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로운 자들을 위한, ‘말벗’이 되어주겠습니다”

창훈대교회, 수원역 노숙인 무료급식 현장을 가다 정하라 기자l승인2017.03.21 09:34:15l수정2017.03.29 17:06l13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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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교회 현장을 찾아서-4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향해 먼저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교회가 있다.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위치한 창훈대교회(담임:이상복 목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찾아가신 예수님처럼 소외된 이웃들과 소통하며, 이들을 위로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교회로 지역사회에 아름다운 소문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창훈대교회 경로대학이 지난 16일 개강예배를 열고 새롭게 한학기를 시작했다.

사랑의 손길로 ‘노숙인’들의 마음을 얻다

큰 일교차로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15일 저녁 9시 30분, 수원역 우측 광장으로 길거리의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울려 퍼지는 찬양소리. 창훈대교회 나눔봉사부의 찬양팀의 인도 아래 50여명의 노숙인들이 조그만 의자에 앉아 박수를 치며 우렁찬 목소리로 찬양을 부르고 있다. “예수님을 사랑하십니까”라는 인도자의 까랑까랑한 음성에 누구보다도 밝은 모습으로 ‘아멘’이라고 화답한다.

이어지는 찬양은 ‘난 예수가 좋다오’다. 노숙자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찬양을 부른다. 길거리 한편에 웅크려 있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노숙자의 모습도 이곳에서만큼은 달랐다. 늦은 시간이라 어둡고 음침해 보였던 수원역 광장 어귀가 이들의 찬양소리에 밝아지는 느낌이다.

이윽고 창훈대교회 임승빈 목사가 창세기 12장 1~3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임 목사는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세상 속에서는 여기저기 떠돌며 유랑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지 하나님을 예배했다”며, “여러분도 어디에 있든지 하나님을 예배해 아브라함처럼 큰 복을 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노숙인들을 위로했다.

▲ 창훈대교회는 매주 수요일 저녁 수원역 인근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간결한 메시지가 끝나고, 열댓 명의 봉사단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노숙자들 한명 한명에게 건네기 시작한다. 노숙인들이 자연스럽게 정류장 뒤로 길게 줄을 선다. 도시락을 나누며 나눔봉사부 부장 장신수 안수집사(55)가 “오늘도 잘 지내셨죠?”라며 노숙인들과 한명한명 손을 잡고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다. 노숙인들도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화답한다. 나눔의 현장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친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장 집사는 이러한 익숙함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줄 뿐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씩 야유회를 갖는 등 ‘친밀감’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의 섬김사역이 배경에 있다고 밝혔다. 창훈대교회 나눔봉사부는 10년을 한결같이 노숙인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9시 30분에 무료급식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눈이 와도 비가와도 멈추지 않는 무료급식사역에 노숙인들은 하나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고민과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교회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흔히 노숙인 하면 자립의지가 없거나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오랜 사역을 통해 지켜보고, 만나본 노숙인의 실상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랐다는 것이 봉사단원들의 설명이다.

장신수 집사는 “사람들은 흔히 노숙인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장애가 있거나 생각지 못한 질병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개인 면담을 통해 삶의 문제를 들어주고, 자활의지가 있는 분에게는 일할 곳도 알아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굶주린 자들에게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을 떠나 배고픈 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창훈대교회의 봉사사역을 통해 자립을 이루고, 매주 수요일 봉사단원으로 섬기고 있는 사례도 있다. 노숙인 남 모씨(53)는 “노숙자로 10여년정도 생활하다가, 집사님을 만나 일자리를 구하게 됐고 작년에는 임대아파트에 당첨돼 살고 있다”며, “교회의 섬김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큰 감동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봉사팀은 영양이 부족한 노숙인들에게 고기반찬을 제공하기 위해 도시락업체를 거치지 않고, 매주 수요일 오후에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 10년간 음식봉사 주방팀장으로 섬기고 있는 이명숙 집사(59)는 “어려운 과정에 있는 노숙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이들을 섬길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예수님의 마음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예배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창훈대교회는 고립된 생활로 먼 곳에 가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배려해 1년에 한 번 바다로 야유회를 가고 있다. 장신수 집사는 “날씨가 좋아지면 노숙인들은 산에는 갈 수 있어도 바다에는 가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노숙인들을 바다에 모시고 가면 너무 좋아한다. 이러한 교회의 작은 섬김활동을 통해 노숙인들이 점차 마음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으로 섬기는 ‘노인돌봄사역’

창훈대교회가 있는 우만동에는 유독 노인인구가 많다. 교회에서 500m가 채 되지 않는 인근 공원 근처에는 경로당이 위치해 있다. 그렇다보니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 적적해 하는 노인들을 위해 교회는 경로대학을 운영해 노인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또 교회성도뿐 아니라 만 60세 이상의 지역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 창훈대교회 경로대학이 지난 16일 개강예배를 열고 새롭게 한학기를 시작했다.

경로대학 개강예배가 열린 지난 16일 교회 본당에는 70여명의 어르신들이 율동과 함께 손뼉을 치며 찬양을 부르고 있다. 서로를 보며, “그동안 건강히 잘 지내셨어요?”, “너무 보고싶었어요”라고 인사하라는 인도자의 요청을 듣고 따라하는 어르신들이 주름진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열심히 율동을 따라하다 보면, 몇 십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란다.

박원찬 장로(73)는 “나이가 들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경로대학에 나오게 됐다”며, “이번엔 당구교실에 참여한다. 같은 연배의 사람들과 함께 모여 운동도하고 친교도 가질 수 있어 일주일 중에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창훈대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소식을 듣고 경로대학에 참석하게 됐다는 배만석 씨(90)는 “올해로 경로대학에 다닌 지 10년째다. 교회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하고 노래로 부를 수 있어 좋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적적한데, 취미생활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배울 수 있어 매우 즐겁다”며 소회를 밝혔다.

2003년 시작된 경로대학은 매년 전반기 13주, 후반기 13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문화교실을 운영하며, 올해 개강하는 과목은 ‘미술교실’, ‘수공예교실’, ‘노래교실’, ‘스포츠교실’(게이트볼, 탁구, 당구) 등 총 6개다.

매 학기마다 80여명의 노인들이 참석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교회 성도라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교회는 향후 지역사회 노인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홍보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로대학 담당 박지만 목사는 “경로대학을 통해 많은 어르신들이 위로와 기쁨을 얻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사역자 입장에서는 큰 격려가 된다”며, “사회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경로대학 후에는 맛있는 식사대접을 통해 어르신들의 육체적 영향의 필요를 공급한다. 또 봄가을 소풍과 분기별 무료 안마봉사와 의료봉사를 실시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치유사역도 벌이고 있다.

지역의 상처 ‘감싸안는’ 교회

▲ 창훈대교회 전경모습

창훈대교회는 한국전쟁 이후 전쟁미망인, 상이군경, 국가유공자 유자녀들이 중심이 되어 1964년 설립된 교회다. 교회의 인근에는 보훈원이 위치해 있으며, ‘창훈대’란 이름의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는 한국전쟁으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용사들을 기리고 보훈대상자를 돌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창훈대교회도 이러한 정신 위에 세워졌다. 그렇다보니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과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밖에도 예수님의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예마’ 선교부는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반찬봉사와 말벗봉사 등으로 섬기고 있다. 매주 수요일 지역의 90여개 가정에 방문해 반찬을 전달하고, 독거노인가정에는 2인 1조로 총 다섯 팀이 매주 2가정씩 방문해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준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며, 큰 위로가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10년 정도 진행된 사역이다 보니 지역사회의 노인들과도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지역에 장애인과 탈북민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예배시간 수화통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주일 오전에 탈북민을 위한 예배를 별도로 드리고 있다. 교회에는 현재 30여명의 탈북민이 등록했다.

교회 지역섬김위원회를 담당하고 있는 홍성훈 목사는 “교회를 설립한 고(故) 한명수 원로목사님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과 실천을 늘 강조했다. 이러한 설립정신에 따라 교회는 지역사회의 소외받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역을 더 활성화하고,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찾기만 하면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홍 목사는 “우리 주변의 이웃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면, 언제나 이들은 우리를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며, “교회는 사회와 선을 긋고 세련된 모습으로 있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아프고 고통당하는 사람 누구나 올 수 있는 문이 열려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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