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45) 북한을 고발한 북한 작가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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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45) 북한을 고발한 북한 작가의 소설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7.03.09 1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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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2014년 5월, 남한에서 충격적인 책이 소개되었다. 북한의 엄연한 한 현역 작가가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소설집을 발간한 것이다. ‘고발’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북한 현실을 풍자하고 폭로하는 단편소설 7편이 공개되었다.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쓰여진 반체제 작품들을 ‘반디’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 작품들이 자유세계에 들어오기까지 여러 경로를 거쳐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치 구소련의 솔제니친과 같은 과정을 거친 이 소설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번역 출간되어 노벨문학상이 거론될 만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소개되기는 했지만, 한국 문학계는 오히려 냉담하다. 남한의 어떤 문학지도 “고발”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오히려 남한 작가들이 동지적인 마음으로 흥분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어엿이 북한에 살아있고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체제붕괴를 촉구하는 문학작품을 발표했다면 크게 환호할 일이 아닌가? 이것은 분명 혁명적인 일이며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라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상기! 날세. 일철이야. 일철이가 지금 이 탈출기를 쓰고 있단 말이네.” “고발”에 실린 첫 작품인 “탈출기” 첫 줄을 읽으며 독자들은 북한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북한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웅성 들려오고 북한의 현실이 실감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반디 선생이 쓴 7편의 단편소설은 저마다 기막힌 북한체제의 막다른 골목을 표현했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곳이지만, 사람으로서는 겪어서는 안 될 생지옥을 그린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노동당 당원의 신분을 갖지 못한 자들의 슬픔과 이를 미끼로 성상납을 요구하는 당 비서의 횡포를 고발했다. 옆집과 똑같이 커튼을 치지 않았다고 평양에서 추방된 한 가정의 비극을 고발했다. 평생을 바쳐 당을 위해 충성했지만 그 평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 마부의 죽음을 고발했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바로 옆 동네에 두고서도 만나지 못하는 한 아들의 절규를 고발했다. 1호 행사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노부부와 손녀가 겪게 되는 기차역에서의 사건을 고발했다. 연극배우들이 스스로 등장인물처럼 연기하는 무대자감(舞臺自感)의 기술로 결사적으로 생존하려는 북한사람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그리고 빨간 벽돌로 지어진 시당 청사에서 벌어지는 모순된 체제의 횡포를 빨간 독버섯에 비유하여 고발했다.

이 소설집은 북한체제의 붕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고발’이라는 이 작은 책 한 권이 북한을 무너뜨리는 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묘략이 지금 북한과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고발’의 출간은 그 구체적인 증거의 하나이다. 북한이 자유 해방되는 날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북한주민 자신이 자발적으로 체제 변화를 의도할 때, 통일은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다. 

우리는 북한주민 스스로 들어 올린 횃불을 이 책을 통해 보고 있다. 이 같은 자생적 변화 앞에 우리 모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7편의 소설과 50편의 시를 수록하여, 이 달에 재출간한다는 소식이다. 탈북이라는 소극적 저항이 이제 독재타도의 외침으로 커져가는 것을 본다. 하나님의 간섭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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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7-06-02 13:38:31
저는 탈북웹툰작가 최성국이 그린 웹툰 고발중에서 초상화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아들때문에 창문에 커튼을 치다가 결국에는 수령을 모독한죄로 지방으로 쫓겨난 한경희일가족을 그린 유령의도시가 제일 인상깊던 장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