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초석 세운 교회, 사회로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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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으로 초석 세운 교회, 사회로 목소리 내야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2.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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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목회, 성경 믿는 믿음으로 깨어 있어야 함 강조해
기독교, 도덕규범 제시해 이해관계 성립되는 사회 만들어

2017년은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곽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걸고 교회개혁을 외친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계와 교회는 루터의 정신을 본받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개혁을 외치고 있다.

바른교회아카데미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다. 발제자들은 만인제사장론에 대한 이해와 평가, 교회의 정치제도, 교회와 사회 간의 신뢰회복 등을 토론하면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 바른교회아카데미는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이야기하다'란 주제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바른교회아카데미)

말씀 묵상이 중심인 교회가 되길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는 ‘만인제사장론과 21세기의 목회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지형은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중 지도자들의 권위주의가 가장 심각함을 꼽았다.

그는 목사직, 장로, 권사, 안수집사의 직분, 그리고 여러 기관이나 부서 임원 조직에서의 권위주의를 살피며 이 중 목사직과 장로직의 권위주의가 가장 큰 병폐라고 지적했다.


지형은 목사는 21세기 현대 목회 상황을 보기 전 17~18세기 경건주의를 먼저 살폈다. 그는 “종교운동 후 발생한 경건주의 운동은 종교개혁의 신앙적 분출과 정통주의 신학회 작업에 대한 목회적 몸부림이었다”며 경건주의 창시자인 필립 야콥 스페너가 제시한 방안을 설명했다.

스페너는 교회 갱신을 위해 여러 가지 작은 규모의 모임에서 말씀을 묵상하며 삶을 나누고 그 말씀대로 어떻게 살지 토론하는 ‘경건 모임’을 제안했다. 그는 경건 모임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하나님 말씀이 풍요롭게 작동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목회자들의 모임, 목회자와 성도들의 모임, 교수와 학생들의 모임, 가족의 모임 등 다양한 모임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스페너의 주장이다.

지형은 목사는 “경건주의의 중심 목표는 교회와 사회의 개혁이며 이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씀묵상, 평신도 운동, 선교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 중 말씀 묵상 운동을 제일 강조했다.

지난 교회사를 볼 때 성경의 해석과 실천이 성직자들의 손에만 있을 때 교회는 침체되어 있었다. 역동적이지 못했다. 물론 성경의 해석과 실천 과정에서 목회자의 지도와 안내는 늘 필요하다.

하지만 성경의 해석과 실천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충분히 열려있을 때 교회의 선교 사역은 살아 움직였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성서의 가치관에 따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도 일어났다.


지형은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66권에서 믿음이 나오고 그 믿음으로 삶이 변화되며 복음이 전파된다”며 “오늘날 교회에서 진행되는 큐티운동, 이 말씀묵상 운동이 만인제사장론을 중시한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형근 목사는 끝으로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지만 동시에 1905년부터 시작해 1917년에 성취됐던 러시아혁명의 100주년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외적으로 봤을 때 기독교가 가장 찬란한 사역을 펼쳤던 나라였지만, 그런 나라도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한국교회도 깨어 있어야 하고 목회자와 신학자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의했다.

▲ '시민사회에서 교회의 공적 역할'에 대해 발제한 정재영 교수는 한국교회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 사회적 목소리 내야
세미나의 열기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지난 14일에는 교회와 사회적 신뢰회복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사회에서 교회의 공적 역할’을 주제로 나선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오늘날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정의의 문제는 기독교 안에서도 매우 오래된 주제”라며 “또한 정의의 개념을 확립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정의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영 교수는 한국교회가 시민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지 말고 울타리 밖의 사회와 의사소통하며 참다운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교회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처음 복음이 들어왔을 때에는 개종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기독교인들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며 설교를 들을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던 동네 가옥의 사랑방이 교회의 역할을 했다.

당시 남성과 여성은 한 방에 있을 수 없었지만, 교회에서는 남녀와 신분의 차별이 없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론회가 활성화했고, 이후 전국 곳곳에 교회가 세워지면서 수평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이 됐던 것.


정재영 교수는 “과거 교회가 사회에서 가장 기초 단위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지금도 교회는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민 사회 조직”이라며 “전국에 널리 세워진 많은 교회가 협력해서 활동한다면 교회는 정부에서 지원하지 못하는 전국적인 민간 차원의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붙인 95개조 반박문의 핵심 내용을 살피며 차별주의적인 신앙을 비판했다. 비텐베르크 성문에 붙인 95개 조항에는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그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성직주의의 극복이었다. 당시 마르틴 루터는 만인제사장 개념을 통해 사제와 평신도 간에는 어떤 존재적 차이도 없음을 천명했다.

정재영 교수는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중 성직주의의 극복은, 오늘날 교회 내에서 목회를 성직이라고 표현하듯이 성도들의 직업 활동 역시 똑같이 거룩한 직분이며 하나님께서는 거룩한 직분을 가진 이 모두를 부르셨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이가 동등하며, 수평적인 관계에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각각에게 직분 주신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현 시국을 겪고 있는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함을 강조했다.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연대하게 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정재영 교수의 생각이다.

정 교수는 “사회는 정글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정글의 법칙이 적용 되서는 안된다. 비록 사람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모두가 각자의 입장을 우선시하게 되지만, 사사로운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규범과 틀이 중요하다. 각 사람들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이기심을 억누르고 시민으로서의 도덕심으로 결속해야 한다”며 “이러한 도덕적인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기독교에서 성경이 십계명을 비롯한 많은 도덕규범을 제시하고 있으며,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며 기독교가 한국사회의 종교적 기준점 역할에 충실하길 권면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는 지형은 목사와 정재영 교수 외에도 김판임 교수(세종대학교), 홍지훈 교수(호남신학대학), 박경수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박원호 목사(주님의교회), 이국운 교수(한동대학교), 이형기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김인옥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정주채 목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각각 강사로 나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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