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자살했어요”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운영자l승인2017.03.29 16:58:25l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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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 고등학교에서 자살예방교육을 했습니다. 1, 2, 3학년 전교생을 한 강당에 모아놓고 하는 교육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800명의 학생들이 떠드는 가운데 나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은 정말 기술력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2시간 가까이 강의를 하고 나니 맥이 다 빠졌습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학생을 한 명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가 저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년에 아빠가 자살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아직 소년은 얼굴이 애 띄었습니다. 눈과 입가에도 미소가 있는 것 같은 얼굴인데 아이의 입에서는 아빠의 자살을 이야기합니다. 

부모는 이혼을 했습니다. 누나는 엄마랑 살게 되었고, 자신은 아빠랑 살기로 했습니다. 단 둘이 살고 있는데 아빠는 죽기 4달 전부터 죽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2달 동안 이런 아빠를 챙겼습니다. 위로도 해 드리고 좋은 이야기도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지쳤습니다. 더 이상 아빠를 버팅길 힘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이 죽으면 엄마랑 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아이는 짜증이 섞여 아빠가 그렇게 죽으면 난 엄마랑 잘 살거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그 말이 그렇게 후회가 됩니다. 내가 좀 더 버텼다면 아빠는 죽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후회가 되고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2016년 10월 31일 학교에 갔다오니 아빠가 자살을 했습니다. 아이는 죽음을 목격했고 수습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 정말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는데 참고 있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있으니 자존심으로 버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자기는 무너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제 누나와 엄마가 있는데, 집안에 남자라고는 자기밖에 없는데 무너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무너지면 엄마와 누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울음을 꼭 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을 잡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려 놓아도 돼. 넌 아직 18살이야. 엄마도 네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 거야. 그게 더 슬픈 일일 수도 있어. 내려 놓고 슬퍼하자.’ 

아이는 내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자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생명보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교육 중에 40대 남자들이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자살이 가장 많다, 가족들이 받아주어야 한다, 여러분들이 아빠들이 이 나이 때일 것이다, 아빠들을 위로해 주라고 했더니 아이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가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는 제게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선생님 강의하러 다니시면 저 같은 아이들이 꼭 있을 거라는 거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순절 기간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이 주님의 고난과 그 아들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정신없이 떠들던 그 철없던 아이들에서 이런 슬픔과 고통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들만 생각했는데 부모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던 이런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주님은 제게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자살은 우리 주변에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사망 원인 5위에 자살이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자살자와 그 유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죽음의 문화가 자리한 이 땅에서 생명이신 주님의 승리를 선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활절을 맞아 제가 대표로 있는 라이프호프에서는 부활절 헌금을 생명헌금으로 드려주십사 한국교회에 부탁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이러한 생명보듬교육을 실시해 나가고자 강사료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 바른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면 미래에 이들을 통해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복음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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