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히 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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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용히 귀를 열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3.1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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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됐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쓴 채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밤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국가 최고 수반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역사의 씁쓸한 단면과 교훈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여러 법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에서도 민주주의 법과 질서를 위해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갈린 국론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국민 화합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다. 법과 질서가 바로 선 나라,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나라, 이것은 대한민국 존립의 근거이자 헌법이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다.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탄핵을 외친 국민들에게는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희망이 남았고,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를 외친 국민들은 법치가 죽었다고 미래를 비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 진영 모두 ‘애국심’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일 삼일절집회에서 만난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절박했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만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이 역력히 느껴졌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어떤가. 수십 년 우리의 발목을 잡은 이데올로기 논쟁을 떠나 보다 발전적인 대한민국을 세워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었다.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었지만 표현방식과 수용의 태도는 상당히 달랐다.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화합과 소통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는 단 하나 ‘소통’이었다. 소통은 경청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소통은 막힘이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나라를 다시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소통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화합을 이룰 수 있다. 갈등은 패망이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귀를 열자.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하자. 그 소통과 화합의 중심에 교회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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