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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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이 진화하고 있다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7.03.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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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의 북한통신 (48)

북한 경제는 국가가 아니라 장마당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북한 전역에 개설된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장마당으로 인하여 겨우 숨을 쉰다. 북한주민의 수입을 창출하고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단이 없었으므로 개 끌려가듯이 허용한 경제수단이 바로 장마당이다. 처음엔 농산물을 겨우 물물교환 하던 현장이 대규모 시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북한에서 보따리 장사로 시작된 장마당이 이젠 공룡처럼 성장했고 북한 당국도 어쩔 수 없는 괴물로 진화하고 있다. 

장마당을 생각하면, 우리는 공산주의 종주국인 구소련의 붕괴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고르바쵸프에 의해 결단을 내린 페레스트로이카라는 국가개혁정책은 궁지에 몰린 인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중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소비재 중심의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면서 러시아는 겨우 살길을 찾았다.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장마당을 일으킨 것이다. 경쟁과 소유라는 시장경제의 맛을 보면서 상당한 자산가, 즉 돈주들이 등장했다. 소련 공산주의의 붕괴는 이들 돈주에 의해 이루어진 자본주의 혁명이었다. 소유의식이 만들어낸 무혈혁명이었다.

장마당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북한 경제의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북한이 계획경제로 세워진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막장에 온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계획경제를 포기했다고 선언할 수 없다. 그것은 정권의 종말을 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마당은 감시와 통제 속에도 무서운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스스로 진화하는 괴물이 되어 북한 지도부의 숨통을 짓누른다. 당연히 재산을 모은 입지전적인 돈주들이 많다. 우리의 관심은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북한의 미래가 보인다. 마치 구소련의 전야를 보는 것과 같다. 

돈주들이 사업하는 방식이나 규모는 상당하다. 자유세계의 기업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장마당의 작은 매대를 지키며 보안원에게 상납금을 뜯기며 겨우 살았다. 그러나 사업은 점차 늘어났고 시장경제의 원리대로 개인적 투자가 남기는 이윤은 당국으로부터 배급을 받는 것보다 몇 배는 좋았다. 당연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추구는 계속 되었고 장마당 사업권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싸움은 치열하다. 그러나 사업을 보호해줄 아무런 사회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방어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 등장한 것이 사설경호원들이다. 

사설경호는 시장을 배회하는 동네 어깨들의 몫이었지만, 점차 전문 싸움꾼들에게 넘겨졌다. 그들은 대부분 제대한 특수군 출신들이다. 10년 이상을 살인기술과 특수무기로 훈련된 이들이 제대 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장마당 돈주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돈주들의 사업장을 보호하고 사업을 지켜주고 출장에도 동행한다. 보위부나 권력층의 로비에도 나서는 등 사업체의 2인자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장마당을 장악하는 특수군들은 대개 경보병여단 출신들이다. 이들은 총참모부 산하의 특수전단 소속이다. 

이들은 어떤 여건에서도 생존하여 적을 괴멸시키는 특수훈련으로 길들여졌기에 그들 자신이 가공할 신무기나 다름없다. 북한은 자신들이 만든 이 무기를 폐기할 수 없어 결국 장마당에 들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돈주의 자산을 지키며 자유시장경제의 세계를 맛보면서 서서히 반체제 세력으로 자라날 것으로 본다. 외부 정보를 입수하고 자유의 개념이 가슴에서 자라날 때, 이들은 북한을 변혁시킬 무서운 신무기로 등장할 것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장마당의 신흥세력을 이끌어갈 북한판 페레스트로이카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북한 선교의 관심은 바로 이들의 변혁을 주목하고 그들의 열정에 참여하는 데 있다. 복음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고 전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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