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말로 해주세요! (Tell me What I want to h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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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로 해주세요! (Tell me What I want to hear.)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3.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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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23

목사들이 모임에 나가면 실제로 그 회합이 있게 된 명분보다 먼저 묻는 말이 있다. “목사님은 교회 성도가 얼마나 됩니까?” “교회는 지었습니까?” 물론 큰 교회 목사들은 물어보지 않아도 어떻게 하든 자신의 목회가 얼마나 큰 규모인 가를 힘써 드러내 보이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질문에서부터 매우 난감해 하고, 주눅이 들어 한다. 명절에 오고 가는 덕담 중에 가장 싫어하는 말이 “금년엔 꼭 결혼해라. 어느 대학에 들어갔냐?” 등 이고, 반면 제일 좋아하는 말이 “몰라보게 예뻐졌네!”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다 염려하는 좋은 말이지만 내가 듣기를 원하는 말이 가장 기분 좋은 덕담이 된다는 말이다.

친구들이 싸오는 도시락 반찬 중에 우리엄마의 지진 김치는 인기가 좋았다. 비싼 버터나 마가린 대신에, 사실 그 당시에는 ‘쇼팅(shortening)’이라고 불렸던, 기름덩이를 한 숟가락 넣고 신 김치를 지졌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음미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정말 그런 맛을 내는 김치찌개는 만들 수도 없고 파는 곳도 없다. 무상히 변해버린 입맛도 문제이거니와 돼지고기 맛도 나면서 부드럽고 그 기막힌 냄새의 향이 자리 잡을 곳이 없는 딱딱한 사람의 마음이 더 큰 일인 듯싶다. 

원해 영어로 ‘butter’라고 하면, 코코아유지로 잼같이 만들어 빵에 발라먹으면서 식감을 더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그 이상의 뜻으로도 쓰인다. 특히 감언이설로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고, 아첨하면서, 귀에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할 때, 이 단어를 쓴다.

그래서 아부, 혹은 달콤한 말의 ‘adulation, flatter.’대신으로, 또 후치사 ‘up’을 병행하면서, 남에게 아첨을 하거나, 알랑거릴 때도 ‘butter’를 사용한다. 그래서 “아주 멋있어 보여요. (You look handsome today) 아부하지마, 원하는 것이 뭐야? (Don’t butter me up. What do you want?)”와 같이 쓸 수 있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었다면, 이젠 조용히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법치(rule of law)다. 법을 무시한 채 선동정치(political demagoguery)를 펴면 부메랑은 고스란히 그 주동한 자에게 되돌아온다.

국민들이 듣기 좋은 아첨의 말을 모두 골라 마치 김치찌개에 버터를 썰어 넣듯 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찌개에 들어간 버터는 맛의 풍미를 더하게 만든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정치인들이 듣기 좋으라고 한 아첨의 말들은 결국엔 모두에게 자승자박의 결말을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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