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교회에 하나님의 존재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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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교회에 하나님의 존재 느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3.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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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 양 母 박은희 전도사

지난 23일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토록 간절했던 인양작업이었지만, 오랫동안 바닷물 속에 방치되면서 녹이 슬고 부식되어 버린 세월호를 바라보는 유가족들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3년 전 세월호에 몸을 실고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는 기억을 꺼내놓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오랫동안 힘든 투쟁을 벌여온 유가족들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라고 말한다. 실질적인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당시 미진했던 구조작업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을 이제 겨우 뗐다는 것이다.

▲ 세월호 참사로 딸 유예은 양을 잃은 박은희 전도사를 지난 27일 안산 분향소에서 만났다. 박 전도사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미수습자가 빨리 수습되기를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딸 유예은 양(당시 단원고 2학년)을 잃은 박은희 전도사(화정교회)를 지난 27일 오후 안산시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만났다. 박 전도사는 “처음에는 당한 일을 믿을 수 없었고, 현실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며, “무언가 해결되면 짐이 가벼워질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과제가 보이는 것 같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세월호의 목포신항만 거치를 앞둔 가운데 그는 “인양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 세월호를 보는 것은 내 아이가 시신이 되어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부서지는 일”이라며, “지금도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프지만, 조사가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안개 때문에 늦게 출발한다는 말만 확인했을 뿐 예은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늘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끼도 많던 딸이기에 “무슨 일을 해도 잘할 것”이라며 평소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고 당일 ‘가만히 있으라’는 객실의 안내방송은 그 착한 딸을 선체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박 전도사는 “사고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몇 차례 문자만 보냈다. 한창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라는 말에 학생들은 대기상태에 있다며, 자신도 구조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돼 어디냐고 물었더니 10시 15분쯤 ‘아직 객실’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것이 예은이의 마지막 문자”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잃은 큰 슬픔에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자그마치 300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으니 정부와 고위 지도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권력 앞에 침묵하며 쉬쉬하는 지도자들과 적극적인 진상규명의 의지 없이 보상으로만 일관하려는 정부에 대해 불신은 커져만 갔다.

박 전도사는 “그래도 처음에는 ‘누군가 도와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나서주지 않더라. 결국 같은 문제에 있는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방법 외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가족이 되고 보니 그제야 우리처럼 길 위에서 외롭게 싸우는 이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절박하게 벼랑 끝으로 쫓겨나고 있을 때 종교인으로서 ‘교회는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크게 병들어 있는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박 전도사는 “저는 늘 저와 교회가 ‘선한 사마리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레위인이었고, 제사장이었다”며, “예수님은 새벽 미명에 기도하더라도 하루 종일 밖에서 소외된 자, 약자를 돌아보셨다. 교회도 지역사회의 가장 낮은 곳과 아픈 곳을 향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전도사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무엇보다 ‘질문하는 신앙인’, ‘생각하는 신앙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 유가족들은 하나님께 자신의 감정을 토설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욥처럼 고난당할 때에 하나님께 소리를 지르고, 따지기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아픈 자를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몇몇 교회의 목회자들의 설교 중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탄핵 반대 집회에 대형교회 교인 동원됐다는 말이 들린다. 이러한 소식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후벼 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예배하는 교회들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박 전도사는 이러한 교회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깊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 후에도 합동 분양소에 찾아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함께 예배하는 교회들이 있기에 위로가 된다”며, “유가족들이 가진 죄책감을 덜어주고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들 교회의 모습을 보며, 시대의 아픔을 껴안고 아픈 자들을 위로하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세월호 인양 후 조속한 수색작업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 전도사는 “지금은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무언가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미수습자가 빨리 수습되기를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304명의 ‘416 시민합창단’을 모집하고 있다. 부활절예배는 오는 4월 16일 주일 오후 4시 30분에 안산 분향소 옆 화랑유원지 대공원장에서 열린다.

시민합창단의 찬양연습은 3월 28일, 4월 4일, 11일 오후 7시 30분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박은희 전도사는 “이번 부활절 예배를 통해 약자의 편에서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하기를 원하는 교회가 아직 많이 있다는 사실을 유가족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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