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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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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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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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목사 / 흰돌교회

사랑과 용서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대적하는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잘 자라고 완성된다.
나를 사랑하거나 서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인 따뜻한 곳에서는 즐거운 교제는 가능하나 위대한 사랑은 꽃을 피워낼 수 없다. 생각지도 않는 오해도 받고, 최선을 다 한 후에 조롱이나 핍박을 받으면 그 곳에서 진정한 사랑은 성장하거나 성숙하여 열매를 맺는다.

짧지 않은 목회를 하면서 종종 느끼는 교훈은 교인들이 목자를 사랑해 주고 교회가 안정될 때 보다 나를 대적하거나 미워하는 대상이 나타나 목회가 어렵다고 느끼게 될 때 진정한 사랑은 싹이 나고 꽃이 피게 된다는 것이다.

겸손이란 것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을 낮추려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진정한 겸손이 자라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교만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잘난 사람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겨루기나 하듯 자랑하는 곳에서 자신의 겸손이 자라나야 진짜 겸손이다.

요즘 나는 진정한 의미의 섬김은 무엇인가를 수 없이 되뇌이며 내 자신의 섬김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있다. 굳이 한마디로 나의 목회지향점을 정의한다면 ‘섬김의 목회’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니 목회철학만이 아니라, 삶의 자세도 섬김의 정신을 바탕으로 살고 싶어 나름 애를 써 왔다.

가정에서는 물론, 교회나 노회, 지역 공동체 안에서 이런 나의 자세는 거의 일관되게 지속되어왔기에 그 결과 어느 정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결실도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나를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지켜 본 지인들은 따뜻한 위로와 덕담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 또한 이를 고마워하고 남은 인생 섬기며 살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가끔은 ‘섬김’이 가져다주는 희한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섬김’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된 것이다.

목회를 하는 교회현장이든 여타 공동체 현장에서 겪는 심각한 혼란은 부족하나마 나의 섬김을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오해, 심지어는 모함까지도 받는 데 기인한다. 섬김의 사랑을 덜 주거나 물질이 덜 간 사람들에겐 상처도 덜 받는데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 섬긴 교인이나 동역자들한테는 심심치 않게 상처를 받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배반이나 대적이 아니라 나의 자세다. 섬김에 반한 혼란한 일들이 발생하면 며칠 몇날을 고통 속에서 헤매는 것이다. 분노라는 것이 스스로에겐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 밤새 분노의 독을 품고 뜬 눈으로 지새운다.

식욕도 없어지고, 목회할 기력도 소진되고, 끝내는 엘리야처럼 주님이 어서 거두어 가시길 빌고 또 빌어댈 뿐이다. 깊이 고민해 보았다. 지금 나의 ‘섬김’이 성경적인가? 예수님의 그 섬김과 같은가? 아니면 시쳇말로 짝퉁은 아닌가? 

불행하게도 우리들의 많은 섬김은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기적인 섬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섬김, 주님만이 기쁘시면 족한 섬김이 아니라 반드시 나도 좋아야 하고 섬김으로 나타난 응분의 댓가가 나 자신의 명예로 나타나길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섬김을 통해 스타가 되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는 모양이다. 

헨리나우웬은 “타인을 섬기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릭 워렌은 “섬기는 종은 자신의 방을 그 자신이 한 일을 증명해주는 상패나 상장으로 도배해 놓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섬김의 이력서를 한 칸 한 칸 채우는 것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 결과가 칭찬과 격려로 아름다워지길 소원했다.

향유옥합을 예수님께 부어드린 한 여인의 섬김조차 제자들에게 ‘낭비’라고 비난을 받았다는 것을 나는 잊고 산 것이다. 진정한 섬김 역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수많은 목회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터, 이 아름다운 교훈을 왜 나는 이제야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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