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남들이 다하니까?…크리스천은 달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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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남들이 다하니까?…크리스천은 달라야죠”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3.2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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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교육에 대처하는 기독 학부모의 자세

2016년, 월평균 사교육비 25.6만원으로 최고치 경신
성적 때문에 신앙을 타협하면 신앙교육 이어지지 않아
‘쉼이있는교육’ 등 기독학부모 운동으로 해법 제시


하늘 높이 치솟는 사교육비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14일 발표한 ‘2016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5만6천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교과의 경우 전년 대비 2만6천원이 증가해 2008년 조기 영어교육 열풍 당시 증가분 9천원의 세 배에 육박했다.

이처럼 사교육 문제가 교육계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교육 근절을 위한 크리스천들과 기독단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 작년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기독단체들을 중심으로 사교육 근절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사교육 열풍이 뜨겁다. 높은 교육열은 국제시험과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학생들의 얼굴은 어둡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은 하루 평균 9시간 10분 동안 책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면시간은 평균 5시간 27분. 미국수면재단이 권장하는 하루 7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시간이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홍승복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66.6%가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우울감과 비만률, 자살에 대한 생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종일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학습시간을 선뜻 줄일 수도 없다. 내신과 수능점수로 줄 세워져 대학이 나뉘고 직업이 달라지는 우리 사회의 서열과 경쟁문화 속에서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성적에 대한 불안은 학생들의 신앙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본지가 2014년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교의식 조사에 따르면 시험기간에도 교회에 빠지지 않겠다고 대답한 학생은 55%에 불과했다. 매주 교회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학원·과외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도 22%였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의 최대 종교는 대학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아이들을 서열화 시키고 대학에 목매게 하는 문화가 크리스천의 의식도 지배하고 있다”며 “신앙과 교육 사이에서 분명한 우선순위 정리가 필요하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문화에 타협한다면 다음세대의 신앙 교육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에게는 공부가 ‘일’, 주일에는 쉼 누려야

하나님께서 안식하라고 명령하신 주일조차 쉼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독 단체들은 함께 힘을 모아 ‘쉼이있는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다. 쉼이있는교육은 크리스천 교육 당사자들에게 △학부모는 자녀들을 주일에 학원으로 보내지 않기 △학생들은 주일에 온전한 쉼을 누리기 △학원장은 주일에 학원 문을 열지 않기 등을 제안했다.

쉼이있는교육 송화원 간사는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높게 나타나지만 삶의 만족도는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행복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독 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기본학력보장’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교사 김진우 대표는 “학교에서 못 따라가는 아이들이 학원으로 들어간다. 학교에서 아이들 한명 한명을 책임지지 않는 것이 사교육 증가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아이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3단계 교육을 실시한다. 1단계로 공통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학습속도가 느린 학생들을 위해 2단계 보충교육을 실시한다. 특수아동이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서는 3단계 특수교육이 마련돼 있다.

김 대표는 “핀란드 모델을 모티브로 우리나라도 기본학력을 보장해 한명 한명을 존중하는 교육,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쉼이있는교육에 동참하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원운영시간규제와 과잉학습방지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 구본창 국장은 “학생들이 과도하게 학원에 내몰려 인권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유엔아동인권관리협약위원회를 통해 아이들의 ‘놀 권리’와 ‘건강권’을 확보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과도한 사교육 현장을 지적했다.

그는 또 “시도별로 다르게 규정돼 있는 학원 심야영업 금지조례의 전국 확대와 영유아는 7시, 중학생은 9시, 고등학생은 10시 등 학년에 따라 다르게 학원영업시간을 규제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통과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안을 내려놓을 때 길이 보인다”

당장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기독 학부모들이 거센 사교육 열풍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가기 힘든 교육환경에서 남들 하는 만큼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학부모가 바꿀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학교 교과과정만으로 충분한 교육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진우 대표도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과 학부모 개인에게 용기있는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제도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기독 학부모라면 선행학습과 주일 학원 출석 등 과도한 사교육은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사교육 없이 자기주도 학습으로도 충분히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쉼을 주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높은 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사교육의 바다에서 벗어나 기독교 가치관으로 아이를 교육하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스피치 리더십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문영씨는 두 아들을 사교육 없이 성경과 성품에 중점을 두고 교육했다. 각각 고3, 고1 나이인 두 아들은 6년간 홈스쿨링을 받고 기독교 대안학교인 소명중고등학교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큰아들의 초등학교 재학 당시 참석한 학부모 모임 때문이었다. 김 씨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전부 학원에 쏠려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교육의 방향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며 “아이가 마음껏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소명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싶어 홈스쿨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홈스쿨의 목표는 아이의 신앙이다. 일반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진화론을 배우고 하나님을 부인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며 “아이의 어릴 때 신앙이 자라서까지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신앙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독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성적 때문이다. 하지만 사교육에 쫓기는 스트레스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는 아이들이 학업성취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영 씨는 “아이들이 자신의 소명을 스스로 발견하면서 방향을 잡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주도적으로 공부 하니까 공인 시험에서도 실력이 월등했다”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하는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도,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불안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어 “아들이 ‘대학에 얽매이지 않고 사명을 찾으며 공부하니 너무 자유하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이 말씀의 기반위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니 부모로서도 든든하다”며 기독 학부모들이 성적이 떨어질까 염려하기보다 아이들에게 영성을 먼저 가르치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준다면 오히려 그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팝스타’ 우승자 악동뮤지션도 선교사였던 부모님의 특별한 교육 아래 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이수현 두 남매는 부모님이 몽골 선교를 떠난 2008년부터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부모 이성근, 주세희 씨는 아이들을 독촉하기보다 기다렸다.

이성근 씨는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한다”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이들은 각자 다른 재능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사교육걱정’에서 개최한 부모특강에서 ‘자녀의 행복을 위한 양육 10계명’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최고의 걸작품이다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라 △아이는 아이답게 키워라 △좋은 추억을 선물하라 △부족함 속에 만족하는 법을 가르쳐라 △부모가 좋은 관객이 되어주라 △딴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 △부모도 약점을 보이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라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라 등이 바로 그것.

이런 부부의 교육철학 아래 창의력 넘치고 개성있는 곡들로 사랑받는 그룹 악동뮤지션이 탄생했다. 이 씨는 “부모 마음에 드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학습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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