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비야, 바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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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비야, 바람아!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7.02.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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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24)

대한민국의 보물섬인 제주도가 점점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제주도는 언제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저는 늘 “사계절이 다 좋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고 실제로 어느 계절이 제일 좋고 나쁘지 않고 모든 계절이 다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에는 제주도라면 신혼 여행 때나 한번 오고는 마을에서 ‘계(契)’나 한 번 해야 오곤 했는데 이제는 무슨 모임이나 회의나 모이면 제주로 오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저가 항공의 출현으로 항공 요금의 부담이 확 줄었다는 것이 제주 여행을 쉽게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26년 전에 제주에 처음 오던 때의 항공 요금이 편도 기준으로 36,000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도 싸게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그 보다 훨씬 비싼 요금을 주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웬만하면 그 요금에 얼마든지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저가 항공사의 덕분입니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좋은 일에는 비용 부담도, 때로는 위험과 불편도 감수해야 합니다. 몇 달 전에 제주에 폭우와 강풍이 불던 때가 있습니다. 제주도에 교단의 중요한 일로 강의 차 토요일에 내려오셨던 어떤 목사님이 항공기가 지연되고, 지연이 되다 못해 결항이 되었습니다. 설마 마지막 저녁 비행기는 탈 수 있겠지 했는데 마지막 편까지 모두 결항되었습니다. 이튿날 아침부터 공항에서 기다렸지만, 비행기는 끝내 한 대도 떠나지 못했습니다. 주일인데 말입니다.

우선 오전 1, 2부 예배들을 부목사님들께 맡겼습니다. 천재지변에 속하는 일이라 항변권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였습니다. 오후 예배는 그 교회에서 장로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었고 이미 행사에 대한 광고와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미룰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그는 현직 감리사로 이 모든 행사를 주관해야 하고, 또 그 교회의 시무 장로님도 당일 취임식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발을 굴러도 비행기가 떠나지 않으면 소용 없습니다.

끝내 비행기는 출발하지 못했고 따라서 지방의 감리사이자 담임 목사인 그 분은 자신이 담임 목사로 섬기는 교회에서 열리는 주일 예배는 물론 오후에 열리는 장로 취임식에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섬기는 교회 장로님의 취임식이기도 했는데 그곳에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제 제주에 오셨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다시 그 이야기를 회상했습니다. 제주! 그 아름다운 추억의 섬에는 늘 기쁘고 행복한 일만이 아니라, 아픈 추억들도 많이 있습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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