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청량리 588’ … 거듭나길 바라네

청량리 사창가를 변화시킨 ‘노숙자들의 대부’ / 가나안교회 김도진 목사 이성원 기자l승인2017.03.15 13:42:15l수정2017.03.15 16:07l13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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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이 옛 교회건물이고 왼쪽이 홍등가 업소들이다. 그 골목 사이에서 ‘노숙자의 대부’ 김도진 목사가 정말 ‘대부’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현재 두 아들도 목사가 되어 그의 사역을 돕고 있는데, 언젠가 때가 되면 필리핀 낙후 지역에 가서 거기서도 ‘가나안’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서울 청량리역 인근 속칭 ‘588’ 집창촌이 재개발로 사라진다. 밤이면 취객들과 호객행위로 시끌벅적했던 붉은 골목 거리의 가게들은 이젠 텅 비어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한쪽엔 높은 건축구조물을 가린 비닐포장만 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이 골목에서 30년 가까이 가나안교회를 목회하며 노숙인 쉼터를 운영했던 김도진 목사는 “이 동네에서 최고 복 받은 사람은 나”라고 말한다.

그도 원래는 “본질이 쌈꾼”이었던 청량리 깡패였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난 후에 목회자가 됐고, 그 청량리에서 노숙자들과 깡패들을 섬기고 있다. 숙식을 제공하고, 이미용 지원에 의료 서비스, 주민등록 회생, 파산 면책을 도와주며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매일 200여명은 고정으로 이 교회 신세를 진다. 지금까지 거쳐 간 이들만 1만 여명. 

기도원에서 예수님을 보다
'백차'에 실려 오고, 거지꼴로 기어오고, 유서를 품고 왔던 이들이 새 사람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가장 큰 복이다. 그런데, 더 큰 복을 며칠 전에 하나님이 주셨다. 재개발로 갈 곳이 없던 이들에게 근사한 빌딩이 생겼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이 교회를 찾아왔을 때, 좀 당혹스러웠다. 노숙자 사역이라는데 설마 이렇게 ‘삐까번쩍한’ 빌딩에 있을까 했는데.

“여기 사무실로 들어온 지 보름 됩니다. 그전에 갈 데가 없었어요. 노숙자 사역을 하니 누가 건물을 쓰게 해주겠습니까? 그런데 이 건물 회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곳을 쓰라는 겁니다. 아니, 아예 내년부터는 월세 내는 돈으로 이 건물을 인수하라고 하셨어요. 그분이 이 지역에서 시의원도 했던 분인데, 오랫동안 저를 보면서 제가 하는 일을 좋게 보신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비어있던 건물인데, 하나님이 예비하신 곳이죠.”

이 모든 복은 결국 그 자신이 변화된 복에서 시작됐다. 청량리 깡패로 생활이 싸움이었던 20대를 보냈다. 작은 체격이었지만 ‘권총 알이 작아도 사람 죽인다’며 상대방을 잔인하게 해치면서 건들 자가 없는 ‘오야붕’이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랑’ ‘축복’, 이런 말 자체를 몰랐다.

“하도 그렇게 사니까 집안에서 결혼을 강제로 시켰어요. 그러면 철들까 해서. 저도 아이 둘 낳고 칼 다 던져버리고 살아보려고 애썼죠. 그런데 사기를 당했어요. 끼니를 굶어가며 독기를 품고 그 사기꾼들을 죽이겠다고 찾아다니다가 내가 쓰러졌지.”

약해진 그를 아내와 아내의 교회 교인들이 기도원으로 이끌었다. 예수쟁이들의 예배를 처음 본 그는 그렇게 찬송소리가 듣기 싫었다. 뒤로 돌아앉아 양손으로 귀를 꽉 막고 있던 그에게 강사 목사가 소리를 쳤다. “여보쇼, 돌아앉으시오!”

평소 그의 스타일대로라면 벌써 쫓아가서 육두문자와 함께 한 펀치 날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무장해제가 돼버렸다.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손을 들라”는 소리에 양 손을 들었고, “주여 외치라”는 말에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섬광처럼 나타나신 예수님.

“확 꼬꾸라져버렸죠. 눈을 뜨니 온 몸에 피를 흘리시는 예수님이 나타나셨어요. 그때 사십 세까지 먹었던 악이 다 사라져버렸어요. 불을 켜면 어둠이 사라지듯이 말입니다. 악으로 찬 몸이 빈 그릇이 돼버렸어요. 그때 은혜를 받고 신학교를 갔습니다. 그런데요, 저 같은 사람이 어디 가서 목회를 하겠습니까.”

“저 놈아가 진짜다”
신학교 졸업반이 됐는데, 일반 목회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은 영접했지만 아직도 ‘곤조’는 남아있어서 타협이 안됐다. 전도와 봉사나 하며 살자고 했는데, 어느 날 새벽기도 때에 ‘청량리로 가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날 무작정 버스 타고 청량리에 왔다. 돈 십원 한푼 없었지만 교회 자리를 얻었다. 마장동 버스터미널 옆이었다.

“알고 보니 위층은 무당집이고, 아래층은 깡패들 작전지역이었어요. 그 건물 주인도 그래서 머리 아프던 참에, 제가 ‘나 전도사인데, 깡패 잡으러 왔다’고 하니까 빌려준 거예요. 어떻게 좀 해보라고요. 거기서 10년 동안 교회를 안 떠나고 기도하며 살았습니다.”

교회에 오는 사람이라곤 거지, 노숙자에 깡패, 완전 실패한 사람들 뿐이었다. 매일 그들과 함께 먹고 잤다. 시장에서 버린 시래기를 주워 같이 먹었다. 그리고 오직 예배, 하루 네 번 예배를 드렸다. 2년 쯤 지나자 교회가 꽉 찼다. 아는 안수집사 한 분이 집문서를 주어 새 건물을 얻었다. 그곳이 바로 588 집창촌 한복판이었다.

“당구장 건물인데, 깡패들이 자기들이 세주고 받아먹고 살고 있어서 주인도 못 건들던 곳이죠. 제 소문을 듣고 이를 갈고 있었는지, 가자마자 깡패들이 쳐들어왔어요.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된 거죠. 얼마나 제가 기도했겠습니까. 그런데요, 고난은 있더라도 예수님은 지는 법이 없어요. 맞아서 피가 나고 짓밟히고 엄청 당했죠. 눈에서 정말 피눈물이 쏟아졌죠.”

청량리경찰서에서 이 지역 자율방범대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옆구리에 가스총을 차고 다니는 목사가 됐다. 그러나 그 총을 한 번도 써본 적은 없다. 그의 진짜 ‘총’은 따로 있었다. 바로 기도였다. 원한을 재어 기도로 하나님께 올렸다. 그게 또 10년 세월이었다. 

매일 교회에서 살며 노숙자, 거지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도와주는 그를 보고, 그 지역 깡패들이 마음을 열었다. “저 놈아가 진짜다”하고는, 목회자로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근처에서 하던 밥퍼 사역을 돕던 이들이 다 그의 편이 됐다. 덩치 크고 주먹깨나 쓰는 이들이 그에게 90도 인사를 붙이는 교회가 됐다.

“딱 20년이 되니까, 생활에 염려하지 말라는 주님의 응답이 왔어요. 그때부턴 수제비 안 끓여 먹고 살았어요. 쌀이 쟁여나서 남을 도와주고도 남았어요. 어릴 적에 독종처럼 살았던 끈기가 있어서 버틴 거죠. 하나님께서 그래서 저 같은 자를 쓰신 것 같아요.”

딱 두 개의 길 밖에 없다
새 빌딩은 노숙자들의 호텔 같다. 안락한 숙소에서 편히 쉬고 깨끗한 식당에서 전문 조리사가 준비한 밥을 먹는다. 아침에 예배를 드리고 일부는 파주 농장에 가서 일을 한다. 노숙자들은 농사짓던 경험이 많다. 땅에서 일을 하며 작물이 결실하고 가축이 새끼 낳는 걸 보며 상처가 치유된다. 삶의 의욕이 돋는다. 또 저녁이면 돌아와 드리는 예배로 하루가 저문다.

파주에 이곳 농장이 처음 생겼을 때는 인근 주민들이 곡괭이, 망치를 들고 나와 반대했지만 지금은 다들 돕는 자들로 변했다. 노숙자들이 전기공사를 해주는 등 생활에 도움을 주고, 황무지 같았던 농장 땅이 옥토가 되어 그 결실을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승합차를 타고 ‘청량리 588’ 옛 교회 건물로 향했다. 그 앞에 선 김 목사의 감회가 새롭다. 이제 이곳도, 이곳에 일하던 사람들도 모두 거듭나기를 기도해본다. 

겨울이면 난방할 돈이 없어 땔감 나무를 구해 와야 했던 시절이었다. 보통 한 겨울 나려면 1톤 차로 54대 분량이 필요했다. 덩어리째 오는 나무를 매일 빠개서 때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여름엔 습기 찬 지하에서 선풍기로 더위와 싸웠다. 교회 문을 열고 나서면 눈앞에 닥치는 홍등가 업소들. 

이때가 ‘광야시절’이었다. 그 시절, 믿음으로 참고 견뎠더니, 이제 ‘가나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사역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 옮긴 빌딩, 그리고 파주의 농장으로 인해서 빚이 많다.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김도진 목사가 인터뷰 내내 반복했던 말이다. 

“예수 영접하면 딱 두 개 밖에 없다. 예수 따라 가느냐 돈 따라가느냐, 딱 두 개밖에 없어. 그런데 목사들도 돈 쪽이 더 많아. 돈 있고 권력 있으면 욕심이 많아져. 그게 안타깝지. 그러나 주님 따라가면 까박까박은 하는데 안 죽어. 절대 안 망해. 예수님께 다 바치면 주님이 책임지신다니까. 이제 우리 한국교회가 종교생활하지 말고 예수를 따라가야 돼.”(교회 02-964-1556)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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