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5어절 18자에 담긴 의미

특별기고-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 탄핵인용을 바라보며 운영자l승인2017.03.11 12:17:58l수정2017.03.11 12:20l13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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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사건번호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 탄핵’에 대한 결정문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낭독으로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부터 세상에 생중계되었다. 11시 21분에 들린 마지막 문장, 주문(主文)이 위와 같다.

주문 또는 판결주문(判決主文)은 재판의 대상이 된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이다. 무엇을 부탁하거나 요구한다는 주문(注文)이 아니다. 법의 주문은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주문의 내용이 소송당사자를 구속한다.

역사적인 이번 사건의 주문은 아주 정확하게 말해서 5어절 18자다. ‘주문’이라는 단어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 단어가 중요하다. 뒤에 이어지는 4어절의 문장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주문이라는 점이 결정적이다. 5어절의 글자 수만 세면 17자인데, 문장 마지막에 찍는 마침표도 한 자로 보면 18자다. 이 마침표가 또 중요하다.

정치권이나 우리 사회의 갈등 현장에서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뒤집기가 하도 많아서다. 마침표는 더 이상 어떻게 뒤집지 못하게 만드는 끝이다. 변경이나 수정, 변조나 위조를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이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는 동안 나라 전체가 숨을 죽였다. 생각보다 일찍 주문 부분이 낭독됐는데, “주문” 하고 발음할 때 모두가 긴장했다. 주문은 짧았고 명확했다.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에서 8명의 재판관들이 퇴정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에 아주 진하고 깊게 5어절 18자가 새겨졌다. 우리나라 헌정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은 처음이다.

탄핵 심판의 5가지 분야 가운데 최서원(최순실)에 의한 국정 농단 부분이 인용되면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최순실과 연관된 사건은 언론이나 글쓰는 사람에 따라서 대개 ‘최순실 사태’, ‘최순실-박근혜 사태’의 두 가지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표현돼야 맞다. 이 사건은 인치(人治)의 폐해를 법치(法治)가 극복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인치란 단어 자체가 본디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맹자는 품격 있는 사람을 통한 인치를 강조했다. 이에 반해 순자나 한비자는 법치를 주장했다. 플라톤의 철인(哲人) 정치론도 훌륭하고 탁월한 사람을 기본으로 하는 인치형 정치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치란 단어는 종종 법을 무시하고 사적인 관계에 따라 사람을 쓰는 비선조직 또는 그런 운용을 말하는 것으로 쓰인다. 우리는 지난해 시월부터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사태에서 인치의 폐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각 민족마다 살아온 풍토와 문화와 역사 등에 의해 형성된 기질이 있다. 우리 민족의 기질에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부정적인 인치의 쓴 뿌리가 깊고 길게 존재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이런 기질이 한 몫을 단단히 한다고 보인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 정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중 ‘박정희-박근혜 현상’이 상징적인 중심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보수의 가치가 중요하다. 사회의 안정을 떠받치고 있는 힘이니 말이다. 그러나 보수의 가치 체계가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깊게 연결되면 인치의 폐해가 발생한다. 보수의 가치가 망가진다.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고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바뀔 수 있다.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중요한 자리에 오른 지도자가 직무 수행에서 보수의 가치 구현에서 실패한다면 조속히 다른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어느 지도자에게나 공과(功過)가 있다. 보수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최고의 자리에 놓고 지도자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2017년 3월에 낭독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판결주문 5어절 18자는 이 나라에 법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가 여러 모로 쉽지 않은 상황에 있지만 세계가 우리나라의 성숙함을 부러워할 만하다. 박정희-박근혜 현상은 좀 더 나중에 천천히 평가하자. 봄이다.

운영자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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