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대통령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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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가 대통령을 만든다?
  • 지용근 대표
  • 승인 2017.03.0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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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근 대표(지앤컴리서치)의 통계로 보는 세상 24

요즘처럼 대선 후보들이 신문과 TV화면에 매일 매일 나오는 선거 국면이 되면 떠오르는 경험이 있다. 필자가 조사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였다. 결과적으로 2.2%의 오차율의 예측을 했는데 이 기록은 상당히 정확한 것으로 언론에 크게 다루어졌으며 한국사회에 조사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당시 필자는 국내 최대 조사회사였던 G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조사경력 3년차의 갓 신입사원 티를 벗어난 상태로 선거 조사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선거는 김영삼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고 김대중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각 선거진영에서는 목숨을 건 선거전을 치르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대규모 유세전, 상대방 후보에 대한 극단적인 비방, 돈 살포 등이 난무했던 시기였다. 실제는 1, 2, 3위가 일정 간격이 벌어진 형세임에도 언론에서는 각 후보 간 백중세라고 보도하고 있어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 측면에서는 좀 우습기까지 했다.

선거 4일전, 우리의 고객 정당에게 마지막 보고서를 전달할 때의 일이다. 조사결과를 계속 추적해 본 결과 2위 후보가 1위 후보를 역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용기를 냈다. 보고서에 조사 결과 수치와 함께 한마디를 적었다.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미리 축하합니다” 투표함 뚜껑이 열리기 전에 이런 축하메시지를 보낸 조사회사는 아마도 지구상에 없었을 것이다. 

선거 다음날 아침 김영삼 후보의 당선 소감이 TV로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수개월 동안 목숨을 걸 정도로 나를 던지고 일을 해냈던 그 결과를 보았던 것이다. 이 선거 조사 경험이 나에게는 더욱 성숙된 조사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발판이 됐으며, 조사인으로서 사회적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했다.  

2017년 2월, 지금 각 정당 후보들 간의 치열한 대통령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은 보수후보가 아직 셋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권 후보들만의 각축장처럼 보인다. 각 당 경선을 거쳐 본선 단계로 들어가면 후보 단일화라는 무서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우스개 소리로 여론조사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가 최종 선거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제에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허와 실을 정리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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