 호스로 물을 뿌리며 씻겨냈다.

이유도 모른 채 숨진 아이들의 모습에 전 세계가 같이 고통스러워하고 아파했다. 정부의 군대가 이런 만행을 저지르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난했고, 급기야 미국은 화학무기 탑재 미사일을 발사한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지난 6년 간 시리아 내전에서는 30만명 가까이 사망했으며, 1천만명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시리아는 바울의 선교지로서도 중요한 곳이다. 기독교 유적지가 많으며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고통 중에 놓여있다. 지난해 국제로잔복음화운동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50만명 기독교인들이 집을 떠나 유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교회의 파괴상황도 심각하다. 

이집트 ‘콥트교회’, 종려주일 연쇄폭탄 테러
이집트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알렉산드리아 교회에서는 종려주일 예배를 드리던 도중 이슬람 무장세력의 폭탄테러가 발생해 18명이 숨지고 40여명 부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로 확인됐으며 경찰에 의해 범인 7명은 사살됐다. 

앞서 나일델타시 콥트교회에서도 폭탄테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71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도 테러가 발생해 2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연쇄폭탄 테러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영결식에서 고통의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억울하게 사망한 이들은 하나님의 품에서 영면하게 되고 말았다. 

콥트교회 교인들은 마가의 후예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 기독교 ‘콥트교회’는 유서 깊은 신앙역사를 가지고 있다. AD 74년 예루살렘이 파괴된 이후 유대인들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이주해 정착했고 기독교가 이집트 사회로 퍼지면서 지금까지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 

이집트의 국교는 무슬림이지만, 약 800만명에 달하는기독교인들이 지금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슬람 인구와 갈등보다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던 기독교인들을 향해 테러의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콥트교회를 향한 무장테러가 빈번하자 이집트 당국은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테러 대응체제를 갖췄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아무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인도주의 관점에서도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성서의 땅 ‘팔레스타인’의 아픔
예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머물렀던 이스라엘에는 팔레스타인이 존재한다. 성지순례를 위해 한국교회 교인들도 많이 찾고 있는 이스라엘이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하면서 거주하던 주민들이 쫓겨나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며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7~9m 높이의 750여 Km 분리장벽에 둘러싸여 억눌린 삶을 살고 있다. 

분리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허가증과 신분증을 지녀야 하고, 새벽부터 나와 검문을 위해 줄을 서야 한다. 이스라엘 안에서 기독교 인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성경 속 지명으로 익숙한 이스라엘에 호감을 갖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무력행사, 수도와 전기 차단 등 인권 억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은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소년들을 사살하고, 일반 시민들이 사는 곳을 폭격하고 포격한다. 

최근에는 8살 난 소년을 소총을 찬 팔레스타인 군인들이 연행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부모에게서 떨어지는 게 두려워 울부짖는 소년을 끌고 가는 군인들이 야속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서도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을 위해, 그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기도하진 않는 것 같다. 

한국교회, 고통 받는 난민에 관심가져야
2015년 프랑스에서 일반 시민, 이른바 소프트 타겟을 대상으로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는 함께 슬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추모물결에 동참했고 한국교회도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탄압에 대해 한국교회는 무감각하다.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는 나라가 국제적 이슈에 지나칠 정도로 무디다.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과 이집트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해외교회들은 긴급 애도메시지를 발표하고 즉각적인 무력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WCC 세계교회협의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상처입은 사람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단합하도록 서로 격려하고 폭력과 테러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성공회 수장이자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는 SNS에 “악한들이 이집트 교회를 공격했다. 우리는 부상자의 회복과 희망, 십자가의 정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부활절에 모였다”면서 1억명 성공회 신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관련해서는 WCC 등 유럽교회들이 나서 인권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이스라엘 의회는 최근 팔레스타인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외국인에 대해 비자발급 불허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교회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비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만행과 교회를 대상으로 한 이집트 연쇄 폭탄테러에 대해 한국교회 공식입장은 한건도 발표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해서는 한국YMCA 등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운동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부활절을 맞아 여러 연합기관과 교단들이 부활절 축하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소외된 이웃들의 친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만 있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부활의 기쁨이 온누리에 퍼져야 한다면서 우리 안의 것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경우 한국교회는 오히려 이스라엘 선민주의와 연결시키는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변방의 선교지였던 우리나라는 오히려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전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백성들에게 예수의 부활은 적용된다”면서 “이제는 다문화적 의식,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교회적 참여가 부족하다면 기독교인 개인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 이미 앞서 언급된 지역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외대교수직을 내려놓고 난민캠프로 들어간 의료선교사도 있다. 박해받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월드비전 등 NGO들을 후원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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