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하나님은 내가 혼자라는 걸 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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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하나님은 내가 혼자라는 걸 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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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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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45

서울의 어느 도서관에서 만난(사실, 나는 잘 기억 못하지만)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보낸 상담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줄이고 줄이면 이러했지요.

“저의 부모님이 작년에 이혼한 뒤에 아빠랑 고1 누나랑 살고 있었는데, 누나가 이번에 캐나다에 있는 고모네로 갔습니다. 아빠는 지방에서 일을 하기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시는데, 그쪽으로 이사 가자지만, 낯선 동네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싫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가끔 연락하는데,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고모도 걱정이 많다고 하네요. 엄마 한 사람이 사라졌는데, 남은 세 사람의 삶이 완전 엉망입니다. 그래도 나는 잘 살려고 일부러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하고 학원도 잘 다니고, 교회도 빠지지 않고 있지만 자꾸 체하고, 가위에 눌리면서 몸무게가 5킬로가 빠졌습니다.

이틀에 한번씩 오시는 도우미 아줌마가 친할머니처럼 잘해주시지만…. 이런 내 모습에 아빠는 자꾸 대구에서 같이 살자고 하시죠. 하지만 내가 보호자가 없는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에 창피한 말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엉엉 웁니다.

어떤 때는 너무 울어서 목소리가 안 나올 때도 있어요. 나는 어떡하면 좋지요? 하나님은 내가 이렇게 외롭다는 걸 아실까요? 아신다면 나를 어떻게 이렇게 혼자 두시는 걸까요?”

얼마나 힘들면 몸무게가 그렇게 빠지고 가위에 눌리며, 혼자 엉엉 우는지! 그 날 강연에서 단 한번 만났는데 이런 솔직한 편지를 보내줌에 감사했지만, 한편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 학생에게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지하철이 생각났습니다. 지하철은 버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그 안에 펼쳐집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좌석 형태라 낯선 사람인데도 대충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물론 이런 정보는 아주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라 수박 겉을 혀로 맛보는 식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사람 보는 재미’를 즐기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노인이나 어린이나 모두 스마트폰을 경배(?)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 이런 재미도 찾기 힘들지요.

그런데 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오늘은 무슨 걱정을 안고 집을 나섰지? 저 사람이 가는 곳에서는 어떤 일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오늘 밤이나 저녁에 이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귀가할까?…… 나는 책을 읽다가 사람들을 살피다가,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합니다.

내가 이런 버릇이 든 것은 바로 나 자신 때문이지요. ‘늘 밝고 환하게 웃는 사람. 언제나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알려진 나이지만 거의 하루도 나의 상황이 편한 적이 없거든요. 바로 1시간 전만 해도 울었지만 지하철을 탈 때에는, 사람들과 만날 때에는 밝게 웃으니, 그 누가 나의 사정을 짐작이나 하겠나요?

그 학생은 가족 모두 불행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어린 본인이 제일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에 너무 서러운 것이지요.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로 자신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은 주님 은혜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빠를 생각하길 권했지요.

사실, 이혼과정에서 가장 큰 충격을 겪고, 지금도 아픔 속에 있는 사람은 아빠일 겁니다. 그러나 남매를 위해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빠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빠는 강한 척 하시지만 남자이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또, 누나까지 아빠의 품을 떠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외국에서 그나마 잘 지내고 있지 않으니 그 얼마나 괴로우실까요? 넓은 아파트에 혼자 있는 아들 걱정은 또 얼마나 하실까요! 그렇지만 편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아빠는 대단히 굳센 의지를 가지신 분 같았습니다. 아빠가 무엇 때문에 그러실까요? 당연, 남매를 위해서이지요. 자녀가 없었다면 어쩌면 아빠는 마음 가는대로 살았을지도 모른답니다. 

그리고 학생에게 지방으로 가서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을 권했지요. 혼자 살면서 우는 것보다는 아빠와 함께 살면서 아빠 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마음 건강에 좋기 때문이지요.

낯선 동네라서 싫다고 했는데,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사라고 생각하기.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마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마음의 자유를 얻는 이사! 마음은 결코 우리의 생각으로만 바뀌지 않으니까요. 

빵과 기도
기도>>>
(그러므로 여러분이 일깨어 내가 삼 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던 것을 기억하라- 사도행전 20장 31절) - 어린 학생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강건하게 갖자. 자꾸 자신만 들여다보면 우리는 아이나 어른이나 종일 울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관대하고 애착을 갖는 존재이므로. 이제부터는 형제를 위해, 믿지 않는 이웃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성숙한 성도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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