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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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한국입니다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7.03.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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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끝)

다들 아시는 대로, 제주도는 서울 중부지방에 비하면 여름에는 7~8도 정도 낮고 겨울에는 그만큼 혹은 그 이상 따뜻합니다. 그래서 전에는 봄을 품고 오는 꽃 소식이 제일 먼저 전해지는 곳이 제주도였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 만발한 성산의 들판이 장관을 연출하곤 합니다. 물론 지금은 1~2월에 다 피우고 있습니다. 날씨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살기 좋은 곳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육지를 오갈 때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 부담은 됩니다.

그런데 봄이 오며 입춘, 우수, 경칩이 지나면 육지의 공기도 온기가 돌기 시작하고, 겨울을 난 버들 강아지와 개나리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봄 관광이 시작되면, 아저씨 아줌마부터 계 모임, 성도들의 제주도 여행이 줄을 잇습니다. 많이 오는 분들은 일 년에도 몇 차례씩 오십니다. 26년째 사는 저보다 제주도 구석구석이며 맛집을 더 잘 아십니다. 저는 고작해야 제주 시내의 몇 군데를 알고 있을 뿐인데, 그 분들은 제주 본토인들처럼 여기 저기를 섭렵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봄철 여행에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봄 기운이 돌고 바깥 공기가 따뜻해져서 거리를 다닐 만 하면 사람들은 ‘아! 제주도는 엄청 따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곳의 기온은 여름과 겨울은 차이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봄 가을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봄철 날씨를 우습게 보면 큰일 납니다. 언젠가 관광 팀이 오셨는데 날씨가 아주 쌀쌀한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때였습니다. 어쩌면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얇은 옷 차림이었습니다.

이 분들을 맞으러 공항에 갔는데 밖에 나오자 마자 차가운 기운에 놀란 모습입니다. 외국 여행도 아니고 옷을 몇 벌씩 준비한 것도 아니라 첫 번 관광지에 갔는데 한결같이 입술이 파랗게 변했습니다.  급히 집으로 와서 제가 가지고 있던 두터운 겨울 옷(점퍼, 외투 등) 약 20벌을 승합차에 싣고 나갔습니다. 여자 분들을 위해서는 집사람이 입던 한겨울 옷도 모두 챙겨서 한 차 싣고 갔습니다.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아직까지 그 때만큼 환영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들 “옷을 어디서 이렇게 많이 구했느냐?”면서 놀랍니다. 물론 한나절 입고 오후에는 벗어 두었다가 다시 이튿날 입고, 가는 날 모두 회수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의 말도 함께 들었습니다. 제주도 날씨는 그렇게 만만하게 보면 안 됩니다. 제주도 오실 때는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특히 봄철에는 그렇습니다. 참고로 따뜻한 남쪽 나라인 제주도에도 오리털을 비롯해서 밍크코트도 있고 깊은 겨울 옷들이 다 있습니다. 부츠도 신습니다. 여기도 한국입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1년여 동안 ‘섬 목회 이야기’를 통해 섬에서의, 제주에서의 독특한 목회 이야기를 들려주신 정성학 목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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