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스쿨의 중심은 복음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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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의 중심은 복음이 되어야 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7.03.24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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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학의 오늘을 묻다

‘빛과 소금’돼야 할 기독교 대학,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학부별 담임목사제, 공연‧문화 채플 등 다양한 방식 시도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하기보다 ‘기독교 정신’ 회복해야


“기독교 대학이라서 달랐던 점이요? 글쎄요.1학년 때 채플을 들은 것 외엔 없는 것 같은데요.”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일반대학과 미션스쿨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다. 졸업하기 몇해전 학교 부지를 이전하면서 학교 측이 재정부족으로 대학교회를 지을 수 없다고 통보했고 ‘미션스쿨에 교회를 짓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던 교목이 퇴출당한 것. 결국 대학교회의 헌금이 보태져 교회를 건축하고 새로운 교목이 부임했지만, 그 사건은 A씨를 비롯한 많은 크리스천 학생들이 학교에 실망하는 계기가 됐다.

근대교육의 뿌리에서 대학교육의 주축으로

기독교 이념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족의 암흑기에 선교사들이 주축이 돼 세운 기독교 학교들은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며 복음을 심었고 오늘날까지 많은 발전을 이뤘다.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자료에 따르면, 연맹에 가입된 기독교 계통의 학교는 4년제 대학 기준 46개교에 달한다. 2, 3년제 전문대 까지 포함시킨 자체조사에 의하면 최소 70개교 이상의 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교육연구원의 2016년 통계에서 일반대학이 189개교, 전문대학은 138개교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설립이념은 잘 이어오지 못하는 듯 보인다.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했던 A씨는 기독교 대학이던 모교에서 협력이나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애당초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고 한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기독교 대학에 입학하면서 미션스쿨인줄 모르고 지원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는 기독교 대학이 미션스쿨로서 설립이념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방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기독교 대학의 오늘

교육계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은 기독교 정신을 무뎌지게 했다. 우후죽순처럼 대학 수는 늘었지만 그에 반해 입학정원은 감소하면서 대학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거대화, 상업화를 추구했고 기독교 대학도 피해갈 수 없었다. 대학의 목표는 학문의 추구에서 취업률 향상으로 변질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기독교 대학도 맥을 같이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 학교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과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비리 등으로 인해 정원감축과 예산삭감 조치를 받은 19개 학교 중 11개가 개신교 사학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은 채플과 기독 교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깨끗한 학교운영에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결과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경쟁력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부는 2015년 4년제 및 전문대학 66개교를 대상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한 후 대학역량에 따라 A~E 등급으로 분류해 발표했다. 각 대학은 등급에 따라 4%에서 15%까지 정원을 감축해야 하며 하위등급인 D~E 등급에 포함되면 국가장학금 미지급,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평가 결과 그리스도대, 나사렛대, 얀양대, 평택대, 중부대, 강남대, 서울한영대, 송곡대, 루터대, 서울기독대, 대구미래대 등 11개의 기독교 학교가 하위그룹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되고 폐교심의대상이 되는 최하 E등급을 받은 학교도 3개교였다. 2016년 정부재정지원제한 재평가 결과 안양대, 평택대, 강남대 등이 지원제한 조치가 해제되긴 했지만 미션스쿨의 교육 역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채플, 어디로 가야 할까

기독교 대학의 상징과 같은 채플도 대내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2003년 ‘채플반대모임’이 결성됐다. 같은 해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는 집단적인 채플 반대운동을 벌였으며, 2004년 연세대학교에서도 ‘연세대 채플의 자유화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이 조직됐다. 2006년 11월에는 숭실대학교 학생 두 명이 “채플 강제 출석 요구는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학칙 개정을 요구하고 교육부에 시정명령청구서를 제출했고 2012년 전주대학교 학생이 강제채플 중단 운동을 벌이는 등 채플에 대한 비기독 학생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독교 대학인 G대학에서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채플이 나에게 유익한 시간인가’라는 질문에 그저 그렇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등의 부정적 응답이 71.6%에 달했다. ‘채플이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가’라는 질문에도 부정적 응답이 66.9%로 높게 나타났다.

이제는 채플의 존립목적 자체가 흔들리는 실정이다. 과거 채플의 목적이 ‘기독교인으로의 개종을 목적으로 한 선교적 진술’이었다면 오늘날은 ‘진리, 정의, 봉사 등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 양성’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변모했다. 채플과 기독교 교양과목은 각 종교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비교 종교학, 또는 문화상대주의의 공연장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채플 환경은 대학마다 판이하다. 백석대, 이화여대 등과 같이 8학기 모두 채플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한 학교가 있는 반면 서울여대, 숭실대, 한동대, 협성대 등은 6학기, 명지대, 목원대, 안양대, 전주대 등은 4학기, 계명대의 경우 2학기만 이수하면 된다.

이처럼 이수학기가 대학마다 다른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 채플은 일반 교회의 예배와 상황이 다르다. 종교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학칙에 의해 의무적으로 참석하기 때문. 그래서 직접적인 복음 메시지를 선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채플은 이수할 것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신앙의 결단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대학채플은 예배라기보다 교양과목의 하나로 이루어지는 수업이라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력에 앞서 ‘기독교 정신’으로 중심 잡아야

하지만 복음을 모른 채 단순히 인성 바른 인재를 양육하는 것이 기독교 대학의 사명은 아닐 것. 시대에 맞춰 젊은이들에게 지혜롭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CCM 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젊은 감각의 찬양으로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메시지 시간에는 청년사역자들이나 크리스천 유명인들이 초청돼 학생들의 이목을 끈다. 복음 메시지를 담은 공연이나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면 모두가 숨죽이고 집중한다. 채플 형태의 다양화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가장 많이 시도되는 방식이다.

‘기독교 대학의 글로벌 리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백석대학교는 미션스쿨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학부별 담임목사 제도를 운영한다. 교목실을 두고 교목실 소속 목회자가 전 대학의 목회를 담당하는 다른 미션스쿨과 달리 백석대는 교목실 산하에 각 학부마다 담임목사를 배치했다. 20여명에 이르는 학부 담임목사들은 학생들의 학업‧신앙 상담과 영적 성장을 책임지고 있다. 학교생활을 하며 생기는 고민과 개인사정 등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로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소규모 분반채플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소규모로 나눠 채플을 드리면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개개인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숭실대학교의 경우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채플을 나눠서 실행한다. 기독교인 채플은 일반 예배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하고 비기독교인 채플은 그들의 시선에 맞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식이다. 백석대도 매년 두 차례 기독교인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열린 예배’를 드린다.

채플 의무 이수학기를 아예 폐지한 학교도 있다. 경성대학교는 의무참석 대신 채플을 교양과목의 한 형태로 선택한 학생들에 한해 듣게 한다. 이 방식을 택하면 채플을 듣는 학생 수는 크게 줄어드는 대신, 의무참석이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복음이다. 한동대학교에서 교목으로 시무하고 있는 이재현 목사는 “기독교 대학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에 말씀이 먹힐까, 요즘 학생들에게 복음이 필요할까 등 복음을 전하는 스스로가 복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이어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 사역자, 학생, 세 그룹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회개하고 기독교 정신으로 쇄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학생들에게 복음을 심을 수 있을지 끊임없는 고민을 거듭해야 하고 크리스천 학생들도 복음 앞에 바로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사역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대학교회에서 교목으로 섬기는 한 목사는 “복음전파가 어렵다고 복음을 빼버리면 기독교 대학은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에게 지혜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하되 결코 복음이라는 중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크리스천 학생의 비율이 높은 교단 산하 대학이 아닌 이상 직접적으로 복음을 말하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복음으로 중심을 잡고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대학교회와 교수 신우회, 기독교 동아리 등의 기관이 협력해 기독교 정신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변하고 방법은 바뀌어도 교육은 여전히 나라의 미래다. 혼란한 시국 속에 기독교 대학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실력뿐만 아니라 복음으로 중심을 잡고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려는 정직함이 기독교 대학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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