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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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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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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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목사 / 안산합동분향소 목요기도회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날에도 ‘그만 하라, 지겹다’라는 말들이 많이 들렸는데,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 그런 말들이 조금이나마 덜 들리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월호 인양작업의 마무리와 3주기가 지나면 다시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세월호는 ‘그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지난 4월 9일, 세월호 선체가 뭍으로 올라오는 작업이 끝이 났을 때에,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그것 하나하나가 값진 과정이었지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본격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풀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습니다. 준비과정 치고는 참 길었던 셈입니다. 

3년이 지났지만 희생자의 가족들은 여전히 ‘추모’라는 말을 쓰기 힘들어합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왜 사랑하는 자녀들이 죽어야만 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포신항에서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추모’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다림’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팽목에서 목포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지요.

또한 안산에 남겨진 유가족들 역시 아직 ‘추모’하지 못하고 그저 ‘기억’합니다.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예배실에서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지금까지 목요기도회(저녁7시)와 주일예배(오후5시)가 매주 열리고 있습니다. 

제가 함께하고 있는 목요기도회가 생기게 된 과정을 떠올려 보면, 그다지 기쁘지는 않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가 자리를 잡고 종교별로 컨테이너 부스를 하나씩 두었는데, 불교나 천주교와는 달리 기독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서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몇몇 가족들과 신학생들, 뜻있는 목회자들이 모여서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 주는 이야기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목요기도회에는 교단이나 교파를 초월하여 함께하는 분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 작은 교회들과 신학생들, 기독단체들의 연대의 통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창현 군의 어머님은 이런 증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교회 안에서 만난 하나님은 고통의 현장 속에서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떠나도, 하나님을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가족들과 함께 해 주시는 분들, 그 분들은 뭔가를 해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하기 위해 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그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창현 어머님의 증언과 같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질문을 해 옵니다. 언제까지 분향소에서 기도회로 모일거냐고, 다른 계획은 없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이 솔직한 답변입니다.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합동영결식도 아직 하지 않았구요. 그리고 인양은 되었지만, 미수습자를 찾는 일이 남았고, 그것이 끝나면 ‘왜 구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침몰했는지’ 등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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