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이런 봄날, <갯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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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이런 봄날, <갯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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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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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라가 특검이다 헌재다 시끄러웠다. 국정농단이란 화두로 시작된 정의의 심판은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의 마지막은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여튼 국가 통수권자를 지내다 헌법 수호 위반이라는 재판에 권좌에서 내려오는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즐겁지만은 않다. 재판 과정에서 억울하다고 외치는 피의자들의 항변은 또 다른 분노를 일으키고, 헌재 선고에 대해서도 승복이란 용어를 끝내 거부하는 모습은 정의의 심판이 어디까지 파고 들어야 이실직고를 할지. 정의 앞에 선 이 봄은 그래서 아련하다.

이제 봄은 왔다. 만물이 소생하고, 식물은 곧 꽃을 활짝 피우며 호시절을 노래할 것이다. 상춘객들은 기지개를 펴는 산천을 만나 생명의 환희를 맛보려 들로 산으로 나서지 않겠는가. 아니 정의의 나라에서 마음껏 호흡하고 자유, 평등, 평화를 몸소 맛보려 나서리라. 그리고 확인하고 싶으리라. 이 땅의 주인은 백성이라고. 이사야 선지자는 노래한다.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사 2:4)

봄의 주제는 단연 생명과 평화이다. 지난 겨울 험난했던 시국을 지나온 백성들이 이제 누려야할 봄은 생명과 평화를 제안한다.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한 겨울나라는 이제 지나갔다. 땅 속에서 움트는 생명의 노래를 함께 불러야 한다. 보라 저 식물들은 한껏 힘내어 대지로부터 생명수를 빨아올리지 않는가. 곧 싹이 나고 순이 돋고 꽃이 필 것이다. 여기 봄을 노래하는 시집 <갯벌의 시>(권혜창, 순수문학 2017)을 펼친다.

“빛은 햇볕을 닮아 생명이 있고, 꽃을 피우는 약동이 있고, 치유와 회복이 있다. 계절로 하자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이 시집에 유독 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까. <입춘> <도자기 무덤> <꽃주름> <봄의 퀼트> <품이 넓은 책> <봄비 내린 뒤> <봄 발자국> <맛있는 봄> <민들레 꿈> 등등. 그 봄 속에 피어나는 생명의 시어들이 눈에 밟힌다. “누산리 햇살이 가만히 / 내 가슴 속 무덤 위에도 손을 얹는다” “아하! 세상 모든 시작은 / 제 속의 어두운 주름을 펴며?” “한 땀 한 땀 / 봄을 향해 발을 내어딛는다” “봄볕을 당겨 안고 숨 쉬네” “뽀얀 씨앗들이 난다”... “(<갯벌의 시> 발문에서 인용)

봄 햇살이 가만히 백성들의 가슴에 내리쬔다. 백성의 가슴 속 무덤 위에 내리쬔다. 세상의 모든 시작은 어두운 주름을 펴는 일에서 시작한다. 우리 모두 봄볕을 당겨 안고 숨쉬자. 그러면 희망의 뽀얀 씨앗들이 날아오르리라. 그런 봄을 맞이하러 저 들녘으로 지금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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