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Please, Have pity o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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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Please, Have pity on me!)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3.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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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22

정치가나 특히 재벌 회장들이 기소되어 검찰에 불려나올 땐 대부분 마스크를 쓰거나 휠체어(chairman in wheelchair)에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태로 출석한다. 어제까지도 힘이 넘쳐 나던 그들이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저 모양이 됐나하고 의아할 정도이다.

그러나 꼭 변명을 하지 않아도 그런 퍼포먼스를 하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가련히 여겨 달라.”는 무언의 제스처이다. 그리고 정말 측은하고 안 되어 보인다. 잘잘못은 고사하고 불쌍히 여김 받아 동정을 받아내려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금이야 흔한 것이 의자이지만 중세시대만 해도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는 일인용 의자는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이나 왕 같은 귀족계급이 아닌 이상 그런 의자에 앉아본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영어의 ‘chair’는 ‘의자, 주교, 권위 있는 지위, 대학교수의 강좌’등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어원이 되는 라틴어의 ‘cathedra’는 오늘날 영어에 편입되면서 대학의 명망 있는 ‘정 교수직’으로 사용이 된다. 그러나 이 말은 ‘CEO (chief Executive Officer), 대표이사’로서, 회장을 뜻하는 ‘Chairman’으로 표현 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우리나라는 혼용해서 쓰고 있지만, 일상적인 ‘president, 계열사 사장, 부서장, 정관사 the를 붙이면 대통령’ 과는 분명히 구별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대통령으로 취임을 했다. 말도, 탈도 많은 것처럼 우리에게 보도된 그가 한국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펴나갈지 궁금하다. 그의 공식 직함도 ‘The President of America’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용되는 ‘회장’과 ‘사장, 부서장’이 갖는 차이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회장은 단 한명이지만 사장단에는 여러 명이 오를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권력이 집중되지 않는 삼권 분립의 차원에서 행정의 수반을 맡은 직무자라는 생각에서 ‘chairman’의 호칭을 쓰지 않는다.

화려한 취임식과 함께 대통령직에 오른 ‘트럼프’의 밝은 내일을 기대하면서도, 도무지 대통령의 말로가 별로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대선에 뛰어드는 주자들이 한편 측은하다. 국민들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재주만 믿고, 다만 어찌하든 한번 통치해 보자는 욕망뿐이라면 기대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참으로 국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휠체어를 타지 않을 당당한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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