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려고 금식?…“간절하고 절박하게 고난에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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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려고 금식?…“간절하고 절박하게 고난에 동참하라”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4.0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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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고난주간 맞이한 금식, 의미 퇴색하고 형식에만 집중

4월 9일부터 한 주간은 고난주간이다. 기독교의 고난주간은 예수님께서 로마 병사에게 붙잡히시고, 빌라도의 재판을 받고 십자가에 달리시고 숨을 거두실 때까지 겪은 고난을 기리는 주간이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성도들에게 고난주간 동안 1일 한끼 금식을 하거나, 성금요일에 하루 금식을 하도록 권유한다. 

그러나 잘못 적용하면 금식 본래의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 A씨는 청년부에서 고난주간 동안 1일 한끼 금식을 하기로 지정했고, 그는 저녁을 굶기로 했다. 첫째 날의 금식은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잘 지켰지만, 하루가 거듭 지나갈수록 그는 금식으로 인한 배고픔이 덜하도록 금식하는 시간을 지정했다. 그의 금식 방식은 오후 4시 이전까지 간식이든, 밥이든 먹어도 상관없었으며, 4시가 지나면 그 때부터 저녁이라고 지정하고 금식을 지켰다.

B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는 아침 금식을 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고난주간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다는 금식 자체를 좀 더 의식하기 시작했고, 일주일 오전 내내 그는 빨리 점심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생활했다. 고난주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 어떻게 금식하는 것이 올바른 행위일까?

예수의 고난 묵상하며 기도하는 시간
이사야서 58장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에 대해 설명한다. 성경에서 금식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낮추거나, 고통 중에 참회하는 경우, 절박하고 간절한 기도를 할 때, 하나님 앞에서 성직을 수행할 때 시행됐다. 금식할 때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부인하고 오직 주님만 의지하겠다는 신앙으로 행하는 것이 참된 행위라고 제시한다. 

한국교회가 고난주간에 금식을 권유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기념하고, 금식을 통해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앞선 사례들처럼 대다수의 교회는 고난주간 동안 금식할 것을 요구하며, 참여하는 성도들은 어느 순간 의미보다는 형식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금식 행위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변질됐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방주교회 안순남 목사는 “하루 한끼를 금식하든 두끼를 금식하든 그것은 개개인의 믿음이다. 믿음이 없이는 금식을 시도할 수 없다”며 “행위가 중심이 되더라도,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겠다는 성도의 믿음이, 마음이 있기 때문에 금식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안 목사는 “죄인인 우리는 감히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할 수도, 체험할 수도 없지만, 내 육신에게 음식을 끊어내는 고통을 직접 수행하면서라도 주님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겠다는 마음은 오히려 귀하다”며 “그들이 행하는 금식에 사람인, 죄인 된 우리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난주간에 행해지는 금식이 연례행사처럼 치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백석대학교 김진하 교수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고난주간에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도 주님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평소 십자가에 대한 아무런 감흥도 갖고 있지 않다가 행사식으로 고난주간 금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굶는 것이 금식의 목적이 아니다. 금식하는 동안 하나님을 열망하고, 몸을 복종시키고 그 시간동안 기도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하는 것이 참된 목적”이라며 “고난주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예수님의 말씀과 십자가를 늘 묵상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미디어금식 통해 고난주간 의미 되새겨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최근 한국교회 내에는 육체적인 금식과 더불어 미디어 금식도 제안하는 추세다. 성도들의 미디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미디어 금식을 제시하는 이유다.

지난달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16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5년도에 비해 스마트폰과의존위험 지수가 1.6% 증가한 17.8%로 확인됐다. 또 연령별로 확인한 결과 청소년(만10~19세)이 30.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 뒤로 유아동(만3~9세)이 17.9%, 성인(만20세~59세)이 16.1%로 밝혀졌다. 


이에 팻머스문화선교회는 고난주간을 맞이해 오는 10일 부터 일주일간 ‘미디어회복캠페인’을 펼친다. 팻머스 관계자는 “현대인에게 미디어는 삶의 필수 요소이며 인터넷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지나친 중독 현상에 빠지거나, 허위 사실에 기초한 여론 형성과 책임의 부재, 사이버 범죄 확대 등 미디어의 폐해도 통제가 불가능한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팻머스 관계자는 “고난주간을 맞아 생의 필수 요소를 절제하는 ‘금식’ 개념을 미디어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단 일주일만이라도 개인의 미디어 생활을 점검하고 비기독교적인 문화를 절제하는 ‘미디어 금식’과 신앙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미디어 가려먹기‘를 행동 지침으로 할 것”을 강조했다. 

팻머스문화선교회가 펼치는 ‘미디어회복캠페인’은 성도 스스로가 미디어 과의존 상태는 아닌지 살피고 점검하며, 단체에서 연령별로 제시하는 묵상집을 통해 말씀으로 고난주간을 보내자는 취지를 갖는다. 

특별히 팻머스는 ‘미디어 가려먹기’ 대안도 마련했다. 단체는 아프리카 TV에서 ‘십자가’, ‘고난’, ‘천로역정’, ‘부활’, ‘믿음의 인물’ 등을 주제로 한 기독영상을 내보내며 성도들이 다양하고, 전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채널을 제작했다. 팻머스 관계자는 “‘미디어 금식’과 ‘미디어 가려먹기’를 통해 고난주간 동안 미디어를 절제하고 오로지 예수님의 십자가와 고난에만 집중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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