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수도회(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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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 수도회(上)
  •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담임)
  • 승인 2017.04.1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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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중세 수도원 운동(4)

앗시시의 프란체스코(Francessco, 본명은 Giovanni Bernadone, 1182-1226)는 1181년 앗시시라는 작은 도시에서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 베르나르도와 피카라는 프랑스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젊은 날에는 방탕한 생활을 했으나 이웃 도시와의 전쟁에서 포로가 된 경험(1202)을 한 후에는 부귀도 명예도 무용지물인 것을 깨달았고 인간의 고통과 가난, 병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졌습니다.

1208년 2월 24일은 그의 삶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마태복음에서 나오는 제자 파송시의 말씀인 10장 7-14절 말씀에 감명을 받고 전도생활과 사도적 청빈을 실천하기로 하였고, 예수님의 가난과 겸손을 ‘그리스도를 본받음’의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가난과 금욕과 전도의 봉사의 삶을 추구하였습니다.

당시 성경은 라틴어로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성경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은 성직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란체스코는 성경을 앗시시 말로 번역하였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기도문’을 서민들이 읽을 수 있게 썼습니다. 이 ‘평화의 기도문’은 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명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해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 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게 하시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기 하시고,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그의 사랑은 산적 같은 흉악한 자들에게도, 이슬람교도들에게도, 그리고 이단자들에게도 미쳤습니다. 사나운 이리에게도,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에게도, 해와 달과 별들에게도 미쳤습니다. 굽비오라는 마을에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사나운 늑대 한 마리가 밤마다 내려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였습니다. 프란체스코는 늑대를 찾아갔습니다. 늑대에게 다가가서 부드러운 눈으로 조용히 늑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늑대 형제여!” 너무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늑대를 향해 손을 내밀었습니다. 프란체스코의 눈길과 늑대의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프란체스코는 몸을 굽혔습니다. 그리고 늑대의 목을 껴안았습니다. 그러자 늑대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프란체스코는 온갖 짐승들과 새들을 향해 형제자매라고 불렀고 해와 달과 별들까지도 형제와 자매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닮는 삶이라고 여겼습니다.

그가 죽기 2년 전 라베르나 산에 들어가 깊은 기도에 들어가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도대체 당신은 누구이시오며 작은 벌레 같은 저는 무엇입니까? 오! 내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제가 죽기 전에 두 가지 은총을 허락해 주소서. 한 가지는 당신께서 수난에서 당하셨던 그 고통을 제 영혼과 육체도 체험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또 한 가지는 그 어떤 고통도 사랑으로 감내할 수 있는 극치의 사랑을 제게도 넘치게 주시옵소서.”

바로 그 때였습니다. 프란체스코의 몸에는 마치 불덩어리를 댄 것 같은 고통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기절하였습니다. 그의 몸에 오상(五傷)이 나타났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몸에 난 다섯 상처가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창에 찔린 옆구리에 상처가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빨래하던 여인이 속옷을 보고 알았습니다. 죽기까지 이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통증을 느끼며 죽기까지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무한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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