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랑 1등, 우애 1등, 기적도 1등 가족

한 달 50만원으로 행복하게 사는 12식구…열 명 자녀 입양한 윤정희 사모 이성원 기자l승인2017.04.05l수정2017.04.05 17:55l13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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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 씨는 윤정희 사모가 10명 아이를 입양한 삶을 다룬 MBC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았다가 감동해서 강릉까지 찾아와 “조카들 과자 사주라”고 후원금을 내밀었다. 후원금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윤 사모는 끝까지 사절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제 손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 달라”는 유해진 씨의 말에 결국 윤 사모는 받았지만 다른 곳에 기부했다. 

윤정희 사모의 이야기를 단 한 번이라도 듣거나 본 적이 있다면, 어느 날 문득 그 감동을 추스를 길이 없어 슬리퍼 차림에 먼 길 강릉까지 찾아간 배우 유해진의 마음에 공감이 갈 거다. 그날 이 두 사람은 의남매를 맺었다.

세상에 입양할 아이 없게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입양했다. 남편 김상훈 목사(강릉아산병원 원목)와 함께 무려 10명의 아이를 가슴으로 낳았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육체적 조건 때문이 아니다. 게다가 이 10명의 아이들은 거의 장애아였거나, 파양된 적이 있거나, 아예 입양의 시기를 놓쳤던 연장아였다. 

청년이 된 하은(21)이와 하선(20)이, 그리고 하민(16), 요한(15), 사랑(14), 햇살(14), 다니엘(14), 한결(13), 하나(8), 그리고 막둥이 행복(6)이까지 열 명. 낳은 엄마도 이 정도 숫자면 헷갈릴만한데, 막힘없이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를 말하는 윤정희 사모의 목소리엔 진한 애착이 뚝뚝 묻어난다. 

남편은 토목사업으로 잘나가고 있었고, 그녀는 교회 전도사였을 때였다. 처음엔 한 명만 입양하려고 했다. 그 아이가 하은이었는데, 친 자매가 있다고 했다. 동생 하선이는 폐쇄성모세기관지염을 앓고 있었다. 어른 환자가 별로 없는 병이다. 어린아이 때 거의 죽을 만큼 완치가 어려운 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양되지 못했다.

“친자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떨어뜨립니까. 병원에 있는 동생까지 입양해서 둘을 입양한 거죠. 사실 처음엔 아픈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살이 되도록 거의 병원에서 살았어요. 남편의 토목사업이 잘돼서 아파트가 몇 채 있었는데 병원비하고 얘 뒷바라지 하느라고 집을 팔았죠.”

하선이만 살려주시면 목회를 하겠다던 남편은 50세가 되던 해에 사업을 내려놓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약속했던 신장기증도 하선이 열 살 때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했다. 지금도 하선이의 폐질환은 여전하다. 그런데, 살아있다, 이게 기적이다.

“완치돼서 건강한 게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는 폐를 가지고 숨을 쉬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의학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합니다. 기적이죠.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있어요. 하선이 병원 뒷바라지 하느라 남편과 아이 낳을 기회를 놓쳤는데요, 하선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세상에 입양할 아이가 없어지도록 계속 아이를 데려오라’고요.”

▲ 연탄 봉사 후에 사랑의 하트를 만들었다

하나님이 정상이라는데
세 번째 입양한 아이 하민이는 언어장애를 안고 왔다. 세상에서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순구개열이 있었다. 하선이가 건강해지면서 이제 하민이 병간호가 시작됐다. 몇 번의 수술이 거듭됐다. 원래 언어장애 2급이었지만 장애등급을 신청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이 아이는 정상이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하나님이 정상이라는데 어떻게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겠어요. 장애아로 입양하면 20세까지 매달 55만 7천원을 받을 수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희가 장애아들을 많이 입양하자 무슨 그런 돈을 타먹으려고 오해하고 있는데요, 우리 집 아이들 한 명도 장애등급을 신청하지 않았어요. 왜요? 그때마다 하나님이 ‘이 아이는 정상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정말 정상이 됐어요.”

그 하민이가 아직 남은 수술이 있지만 정상이 돼서 카누 충북대표 선수로 이번에 전국소년체전에 나간다. 이번 전국소년체전 카누 중계가 기다려진다. 작년에도 금메달을 땄던 하민이는 국가대표를 꿈꾸면서 운동한다. 유명해지고 싶은 것 같다. 어릴 적에 자기 앞에서 ‘에베베베’ 거리며 놀리고 왕따를 시켰던 그들에게, 자기처럼 아픈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한이는 한국에 근로자로 왔다가 아이를 낳고 떠나버린 베트남 사람의 아이다. 역시 파양됐다가 그녀의 품에 왔을 때는 IQ 64에 퇴행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었다. 자기 이름 석 자도 쓸 줄 모르는 아이였지만 역시 장애등급을 신청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정상이라고 말씀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1년 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2년 만에 전 과목을 올 백을 맞고 왔어요. IQ가 137인 수재가 됐어요. 지금 1년 월반해서 자기 나이를 찾아 중1이 됐어요. 소경이 눈을 뜨는 경우는 있어도 퇴행성 발달장애가 이렇게 좋아진 사례는 전 세계에 없답니다.”

사랑이도 안짱다리로 태어나서 못 걷던 아이였다. 그녀의 품에 왔을 때 보조신발을 신고 기어서 왔다. 역시 하나님은 ‘이 아이도 정상이다’라고 판명해주셨다. 죽어가던 하선이도 살려주신 하나님을 그녀는 믿고 장애등급을 역시 받지 않았다. 그 아이가 3년 만에 걸었다, 뛰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 선수가 됐다. 강원도 대표선수가 되어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아이가 됐다.

이 아이들은 모두 선교사를 꿈꾼다. 유아교육과를 나온 하은이와 미국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한 하선이는 제3세계 어려운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싶어한다. 운동하는 동생들은 국가대표 선교사를 꿈꾼다. 햇살이는 아빠처럼 목사님이 장래희망이다.

▲ 10명의 자녀를 입양한 윤정희 사모와 김상훈 목사는 아무런 후원받는 것도 없이, 도리어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후원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며 그 가운데 나타나는 하나님의 기적을 매일매일 경험하며 살고 있다. 이 12명의 ‘붕어빵 가족’은 불가능이 없는 ‘미션 임파서블’ 가족이다.

‘미션 임파서블’ 가족
“아픈 아이들 한 명 한 명 키우는데 10년이죠. 매일 병원 다니면서 죽음보다 더한 죽음의 터널을 지났어요. 그때마다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하고 울부짖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하나님, 정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픕니까’하고 눈물로 살았던 세월이죠. 그런데요, 이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하나님의 기적을 전하는 ‘선교사’가 됐어요.”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한 번도 누구에게 손 내민 적이 없다. 후원금 역시 정중히 거절했다. 토목사업할 때도 하나님께 수입의 50%를 드렸던 이 가정, 지금도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200만원 중 50%인 100만원을 주님께 드린다. 나머지 50만원은 어려운 이웃에게 보낸다. 책 등을 통해 얻는 수익금도 다른 곳에 후원한다. 그리고, 겨우 50만원으로 열두 가족이 한 달을 산다. 

“그러니까 절약해서 살죠. 집은 강릉중앙감리교회에서 사택을 제공해줘서 살고요. 옷은 얻어다 입히고, 양말 내복 꿰매서 입고 검소하게 살죠. 아이들 학원은 안보내고 저와 애들 아빠가 가르쳐요. 대학생 되기 전까지 휴대폰 없고요, 티브이 안보고 컴퓨터 게임도 안하죠. 아이들은 용돈 쪼개서 어려운 곳을 후원하고 매주 독거노인 찾아가 반찬 드리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요.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지 않고 하나님이 키우신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래요.”

이 대가족,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28평에 방 세 개짜리 이 집은 365일 오픈 하우스다. 12명이 이 방 저 방 그 방 마루에까지 포개져서 잔다. 이 집에선 누구라도 짜증난다고 문 쾅, 닫고 사라질 데가 없다. 누나가 동생들 팔베개를 해주며 피우는 이야기꽃에, 바둑, 오목, 다이아몬드게임, 딱지치기에, 이 열 남매에겐 불가능한 놀이가 없다. 

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면 아빠 앞에 줄선다. 빨리 “복덩어리”하라고 졸라댄다. 아빠는 “우리 복덩어리, 복덩어리”, 하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안아 흔들며 방을 돌아다닌다. 함박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아빠 만나서 인생 땡 잡은 겨!”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그 엄마 아빠에 그 딸 아들인 ‘붕어빵 가족’의 드라마는 오늘도 계속된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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