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로마제국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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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제국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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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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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프랑크왕국(5)

약 200년 전, 위대한 정복자 샤를마뉴 황제의 묘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샤를마뉴의 무덤 발굴 작업을 하던 일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황제의 몸은 앉은 자세로 있었으며 왕의 의복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입고 그의 뼈대가 굵은 손에는 홀을 들고 있었습니다. 무릎 위에는 성경이 놓여 있었는데, 그의 생명 없고 차가운 손가락은 마가복음 8장 36절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샤를마뉴가 죽자 그의 아들 루이(Louis the Pius, 814~840)가 왕위를 계승하였으나 그 부왕의 과업을 감당치 못했고 형제들 간의 권력 다툼으로 제국은 급속히 무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국가 권력과 결탁했던 교회도 부패하였고 성직 매매가 성행하였습니다. 결국 샤를마뉴 대제의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843년에 베르뎅 조약에 의해 이 대제의 손자 세 명이 제국을 3등분하여 통치하였습니다. 중부 프랑크의 황제는 장남 로떼르가, 동프랑크와 서프랑크는 각각 루이와 용감한 샤를이 계승했으며, 동프랑크는 독일왕국(919년)으로, 서프랑크는 프랑스왕국(987년)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나, 중부 프랑크는 로떼르가 죽은 뒤 다시 로트링겐·부르군트·이탈리아로 분할되어 카롤링거가의 왕통도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962년 동프랑크(독일, 게르만족) 왕국의 제후 오토 1세(Otto, 936~976)에 의해 제국주의 사상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는 기독교 옹호 사상을 왕국 건설에 결부하였습니다. 작센왕조 제2대 국왕이었던 오토 1세는 이 부르군트와 이탈리아를 정복·합병하고, 이 지역에 남아 있던 황제권의 전통을 수중에 넣게 되었습니다. 

오토 1세는 밖으로는 마자르인(헝가리인)의 침입을 격퇴하고 국경 부근에 마르크(변경구)를 설정하여 국경방비를 견고히 하고 동시에 국내에서는 왕권에 대항하는 귀족 세력을 억압하고 국왕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독교를 이용하려 하였습니다. 

당시 독일 내부의 교회나 수도원은 귀족의 침략을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웠으나 오토 1세는 이 교회를 귀족의 침략으로부터 수호하고 토지를 되찾아 교회 소속으로 해주었으며, 시장 개설권·주화권(鑄貨權) 등의 수익원(收益源)이 되는 권리를 부여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자제(子弟)나 가신(家臣)을 주교·대수도원장 등 고급 성직자의 지위에 취임시켜 국왕의 집안과 교회를 결합시켰습니다. 국내의 기독교회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인 오토 1세는 로마교황에게도 접근하여 교황의 구원 요청에 응하여 두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에 원정, 교황을 괴롭히던 현지의 귀족을 토벌하고 교황을 구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교황 요한 12세는 오토 1세의 공적을 찬양하고 962년 2월 2일 로마에서 그에게 신성 로마 제국 황제라는 칭호와 함께 황제의 제관(帝冠)을 씌워줌으로써 보답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성로마제국이 출현하였으며, 이후 황제는 독일 국왕이 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고, 독일 국왕에 선출된 자는 아헨에서 국왕 대관식을 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로마로 가서 교황으로부터 제관(帝冠)을 받았는데 그 뒤 역대 독일 국왕은 즉위 후, 로마에 가서 교황으로부터 황제의 관을 쓰는 것이 전통이 되었습니다. 

황제라는 칭호는 로마시대 이래의 세계 지배자, 광대한 지역지배자라는 이념과 결합되어 한 지역의 지배자에 불과한 국왕보다 차원(次元)이 높고 또한 영광의 지위로 여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황제의 독자적인 권한이란 것은 거의 없고 맹목적인 칭호에 불과하지만, 교황권의 보호자라고 하는 기능을 통해 이념적으로는 유럽의 기독교세계에서 일종의 우월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비록 볼테르는 “신성 로마 제국이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인의 나라가 아니며, 제국도 아니다”라고 조롱했지만, 962년부터 1806년에 이르기까지 유럽에는 신성 로마 제국이 존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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